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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 이방원' 동물학대논란 일파만파 "불편한 진실 알려졌다"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1.21 14:25

수정 2022.01.21 14:25

1996년 방영된 KBS 드라마 '용의 눈물' 속 낙마 장면. (KBS1) © 뉴스1 /사진=뉴스1
1996년 방영된 KBS 드라마 '용의 눈물' 속 낙마 장면. (KBS1) © 뉴스1 /사진=뉴스1

KBS 1TV '태종 이방원' 방송 화면 갈무리 © 뉴스1 /사진=뉴스1
KBS 1TV '태종 이방원' 방송 화면 갈무리 © 뉴스1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KBS가 '장영실'이후 5년만에 내놓은 사극 '태종 이방원'이 동물학대 논란에 휩싸이며 결방을 예고했다. 21일 KBS에 따르면, 22~23일 편성한 태종 이방원 13·14회는 결방할 예정이다.

앞서 20일 동물자유연대는 '방송 촬영을 위해 안전과 생존을 위협당하는 동물의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을 올렸고, KBS는 이날 "낙마사고로 말이 사망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됐다"며 "사고 재발 및 방지 대책 등을 찾겠다"고 밝혔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낙마장면을 찍기위해 '태종 이방원' 제작진은 말의 발목에 와이어를 묶고, 다수의 스태프들이 뒤편에서 줄을 잡고 있다가 말이 달리자마자 줄을 당겨, 넘어지게 했다. 이때 말은 앞구르기를 하다시피 고꾸라졌고, 스턴트 배우 역시 몸이 멀리 날아가 떨어졌다.

당시 말은 뒷발을 비롯한 몸체가 공중으로 들리고 목이 꺾일 정도로 심하게 넘어졌고, 고통스러운 몸짓으로 다리를 몇번 구른 것이 전부일 뿐 결국 제 힘으로 일어나지 못하고 쓰러졌다.


동물자유연대 측은 "우리가 더욱 충격을 받은 건 촬영 직후의 장면"이라며 "넘어진 자리에 쓰러져서 미동조차 못하는 말의 안전 여부를 살피는 이는 그 누구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동물자유연대 측은 "2010년부터 방송과 영화 등의 촬영현장에서 동물 안전을 보장할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며 "이번에 발생한 가슴아픈 사건을 계기로 미디어가 동물을 다루는 태도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로 낙마신 촬영의 위험성을 언급한 과거 배우들의 인터뷰도 온라인상에서 주목받고 있다. 2014년 예능 '해피투게더'에 출연한 KBS 사극 '정도전'의 유동근은 "(배우) 선동혁이 말에서 3번 떨어졌다. 갈비뼈도 부러졌다”고 말했다. 조재현은 “단기기억상실증 증세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선동혁은 “떨어질 때 정수리로 떨어져서 뇌진탕 증세에 구토를 했다”며 "병원 응급실에 갔는데, 깨어나니 유동근씨가 보였다. 가만히 쳐다본 후에야 유동근씨인 걸 알았다"고 회상했다.

'태종 이방원' 동물학대 이슈가 알려지자 고소영, 김효진, 공효진 등이 "촬영장에서의 동물들은 소품이 아닌 생명" "너무 마음이 아프다" 등의 글을 올리며 안타까워했다.

영화배우 이병헌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 손석우 대표는 동물자유연대가 올린 국민 청원 동참을 촉구하면서 "동물에게 폭력적인 현장은 스태프들에게도 배우들에게도 안전할 수 없다. 당신같은 연출자와 함께 일할 일은 없을 듯"이라며 직언도 서슴지 않았다.

한 누리꾼은 "이번 사고로 불편한 진실이 알려졌다"며 "전력질주하는 장면만 찍어도 상당히 많은 말들이 폐사됩니다. 촬영용 말들은 퇴역한 아이들이 많아서...이 또한 불편한 진실이죠"라고 말했다. 이 누리꾼은 위험한 장면을 CG처리해야 하는것 아니냐는 다른 누리꾼의 댓글에 "CG로 처리하기엔 비용이 너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저렇게 밖에 못찍는다"며 "이번에 드라마 메이킹이 퍼지는 바람에 모두들 그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된 것일뿐, 그냥 저런 장면을 안찍어야 된다"고 말했다.

■ KBS "낙마 촬영 방법 문제 인지, 다른 방식의 촬영, 표현방법 등 찾겠다"

KBS는 낙마신 촬영 시 동물학대 이슈가 심화되자 20일 "'태종 이방원' 촬영 중 벌어진 사고에 대해 책임을 깊이 통감하고 사과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사고는 지난 11월 2일, '태종 이방원' 7회에서 방영된 이성계의 낙마 장면을 촬영하던 중 발생했다.

KBS 측은 "낙마 장면 촬영은 매우 어려운 촬영입니다. 말의 안전은 기본이고 말에 탄 배우의 안전과 이를 촬영하는 스태프의 안전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이 때문에 제작진은 며칠 전부터 혹시 발생할지 모를 사고에 대비해 준비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촬영 당시 배우가 말에서 멀리 떨어지고 말의 상체가 땅에 크게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사고 직후 말이 스스로 일어났고 외견상 부상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뒤 말을 돌려보냈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말의 상태를 걱정하는 시청자들의 우려가 커져 말의 건강상태를 다시 확인했는데, 안타깝게도 촬영 후 1주일 쯤 뒤에 말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KBS는 이번 사고를 통해 낙마 촬영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다시는 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다른 방식의 촬영과 표현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각종 촬영 현장에서 동물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는 방법을 관련 단체와 전문가들의 조언과 협조를 통해 찾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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