국제 국제일반

정치 특수 노린 시진핑의 올림픽, 중국체전으로 전락하나 [글로벌 리포트]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1.16 17:22

수정 2022.01.16 20:40

베이징 동계올림픽 내달 4일 개막
인권문제로 美 압박받는 中 위해
가장 먼저 참석 결정한 러시아
美·G7 "중·러에 맞서자" 외쳤지만
佛·伊 외교적 보이콧 동참엔 빠져
올림픽 보면 중국의 생각 보여
개막식 날 시진핑·푸틴 정상회담
몽골·아르헨 정상과도 만날 듯
오찬장 이동 순서·자리 배치에
中 생각하는 국제 서열 드러나
올림픽은 정치적으로 이미 성공
시진핑 3연임 앞두고 치러지며
중대한 치적으로 과시할 듯
다만 오미크론에 뚫린만큼
바이러스 차단 실패 문책 예상
수교 30주년, 한중 관계 어디로
문 대통령 올림픽 불참 통보에도
中 "韓 결정따라 누가오든 환대"
양국, 올림픽 전 정상회담 논의도 
정치 특수 노린 시진핑의 올림픽, 중국체전으로 전락하나 [글로벌 리포트]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베이징동계올림픽 이후 국제 정세와 중국 내 정치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지 여부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상 올림픽은 스포츠를 넘어 정치·경제·문화에서 세계 최대의 축제이지만, 올해는 미국 중심 서방국가와 개최국 중국 우호국이 갈라서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내달 4일 개막하는 베이징동계올림픽에는 미국과 일부 동맹국들이 정치적 보이콧을 선언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올림픽 참석 국가 정상과 외교사절단 명단, 사진촬영 장면을 보면 향후 정세의 흐름을 읽을 수 있을 것으로 가늠했다. 양 진영 갈등이 정치·경제에서 스포츠로 확전될지, 화해 단초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예상 가능할 것이라는 의미다.

중국 내에선 올림픽 내용과 상관없이 '성공적'이라고 자평하고 가을 제20차 당대회를 향한 후속 일정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3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후로 고위급 인사 등 권력집단 구조의 변화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이 베이징까지 침투한 것을 감안하면 방역이 무너진 책임을 묻는 사정작업도 동시에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과 관계를 어떤 식으로 이어갈지도 주목된다. 한국과 중국은 올해 수교 30주년이다. 그러나 베이징동계올림픽에 한국이 어느 정도 호의를 보여주느냐 여부도 앞으로 한중 관계의 짐작할 수 있는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디커플링 가속화 혹은 화해 단초

베이징올림픽 참석을 가장 먼저 결정한 곳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전통적 우호국으로 분류되며 미국과 마찰을 빚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는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중국은 경제와 군사력 확대, 민주주의, 인권 문제를 놓고 미국의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다.

조 바이든 정부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정책 기조를 확대해 △남중국해·대만해협 중국 군사 활동 견제 △반도체 등 첨단기술 중국 유입 차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핵심 대외확장 정책인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대응 △양안 관계에서 대만 지원 △홍콩 민주주의와 인권 훼손 비판 △신장위구·티베트자치구 인권 탄압 공격 등을 이어가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에선 신장 인권 탄압을 명분으로 정부 사절단을 보내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상황이다.

러시아 역시 미국과 마찰이 고조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기관 등에 대한 러시아발 해킹에 러시아 정부가 방조하고 있다며 각을 세웠고 우크라이나를 놓고는 국경에서 러시아 병력 철군을 요구하며 전례 없는 강력한 대규모 제재를 예고했다.

미국과 G7(주요 7개국) 외교 수장들은 지난해 12월 열린 외교·개발장관회의에선 "자유와 민주주의 영역을 제한하려는 침략자들에게 함께 강력히 맞서야 한다"며 중국과 러시아에 맞선 단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비슷한 시기 화상 정상회담을 갖고 서방국가를 양국의 내정을 간섭하는 세력으로 규정하면서 전방위 협력을 강화하자는데 뜻을 같이 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상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선언 국가는 일본, 영국, 덴마크, 네덜란드,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이다. 독일 외교장관은 "나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 동맹 전선에 균열도 감지되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미국·영국·호주 안보동맹인 '오커스'를 놓고 미국과 대립했던 프랑스는 '올림픽 참석 문제를 정치화해서는 안된다'며 동참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2026년 동계올림픽 개최국 이탈리아는 사절단을 보내기로 했다.

EU는 아직 공동 입장을 합의하지 못했으며 한국 정부는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했다. 또 인도, 체코, 타지키스탄은 베이징올림픽을 지지했고 몽골, 아르헨티나, 파키스탄, 아프리카 국가 등의 정상들은 직접 베이징에 방문키로 했다고 중국 매체가 보도했다.

중국 전문가인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올림픽 이후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고조될지, 화해의 계기를 잡을 수 있을지, 양국 중심의 세력 구도에 변화가 있을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올림픽 참석 국가로 정세 관측

전례에 비춰 중국 정부가 올림픽에 참석하는 국가 정상들을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지에 앞으로 정세의 방향이 담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G7 정상들은 지난해 6월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 바닷가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한 뒤 중국을 견제하는 통일 전선을 공식화했다. G7은 그 일환으로 중국의 일대일로에 맞선 '더 나은 세계 재건'(B3W) 구상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일대일로는 글로벌 중화경제권 프로젝트다. G7 이후 외교적 보이콧 선언도 잇따랐다.

앞서 중국은 2008년 베이징하계올림픽 당시에는 개막식 전날 라오스, 세르비아, 벨로루시, 브라질 등 11개국과 정상 양자회담을 개최했다. 개막식 당일인 8월 8일에는 베이징인민대회당에 이명박 대통령,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 푸틴 등이 20~30분간 줄을 선 후 후진타오 당시 주석과 악수하는 모습을 방송으로 내보냈다.

오찬장 이동 순서와 자리 배치를 놓고 중국이 생각하는 국제 서열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연회장으로 이동한 후 주석과 자크 로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부시 대통령, 푸틴 총리 등이 앞장섰고 식탁에선 후 주석과 로케 위원장, 부시 대통령, 푸틴 대통령, 후쿠다 총리, 누르슐탄 나자르 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등이 같이 앉았다. 개막식 이후엔 후쿠다 총리, 이 대통령, 부시 대통령 등과도 연속 회담을 가졌다.

올해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선 이미 개막식 날 러시아와 정상회담·최고위급을 개최키로 했다. 관영 매체의 대대적인 홍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몽골, 아르헨티나 정상과도 회담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우려와 시 주석의 3연임을 확정하는 가을 당대회가 예정된 만큼 시 주석과 각국 정상의 대면 접촉은 최소화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일각에선 중국이 방역을 지나치게 고집할 경우 규모면에서 올림픽이 아니라, 아시안게임 혹은 중국 전국 체전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올림픽 뒤 당대회까지 후속 일정

베이징올림픽은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을 향한 토양 다지기 성격이 있다. 당대회의 성공 개최를 위해 외부 변수와 상관없이 '올림픽 정치적 특수'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는 뜻이다.

중국 정부 입장에선 올림픽도 시 주석의 중대한 치적이 돼야 한다. 내부 결집을 위해 코로나19 방역 성공, 경제 안정화 등과 함께 필수 요건으로 꼽힌다.

따라서 올림픽 폐회를 즈음해 대규모 '성공 개최' 광고전과 함께 관련자들에 대한 공로 수여가 있을 수 있다. 시 주석은 코로나19 발생 이듬해인 2020년 9월 '코로나19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할 때도 중난산 중국 공정원 원사 등에게 방역 표창장을 주는 방식을 이용했다. 코로나19 방역 또한 시 주석의 업적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산시성 시안, 톈진 등 중국 본토 10여개 지역으로 코로나19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은 걸림돌이다. 전날에는 베이징도 새 변이 오미크론에 뚫렸다.

반면 중국은 방역의 권한을 지방 정부 지도부에 주면서 책임도 함께 묻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베이징의 바이러스 차단 실패에 대한 문책도 이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2월엔 시안 확산의 관리 소홀 책임을 물어 보름여 만에 공무원 26명을 스피드 문책했다.

올림픽 이후 당대회 이전까지 후속 일정에 곧바로 착수하며 여기엔 고위급 인사가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중국은 최대 정치 이벤트 양회 전후로 고위급들 인사 단행이 잦았다.

양제츠 중국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72)이 물러나면 이 자리를 누가 물려받을지도 관심이다. 왕이(69)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의 경우 후임이 되거나 은퇴할 것이라는 전망이 공존한다. 일본통인 왕 부장은 미국 등 서방과 관계가 중요한 상황에서 영어에 약점이 있다는 평가가 있지만 중국 인사의 특성도 따져봐야 한다.

문 교수는 "두 명을 동시에 퇴진 시키는 것은 정부 업무의 '연속성'을 중요시 하는 중국의 관행에 비춰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중 관계 발전 방향 관심

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이 한국과 관계를 어떻게 발전시킬지도 지켜봐야 한다. 특히 올해는 한중 30주년이다. 단편적이긴 해도 영화, 드라마 등에서 한한령(한류제한령) 조짐도 보이고 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베이징올림픽에 참석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적절한 대표단이 파견될 수 있도록 검토 중이라고 밝힌 상태다. 중국 정부도 "한국 측이 편한대로 결정해서 오면 누구든 환대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대신 양국은 올림픽 이전에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주중 한국대사관 고위 관계자는 "올해 중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대회이고 이를 준비하는 차원이 3월 양회와 그 이전 2월 올림픽"이라며 "중국의 외교는 내정을 보면서 이해하는 것이 실수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정상회담과 관련해선 "양국은 고위급 소통을 비롯해 다양한 형식으로 지속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내 멸공 논란을 놓고는 "정치 시스템이 달라서 생기는 것은 앞으로도 있을 것"이라며 "이런 부분에서 한중 관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보며 중국도 정부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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