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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이태원·故강수연·故이지은을 그리며…‘위대한 유산:태흥영화’ 특별전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12 18:00

수정 2022.05.13 17:16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 © 뉴스1/정유진 기자 /사진=뉴스1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 © 뉴스1/정유진 기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故강수연 배우의 영결식이 11일 거행됐지만, 연상호 감독의 표현을 빌리면 그녀의 연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연 감독은 그녀의 유작이 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 ‘정이’를 하반기에 공개하기 위해 한창 작업 중이다. 비록 영결식을 마지막으로 그녀를 떠나보냈지만, 작업실로 돌아가면 작품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그녀와 마주해야 한다.

배우 강수연은 세상을 떠났지만, 그녀의 연기를 여전히 살아있다. 바로 그녀가 평생을 사랑한 한국영화를 통해서다. 강수연의 너무 이른 죽음이 안타깝고, 그립다면 다음달 6일까지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에서 열리는 ‘위대한 유산:태흥영화 1984-2004’ 특별상영전에 주목해보자.

이 특별상영전은 지난해 12월 24일 세상을 떠난 故이태원 태흥영화사 대표를 추모하고 그가 설립한 태흥영화사의 공로를 기리기 위해 마련됐다.
강수연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그는 평소 아버지처럼 여기던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과 임권택 감독을 모시고 이 행사장에 참석했을 것이다.

故강수연의 장례를 주도했던 김동호 이사장과 임권택 감독은 이날 이태원 대표를 기리며 행사장에도 나란히 참석했다. '장군의 아들'로 데뷔한 배우 박상민과 정경순, 한지일 그리고 장선우, 배창호, 정지영, 김유진 감독 그리고 심재명 명필름 대표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故이태원 대표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적 동지로 유명하다. 1980-90년대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이장호, 배창호, 장선우, 이두용, 이규형, 김유진 감독의 작품을 제작하며 한국영화의 부흥을 이끌었다.

사진제공=故강수연배우장례위원회 © 뉴스1 /사진=뉴스1
사진제공=故강수연배우장례위원회 © 뉴스1 /사진=뉴스1

김동호 이사장은 이날 개막식에서 "이번 특별상영전은 이태원 대표의 갑작스런 타계로 회고전의 성격이 있다"며 "이태원 대표와는 '아제 아제 바라아제'로 모스크바 영화제에 같이 참석했고, 칸영화제도 함께 했다"고 회상했다.

또한 김 이사장은 "이번 특별상영전은 두 가지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1980-90년대 한국영화사의 대표작을 볼 수 있다는 것과 한국영화 최초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춘향뎐'과 감독상을 받은 '취화선'을 통해 한국영화 세계화의 발판을 마련한 태흥영화사의 대표작을 볼 수 있다는 것"이라며 고인의 업적을 기렸다.

이번 특별상영전에서는 불교계의 반대로 미완성 창립작으로 남은 임권택 감독의 ‘비구니’(1984)부터 이태원 대표의 개인사를 일부 모티브로 만든 ‘하류인생’(임권택, 2004)까지 총 20편의 영화를 3개 섹션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첫 번째 섹션은 ‘태흥영화사의 주요 모멘텀’으로 ‘무릎과 무릎사이’(이장호, 1984), ‘아제아제 바라아제’(임권택, 1989년), ‘장군의 아들’(임권택, 1990) 등 태흥영화사의 주요 순간을 확인할 수 있는 7편을 선보인다.

두 번째 섹션 ‘태흥의 청춘영화’는 재기발랄한 기획력이 돋보이는 ‘돌아이’(이두용, 1985),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이규형, 1987) 등 청춘영화 6편을 상영한다.

세 번째 섹션 ‘태흥의 작가들’은 ‘어우동’(이장호, 1985), ‘꿈’(배창호, 1990), ‘화엄경’(장선우, 1993) 등 태흥이 배출한 작가 감독의 작품 7편을 선보인다.

1990년대 흥행사를 새로 쓴 ‘장군의 아들’(1990)과 ‘서편제‘(1993) 등 화제작과 한국영화 최초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춘향뎐‘(2000)등 한국영화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임권택 감독의 영화도 관람할 수 있다.

또 故강수연이 주연한 ‘아제 아제 바라아제’와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 그리고 지난해 갑작스레 세상을 뜬 이지은의 ‘금홍아 금홍아’(1995)도 감상할 수 있다.

올해 막 디지털화를 마친 ‘미지왕’(김용태, 1996)과 ‘축제’(임권택, 1996), ‘금홍아 금홍아’(김유진, 1995)는 이번 상영전을 통해 최초 공개된다. 디지털 복원으로 개봉 당시의 생생한 색감과 고화질로 한국 고전영화의 진경을 확인할 수 있다.

반대로 필름 시절의 감흥을 느낄 수 있는 35mm 필름 상영도 함께 준비했다. 개막작 ‘하류인생’부터 ‘돌아이’, ‘화엄경’ 등 총 9편은 35mm 필름으로 상영된다.

총 7회의 관객과의 대화(이하 ‘GV’)도 진행된다. '돌아이'의 주연이자 ‘원조 아이돌’, ‘영원한 오빠’로 불리었던 가수 전영록이 이번 상영전을 축하하기 위해 특별히 이두용 감독과 함께 관객 앞에 선다.

금정연, 정지돈 작가를 비롯하여 유튜브 무비건조팀(주성철, 이화정, 김도훈, 배순탁), 영상 비평지 '마테리알' 편집진(함연선, 이하윤, 금동현)이 참석하는 GV 역시 마련된다. 지금 세대의 눈으로 태흥의 역사를 훑어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위대한 유산: 태흥영화 1984-2004© 뉴스1 /사진=뉴스1
위대한 유산: 태흥영화 1984-2004© 뉴스1 /사진=뉴스1

'장군의 아들' GV에서는 영화평론가 정성일, 김홍준 감독(현 영상자료원 원장)이 출격한다. ‘임권택 전문가’로 알려진 정성일 평론가와 '장군의 아들2'(임권택, 1991)와 '장군의 아들3'(임권택, 1992)에 연출부로 참여하고 태흥에서 데뷔작을 만든 김홍준 감독이 당시 영화 제작 현장을 생생히 들려줄 예정이다.


'장미빛 인생' GV에서는 육상효 감독이 게스트로 초대되어 신인감독과 각본가에게 방을 주고 영화를 만들도록 지원했던 故이태원 대표의 일화 등 태흥영화사만의 독특한 제작방침을 공개할 예정이다.

기획 전시 ‘위대한 유산: 한국영화 1984~2004’는 오는 9월 25일까지 영상자료원 1층 한국영화박물관에서 열린다.
전주국제영화제와 공동기획한 서적 '위대한 유산: 한국영화 1984-2004'와 영문 서적 'Great Expectations : Taehung Pictures 1984-2004'은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 가능하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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