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택시기사 폭행' 이용구 "만취 상태로 심신미약" 혐의 부인

이정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1.27 10:47

수정 2022.01.27 10:47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자료사진) /사진=뉴스1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자료사진)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술에 취해 택시기사의 멱살을 잡고 밀치는 등 폭행하고 당시 블랙박스 녹화영상 삭제를 요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측이 "만취 상태여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며 심신미약 상태를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윤종섭 부장판사)는 27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운전자폭행)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차관의 2회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에는 정식 공판과 달리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어 이 전 차관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 전 차관 측은 "운전자 폭행 혐의의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인정한다"면서도 "부끄러운 얘기지만 당시 만취 상태로 택시 안에서 운행 중이란 사실과 자신이 어디에 있고 상대방이 누군지를 인식하지 못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증거인멸 교사 혐의와 관련해서는 택시기사가 삭제 요청을 받은 자리에서 이를 거절했고, 이후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영상을 삭제해 실패한 교사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폈다. 폭행 영상 삭제를 요청한 것은 이미 택시기사와 합의가 끝난 상태에서 정치적 공세와 여론의 관심을 차단할 목적으로 한 소극적 부탁에 불과하다고도 주장했다.


이 전 차관 측은 "실패한 교사 행위는 특별 처벌 규정이 없고, 삭제한 영상도 원본 파일이 아니라 폭행 영상이 휴대폰 사진첩 등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며 "원본파일이 휴대폰 사진첩 등에 남아있었는데도 증거인멸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전 차관 측 요청에 따라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검 포렌식센터에서 실시한 택시기사의 휴대전화 포렌식 분석보고서 등을 제출하라고 검찰 측에 권고했다.

사건 당시 이 전 차관의 폭행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확인하고도 별다른 조치 없이 단순 폭행죄를 적용해 내사종결해 특가법상 특수직무유기 등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서울 서초경찰서 A경사 측은 앞선 공판준비기일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이 전 차관은 지난 2020년 11월 서울 서초구 아파트 단지 앞에서 술에 취해 택시를 타고 귀가하던 중 목적지를 묻는 택시기사에게 욕설을 하고 멱살을 움켜잡고 밀치는 등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택시기사와 합의한 뒤 택시기사에게 폭행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해 달라고 요구해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도 있다.

당시 최초로 신고를 접수한 서초경찰서는 택시기사가 처벌불원서를 제출했고, 단순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인 점 등을 들어 이 차관을 입건하지 않고 내사종결했다.

이후 피해자 의사와 관계없이 기소할 수 있는 특가법 위반(운전자 폭행)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는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서초경찰서 A경사는 폭행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확인하고도 보고서에 '영상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적고 단순 폭행죄를 적용해 내사종결한 혐의(특수직무유기 및 허위공문서 작성)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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