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오스템 이어 계양전기까지..."기업들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키운다"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16 15:37

수정 2022.02.16 15:37

계양전동공구 대리점 전경. 뉴스1 제공
계양전동공구 대리점 전경. 뉴스1 제공

[파이낸셜뉴스] 또 횡령 사건이다. 올해 초 코스닥 상장사 오스템임플란트가 대규모 횡령 사실을 공시한 지 44일 만에 계양전기에서도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업계에서는 "이래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일어나는 것"이라며 제도적 개선과 함께 기업들의 책임감도 높아져야 한다고 일갈했다.

16일 공시에 따르면 계양전기는 지난 15일 자사 재무팀 직원 김모씨를 횡령(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계양전기에 대해 직원의 횡령 혐의 발생으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다고 알렸으며, 해당 주식의 매매거래를 정지시켰다. 거래소는 다음 달 10일까지 계양전기가 기업심사위원회 심의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모두 내부통제 무너진 결과"
재무팀 직원이 연루된 데다 회사 측이 뒤늦게 파악했다는 점 때문에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제2의 오스템임플란트 사태'로 여겨지고 있다.

다만 두 기업의 횡령 사건은 미묘하게 다르다. 계양전기 직원 김모씨의 횡령 추정 금액은 245억원으로, 계양전기 자기자본 1926억원의 12.7%에 해당하는 규모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자금 관리직원 이모씨가 횡령한 것으로 추정되는 금액은 2215억원으로, 2020년말 기준 자기자본대비 108.18% 수준이다. 회사 자본을 넘어선 규모로 횡령을 한 셈이다.

상황도 다르다. 계양전기의 경우 외부감사인의 기말감사가 이뤄지다가 횡령이 드러났다. 그러나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우 외부감사가 끝나고 감시가 소홀해진 틈을 타서 횡령이 이뤄졌다. 업계 관계자는 "기말감사 기간을 피한 오스템임플란트 직원이 조금 더 똑똑했다"고 웃지 못 할 농담을 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내부통제를 하지 못한, 문제의 본질은 같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상호 연구위원은 "사업·감사보고서 제출이 이루어지는 3월 이후부터 중간감사가 시작되는 11월까지 약 7개월 동안 감시 공백이 생길 수 있다"라면서도 "현금성 자산이나 매출 채권 등이 많은 기업의 경우, 분기·반기마다 재무제표를 검토할 때 회사에서 확인만 해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책임경영 안 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지속"
지난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국내에도 내부회계관리제도가 의무화되면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횡령·배임 사건 발생 건수는 2019년 93건에서 지난해 55건으로 40.9% 감소했다. 특히 자산규모 2조원 이상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전 3개년보다 47%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연초부터 대규모 횡령 사고가 터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경영진의 안일함'을 꼽는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에서 세운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따르면, 전표를 올릴 수 있는 사람과 자금을 이체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다르다. 작은 상장사라고 해도 업무 분장이 되어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자금 문제는 대개 믿고 맡기는 데서 생긴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경영 과정에서 회사와 경영진의 안일함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키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기업에 경각심을 줄 채찍과 당근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현재 횡령·배임죄에 대한 기본 형량 기준은 5~8년에 불과해, 회사 신뢰도 하락으로 인한 주가 폭락, 주주 피해 등에 대한 국민의 법 감정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상호 연구위원은 "횡령·배임죄의 형량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여 위반 동기를 원천적으로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임원과 감사위원 등이 제도를 정상적으로 운용하지 않으면 중과실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법이 개정됐다"라며 "형사 절차가 진행되면서 경영진에게 어떤 조치가 이뤄지는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반대로, 경영진과 이사회가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충실한 설계와 운영을 입증하는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개인투자자를 위한 활로도 열어놓아야 한다는 제언도 있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선진 시장에 비해 국내 주식시장에는 거래 정지가 됐을 때 개인 투자자들이 회수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다"라며 "주식 담보 대출을 도와주거나, 대체 거래소(ATS)를 통해 청산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