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시대는 변했는데 '저축은행' 아직도..'회장, 관피아 모시기' 왜?

노주섭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1.17 19:26

수정 2022.01.17 21:15

시대는 변했는데 '저축은행' 아직도..'회장, 관피아 모시기' 왜?


[파이낸셜뉴스] 저축은행중앙회 회장 자리에 '관피아(관료+마피아) 출신 낙하산 인사' 모시기 관행이 이번에도 계속될까.

사상 유례없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디지털 발전을 더욱 촉진하고 금융소비자들의 트렌드를 변화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저축은행만이 시대 흐름에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는 오는 20일 지부장단 회의와 정기 이사회를 비대면으로 잇따라 열고 신임 회장후보추천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할 것으로 전해졌다.

21일에는 제1차 회장후보추전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를 중앙회 대회의실과 전략회의실에서 대면으로 여는 등 신임 중앙회장과 전무 이사를 뽑는 선거 체제에 돌입한다. 선거관리위원회 회의 종료 이후 중앙회 홈페이지를 통해 신임 회장을 뽑는 공고를 낼 예정이다.

이같은 절차를 거쳐 내달 4일 오후 6시 회장선거 후보자 접수를 마감한 후 내달 17일 서울 양재동 The-k호텔에서 임시 총회를 열어 신임 회장과 전무이사를 선출한다.

저축은행중앙회 회장 선출 관련 일정이 공개되자 업계 안팎에서는 급변하는 금융환경 변화를 선제적으로 주도할 수 있는 실무형 회장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는 분위기다.


인터넷뱅킹에 이어 모바일을 기반으로 하는 카카오뱅크 등의 잇단 출현으로 저축은행이 설땅이 그만큼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저축은행이 중금리시장을 고수하고 새로운 고객을 창출해 나가기 위해서는 업체 모두가 똘똘 뭉쳐 비대면 언택트 시대를 선점할 수 있는 편리한 시스템 개발은 물론 금융산업 혁신을 주도할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하는 절대절명의 시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관료출신 회장의 밥그릇 챙겨주기나 선거 때마다 벌어지고 있는 퇴직관료 선후배 간 볼쌍스러운 다툼을 남의 일 보듯 지켜봐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전국 79개 저축은행을 대표하는 자리다. 업계 자산을 모두 합치면 102조원이 넘는다. 임기 3년이 보장되는 회장의 연봉은 성과급까지 합쳐 5억원에 이른다.

이런 자리가 왜 지금까지 20년이 넘도록 퇴직 관피아 낙하산 자리로 변질돼 왔을까.

지난 22년간 관료가 아닌 민간출신 회장은 2015년 뽑힌 이순우 회장이 유일하다고 한다.

이번에도 차기 회장 선거 일정이 정해지자마자 관료출신 선후배 간 물밑경쟁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한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선거인지 헷갈릴 정도다.

관피아 출신 선후배 간 후보가 독식하다시피 한 중앙회장 자리에 민간 출신 저축은행 대표도 판도 변화를 기치로 도전장을 내민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 출사표를 내던진 오화경 하나저축은행 대표이사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아주저축은행, 2017년 아주캐피탈을 이끌다 2018년 하나저축은행 대표에 발탁된 인물이다. 오 대표는 2017년말 1조1083억원이었던 하나저축은행 자산을 4년 만에 2조2359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린 입지적 인물로 평가받고 있어 관가 출신의 후보자와의 대결에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앙회장 선거는 전국 79개 저축은행 1사가 1표씩 투표권을 행사하는 직접 선거다. 79표 가운데 3분의 2에 해당하는 52표를 먼저 얻은 후보자가 중앙회장으로 선임된다. 후보 가운데 한 명도 3분의 2가 넘는 표를 받지 못하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두 사람을 상대로 재선거를 실시해 과반 찬성자를 중앙회장으로 뽑는다.

79개 회원사가 모두 참가하는데다 3명 이상 입후보할 것으로 보이는 이번 선거 특성상 표심을 잡기 위한 후보들의 막판 수 싸움은 여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지역별 터전으로도 저축은행의 숫자가 제각각인데다 업계 내부에서도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저축은행 출신이 회장이 돼야 할 시점이라는 목소리에 맞서 관료 출신이 자산을 보호해 줄 것이라는 생각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선거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산지역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이전에는 중앙회장에게 바라던 역할이 단지 금융당국과 업계를 이어 주는 가교 정도였기 때문에 관료 출신 인사를 선호했다"며 "이제 서민금융 시장 전체 파이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고, 전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저축은행 입지도 넓어졌으니 여러 저축은행 요구까지 아우를 수 있을 만큼 업계 속사정을 잘 아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디지털 금융 바람이 거세지는 가운데 저축은행이 설 땅을 확보할 수 있는 자구 노력이 있어야 변화의 파고를 넘을 수 있는 환경에 처해 있다"면서 "중앙회 회장 자리가 더 이상 관료출신을 그대로 받아드리는 식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