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스웨덴 한국전문가 욘손교수 "尹정부 남북관계, 文정부와 별 차이 없을 것"

박소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25 14:59

수정 2022.05.25 14:59

가브리엘 욘손 스톡홀름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본지 인터뷰
[파이낸셜뉴스]【스톡홀름(스웨덴)=박소현 기자】 "윤석열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는 실제로 별 차이가 안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북한의 코로나19 문제 해결에 남북 당국자가 관계를 맺는데 성공한다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가브리엘 욘손 스톡홀름 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사진>의 진단이다. 가브리엘 욘손 교수는 스웨덴의 저명한 한국 정치 전문가로 특히 남북관계를 오랜기간 연구했다.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신청 이유와 그에 따른 유럽 안보지형의 변화, 나아가 동아시아와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물어보기 위해 스톡홀름에서 그를 직접 인터뷰했다. 욘손 교수 인터뷰는 스웨덴이 나토 가입 신청서에 서명한 지난 17일(현지시간) 스톡홀름대 연구실에서 진행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하기 직전이다.

욘손 교수는 러시아의 일방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스웨덴과 핀란드가 군사적 비동맹주의 정책에 따른 중립노선을 포기하고 나토 가입에 나선 유럽과 비교해 동아시아는 북한, 중국을 포함한 어떤 당사자도 전쟁을 원하지 않다는 점에서 동아시아의 긴장감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국내의 전망과 달리 욘손 교수는 남북관계는 정권의 성향이 보수냐 진보냐와 무관하게 큰 차이가 없다고 단언했다. 진보 정권이라고 해서 남북관계의 진전이 없었고, 북한이 25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지만 북한이 (한국의 정권과 상관없이) 늘 하던 행동인 만큼 특별히 한반도에 긴장감이 감돌거나 안보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는 남북관계에 있어 ▲상호불신이 해소되지 않고 ▲국방비가 증가추세이며 ▲독일의 동서관계 달리 남북 간의 인적교류가 없다고 분석했다.

다음은 욘손 교수와 일문 일답.
가브리엘 욘손 스톡홀름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사진=박소현 기자
가브리엘 욘손 스톡홀름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사진=박소현 기자


―스웨덴은 왜 나토에 가입 신청을 했는가. 불과 두달 전까지만 해도 집권여당인 사회민주당은 나토 가입에 부정적이었다.
▲국제 정치에서 많은 나라가 협력 관계를 맺는다면 단독 행동을 하는 것보다 세계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힘을 합치면 힘이 세지는 것과 같다. 사민당이 나토 가입을 원하고 있어도 두 가지 전적으로 반대하는 사항이 있다. 하나는 스웨덴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이고 하나는 외국 군인이 스웨덴에 주둔하는 것인데, 이 두 가지는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이 문제에 있어서는 아마 나토 회원국과 상의했거나 앞으로 상의할 것이다.

다만 스웨덴 내부에서 사민당이 갑작스럽게 노선을 바꿨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나토 가입을 반대했던 사람들의 의견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너무나 갑작스럽게 (나토 가입을) 결정했다는 평가다.

―스웨덴이 나토 가입을 결정하면서 200년 만에 중립국 지위를 놓게 된다. 그만큼 미래의 안보가 중요하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나토 가입은 스웨덴 안보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국력 역시 커질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안보를 위해서 실질적으로는 중립국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나토 가입 30년 전부터 스웨덴이 나토와 활발한 군사적으로 긴밀한 협력 관계였고 2차 세계대전 당시 스웨덴이 나치에게 철광석을 수출하고 스웨덴 철도를 이용하게 해주는 등 나치와도 협력관계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등 스웨덴이 중립국가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사실 스웨덴 위치는 지정학적으로 스칸디나비아 한가운데로, 중립국으로 어려운 위치다.

또 하나 강조할 점은 만약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지 않았다면 이 문제가 대두되지 않았을 것이다. 즉, 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근본 원인이다.

그렇다고 스웨덴 사람들이 전쟁을 걱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러시아는 전쟁 수행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다른 나라를 침략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만약 러시아가 침략한다면 옛날 소련 연방공화국이 될 것으로 보고 있고, 그런 우려 역시 별로 현실적인 평가는 아니라고 본다. 스웨덴은 해안선이 길어서 침략하기 어렵기도 하다.

―스웨덴은 나토 가입에 있어 핀란드와 함께 움직이고 있다. 왜 그런가.
▲개인적인 의견으로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하기 원해서 스웨덴도 가입을 신청한 게 컸다고 본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지정학적으로 같은 지역이다. 안보 문제에 있어 두 나라는 밀접하게 관련돼 있을 수밖에 없다. 또 1809년 스웨덴이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져서 핀란드를 뺐기기 전까지 스웨덴과 핀란드는 600년 간 한 나라였다.

―지금까지 스웨덴과 핀란드의 중립이 발트해에서 완충지대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제 나토 가입으로 이 역할이 사라지면 발트해에 긴장감이 높아지는 것 아닌가.
▲사실상 완충지대 역할은 힘들어졌다고 본다. 하지만 긴장감이 표면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것은 사람들의 인식 뿐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처럼 군사시설이 많으면 표면적으로 (긴장을) 알 수 있는데 유럽의 경우는 (국가 간) 관계가 악화됐다고 해도 표면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스웨덴, 그리고 핀란드 이 두 나라의 나토 가입이 동아시아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스웨덴은 중립국으로 서구권과 동구권을 연결하는 역할도 했고 비공식적으로 대한민국과 북한, 미국과 북한을 연결하는 창구 역할을 했는데.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다. 유럽 상황과 동북아 상황을 비교해보면 한 가지 큰 차이가 있다. 바로 안보기구가 없는 것이다. 안보기구가 없는 이유 중 하나가 해결되지 않은 양국관계가 많아서다. 일본은 독일과 달리 전쟁 반성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한국, 북한, 중국과 갈등이 있다. 또 일본과 중국은 경쟁 관계다. 북한이 다른 나라와 협력관계를 맺으려고 하는 것도 차이가 나고, 대만은 중국이 허용하지 않아서 다른 나라와 협력하기 어려운 나라다. 대만이 UN 가입국가도 아니고 될 수도 없다. 이 같이 동북아시아는 협력관계를 맺으려면 모든 나라가 다 할 수 없다. 나토가 있는 유럽 상황과 많이 다르다.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동북아에서도 당사자들은 전쟁 재발을 원하지 않는다. 중국 역시 40년 전에 월남과 국경 전쟁을 했는데 중국한테 큰 실패였다. 중국도 분명히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한국의 경우도 전쟁이 재발하지 않았던 이유 중에 제가 보기에는 어느 당사자도 원하지 않아서다. 이것은 미국, 중국도 마찬가지다. 만약에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판단을 한다고 하자, 승패를 판가름할 수 없는데 피해는 엄청나다. 인명피해 뿐만 아니라 사회시설도 그렇다. 이것을 어느 나라도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스웨덴은 스위스와 함께 중립국감독위원회로 활동 중이다. 나토 가입이 승인되면 스웨덴이 중감위 활동을 지속할 수 있나. 북한이 이의제기를 할 가능성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고 본다. 북한이 1990년대에 중감위에서 체코와 폴란드를 철수시킨 이유가 북한 정부가 체코와 폴란드를 중립국가로 보게되지 않아서였다. 그런데 스웨덴은 이런 재평가가 있을 수 없다. 한국 정부는 스웨덴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 그 결정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북한이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이미 비판했는데, 북한은 한국과 적대관계니까 그런 말을 할 수 있다. 나토 가입 자체를 비판해도 앞으로 정책(스웨덴의 중감위 활동)을 바꾸지(비토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다만 스웨덴이 (향후) 독자적인 (외교·안보) 정책을 펴는데 장애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은 있을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남북관계 5년은 어떻게 전망하나.
▲문재인 정부와 실제로 별 차이가 안날 것이라고 본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고 그 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 정책에도 남북 관계는 큰 진전이 없었다. 이는 남북관계의 근본적인 긴장요인이 없어지지 않아서다. 남북관계가 진전을 보여도 그 진전은 얼마가지 않았다. 이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때도 마찬가지였다. 2000년 6·15 선언 후에 바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고 그 다음에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남북한의 상호 불신이 높다는 점이다.

또 달라지지 않은 점은 여전히 국방비가 높다는 것이다. 전쟁의 재발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1953년부터 계속 재무장을 해서 국방비를 줄일 수가 없다.

남북관계는 독일의 동서관계와 어느 시기에도 비교할 수가 없다. 동서독 사이에는 전쟁이 없었고 (인적)교류가 활발했는데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등으로 남북관계가 활발해졌다고 해도 그건 표면적이었다. 왜냐면 북한 사람들이 한국에 거의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긴장요인이 없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때에는 남북관계가 거의 없었고 박근혜 대통령 때에는 교류가 많지 않았고, 기억에 남는 것은 이산가족 방문 하나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남북관계를 개선시키지는 못했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해도 이미 해오고 있던 일이니까 남북관계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아마 한 가지 면에서 남북관계가 분명히 변화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보고 있는데, 북한의 코로나19 위기 문제다. 정치문제가 아니라 건강문제니까 남북 당국자가 관계를 맺을 수 있지 않을까. 어느 정도 성공한다면 다른 분야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조언할 것이 있다면.
▲한국에 북한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 자기 의견을 표시하려면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에 대한 연구는 탈북민이 나왔던 약 30년 전부터 활발해졌다. 그래도 한국 사람에게 북한만큼 연구하기 어려운 나라가 없다. 북한에 가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도 북한이 어떤 나라인지 올바르게 알아야 한다. 탈북민이 한국사회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많은데 그 이유는 한국 사람들이 북한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살다보니 한 가지 받은 인상은 한국 사람에게 남북관계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특히 중요한 것은 경제문제였고, 즉, 남북관계가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남북한이 서로를 모르는 것이 관계 개선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고 본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