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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버틴다"… 애플·테슬라 ‘물타기’ 들어간 서학개미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23 17:52

수정 2022.05.2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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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매수 종목 순위 1위는 테슬라
이달에만 7억2천만달러 사들여
증권가 해외증시 반등 전망 엇갈려
"불확실성 커 무리한 물타기 금물"
"일단 버틴다"… 애플·테슬라 ‘물타기’ 들어간 서학개미
미국 증시의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은 매수세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락된 가격에도 매수해 평균 단가를 낮추는 '물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 증시의 반등 시기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면서 전문가들은 무리한 물타기에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2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5월 해외주식 매수 금액은 98억1551만달러로 매도 금액(84억172만달러)을 넘겼다. 서학개미들이 이달 들어 14억1379만달러의 해외주식을 순매수한 셈이다.

해외주식 투자자들은 올 들어 순매수세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올해 1·2월 각각 24억8572만달러, 28억6408만달러의 해외주식을 순매수한 서학개미들은 지난 3월 18만9502만달러를 순매수하며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 달 25억8223만달러의 해외주식을 사들였다.

그러나 투자하는 종목들이 반등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학개미들이 이달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테슬라다. 이달에만 7억2618만달러를 사들였지만 4월부터 주가는 내리막이다. 지난 4월 4일(이하 현지시간) 1145.45달러이던 테슬라의 주가는 이달 20일 663.90달러로 481.55달러(42.04%) 급락했다. 범위를 5월로 줄여도 902.94달러에서 663.90달러로 239.04달러(26.47%) 떨어졌다.

최근 서학개미들의 투자는 단기 반등을 노린 고(高) 레버리지 상품에 비중을 높이는 게 특징이다. 5월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지수와 주가를 3배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이 2개 차지하고 있다.

순매수 2위 종목은 나스닥100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TQQQ)로, 해외주식 투자자들은 이달 3억1542만달러어치를 순매수했다.

그러나 나스닥100은 이달 2일 1만3075.85에서 1만1835.62으로 1240.23p(9.48%) 하락, 이 상품의 손실은 그 3배인 30% 정도일 것으로 예상된다.

'FANG(페이스북·애플·넷플릭스·구글)'과 기술주에 투자하는 3배 레버리지 상품인 BMO 마이크로섹터스 FANG+ 인덱스 3X ETN도 지난 3월 잠시 회복하는 듯 했지만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전통적으로 서학개미들의 사랑을 받아 왔던 대형 기술주들이 여전히 순매수 상위 종목에 랭크돼 있지만 이들의 수익률도 '마이너스'이다.

5월 순매수 3위에 오른 애플의 경우도 지난 4월 4일 178.18달러였지만 지난 20일 137.59달러로 40.59달러(22.78%) 하락했다. 4위 아이오닉은 같은 기간 13.58달러에서 5.63달러로 주가가 58.54%나 급락했고 순매수 5위 엔비디아는 273.60달러에서 166.94달러로 106.66달러(38.98%) 떨어졌다.

문제는 증권가에서도 반등에 대한 전망이 엇갈린다는 점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의 비관론은 과도한 성격이 짙다고 판단한다"며 "가격 측면에서도 상당 부분 악재를 반영해오고 있다는 관점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전했다.

이에 반해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그동안 조정기마다 'V'자로 반등해왔던 것을 기대하며 매수로 대응하고 있는데, 지금은 그때마다 나왔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뒷받침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무작정 물타기를 하기보다는 현금 비중을 유지하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을 조언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가 하락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에는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할 경우) 손실 규모가 상당히 가파르게 증가할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고 충고했다.


안소원 연구원은 "지금 저점 매수하기보다 매크로 불확실성이 경기나 수요에 미치는 영향 등을 보고 저점을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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