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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 부산포해전 요충지 ‘천성진성’ 위용 드러나

노동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22 09:35

수정 2022.05.22 09:35

[파이낸셜뉴스]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부산포해전을 앞두고 상륙해 전략적 요충지로 활용했을 가능성이 큰 가덕도 ‘천성진성’의 실체를 밝혀내고 그 위용을 짐작해볼 수 있는 발굴 성과가 나왔다.

부산시립박물관은 가덕도 천성진성 제5차 발굴조사에서 남해안 수군진성 최대 규모의 계단지와 장수가 올라서서 명령·지휘하는 장대(將臺) 기능을 했던 포루(鋪樓) 의 흔적을 확인했다고 22일 밝혔다.

가덕도 서안에 있는 천성진성은 1544년 최초 축성 당시의 성곽이 매우 양호한 상태로 남아 있어 남해안 일원의 조선시대 수군진성 중에서도 유적 보존 및 잔존 상태가 우수해 매년 이 곳에 대한 학술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천성진성 유적지 전경. /사진=부산시
▲천성진성 유적지 전경. /사진=부산시
부산시립박물관은 올해 2월부터 동쪽 성벽 일원과 성 내부 일부 구간을 대상으로 5차 발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사를 통해 조선 전기의 축성 방식인 계단식 내벽 구조와 성벽 축조 과정을 규명하고 남해안 수군진성에서 보기 드문 대형 계단지와 장대 기능을 했던 포루의 흔적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확인된 천성진성의 대형 계단지는 너비 5.5m로 남해안 수군진성 최대 규모의 계단지다.
계단지는 성 내부에서 성벽 상단부까지 올라갈 수 있는 통로를 말하며 현대의 계단과 비슷한 형태다.

그동안 거제 사등성이나 하동읍성 등 남해안 일원의 조선시대 성곽에서 보이는 계단지는 1.5~2.0m 정도의 좁은 너비에 머무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조사로 남해안 일원의 조선시대 성곽에도 대형 계단지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천성진성의 포루는 계단지와 이어진 돌출 성벽인 치성(雉城) 위에서 확인됐다. 이곳은 천성진성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위치인데다 가덕도와 거제도 사이 진해만을 넓게 관망할 수 있어 장대 기능을 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포루 바닥에는 기와벽돌인 와전(瓦塼)을 깔았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어 건물지의 중요성을 짐작해볼 수 있다.

또 이번에 확인된 대형 계단지와 포루는 천성진성의 중심부이자 관아 배후에 위치하는데 이는 조선시대 천성진성의 지휘관이 왜인 침략 등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이 대형 계단지를 통해 신속히 포루에 올라간 다음 이곳에서 휘하 장졸을 통솔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발굴조사의 자문위원인 윤용출 부산대학교 명예교수는 “사료가 제한적이지만 ‘이충무공전서’에 여러 차례 천성진성이 언급된 것을 보면 이순신 장군이 천성진성에 직접 상륙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특히 이순신 장군이 부산포해전 전후에 전열 정비를 위해 천성진을 이용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발굴조사를 통해 천성진성의 실체를 밝혀 나가는 과정은 이순신 장군의 해전사와 부산의 역사를 재조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부산시립박물관의 발굴조사단은 지난 20일 오후 2시 가덕도 천성진성 발굴조사 현장에서 유적 조사 성과를 알리기 위한 일반 시민 대상 현장설명회를 개최했다.


정은우 부산시립박물관장은 “부산시민의 날이 부산포해전 승전일인 10월 5일로 정해진 것은 부산시민들이 모두 잘 아는 사실이지만 부산포해전을 위해 이순신 장군이 천성진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는 점은 지금까지 소홀히 다뤄졌다”면서 “이순신 장군 유적으로서의 천성진성이 부산의 역사적, 문화적 자산으로 잘 보존돼 부산시민들이 그 가치를 알 수 있도록 향후 발굴조사와 연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defrost@fnnews.com 노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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