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대법 "지역주택조합 사업 지연, 계약 취소 사유 안돼"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25 06:32

수정 2022.05.25 06:32

(출처=뉴시스/NEWSIS) /사진=뉴시스
(출처=뉴시스/NEWSIS)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지역주택조합 사업진행이 약속했던 시일보다 지연됐다는 이유 만으로 계약 해제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A씨가 B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이익금반환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B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는 서울의 한 지역에 아파트를 건설해 조합원들에게 분양하는 사업을 위해 결성된 비법인 사단으로, A씨는 2018년 7월 해당 추진위와 지역주택조합 가입계약을 맺고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총 1억2000여만원을 지급했다.

그런데 계약 당시 B조합은 사업진행 일정으로 2019년 10월 조합설립인가 신청, 2020년 5월 사업계획 승인 신청, 2020년 12월 아파트 건설 착공, 2023년 2월 입주 예정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이같은 계획이 계속 미뤄지자 A씨는 사업이 장기간 지연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B조합이 토지확보율에 대해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며 계약 무효나 취소, 해제를 주장하며 부당이익금 반환을 청구했다.

1심은 이같은 사정이 계약 무효 또는 취소 사유가 되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조합가입계약에 무효·취소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A씨의 사정변경 사유를 받아들여 원고 승소 판결했다.

B조합이 계약 후 3년이 지나도록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못했고, 사업부지 확보자금 대부분을 업무대행 수수료로 지급해 장차 부지 확보 자금이 부족해 더 이상 사업 진행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B조합은 575세대 아파트 건축을 목표로 했으나 2021년 3월 기준으로 480명 정도의 조합원으로부터 약 500억원을 계약금 등으로 받아 조합경비 등으로 집행하고 남은 자금은 약 190억원에 불과했다. 이 자금과 추가 조합원들에게 확보한 계약금 등 만으로는 토지 확보는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2심 판단이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진행과정에서 변수가 많고, B조합이 계속 사업진행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사업진행이 불가능해졌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즉, 계약 성립 당시 기초가 된 사정이 크게 바뀌고 그로 인해 계약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용인될 수 없는 상태가 됐다고 볼 수 있어야 사정변경에 의한 계약해제가 인정될 수 있는데, 이 사건에서는 그에 관한 증명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대법원은 "A씨가 이 사건 계약 당시 현재와 같은 상황을 예측할 수 없었다거나 사업계획의 변경의 정도가 예측의 범위를 초과한다고 볼 수 없다"라며 "사업계획의 변경이 조합원인 A씨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발생해 이 사건 계약내용 대로 구속력을 인정한다면 신의칙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생긴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심 판결에는 사정변경으로 인한 계약해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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