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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가뭄에..3400년전 수메르 고대 도시가 물속에서 떠올랐다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23 07:09

수정 2022.06.23 07:17

가뭄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라크 지역의 고대도시 '자키쿠' 발굴 모습 /사진=NBC
가뭄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라크 지역의 고대도시 '자키쿠' 발굴 모습 /사진=NBC
[파이낸셜뉴스] 극심한 가뭄으로 수위가 급격히 떨어진 이라크 북부의 한 댐에서 약 3400년 된 고대 도시의 유적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 요새와 궁전으로 이뤄진 이 고대 도시에선 몇천 년간 모습을 감추고 있던 문자판과 벽화 등도 발견됐다.

22일(현지 시간) 미국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독일과 쿠르드족 국제 공동연구팀은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구에 있는 모술댐이 가뭄으로 인해 수위가 낮아지면서 고대 도시 유적지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댐의 바닥에서 모습을 드러낸 유적은 3400년 된 존재했다고 알려진 고대 도시 '자키쿠(Zakhiku)'의 흔적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자키쿠는 기원전 1550년부터 기원전 1350년까지 지금의 메소포타미아 북부 지역과 시리아 대부분을 지배했던 미탄니 왕국의 중심지다. 인도·이란계 민족으로 구성된 미탄니 왕국은 한때 전차를 사용하는 등 고대 오리엔트 지방의 최강국으로 자리했으나 내분으로 히타이트 왕국에 의해 멸망했다.


자키쿠 도시의 요새와 주요 건물들은 햇볕에 말린 진흙 벽돌로 지어졌다. 공동연구팀에 따르면 이 건물들은 '놀랍도록 잘 보존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연구팀은 지금까지 이곳에서 쐐기문자가 새겨진 100여 개의 '쐐기판'과 5개의 도자기 그릇을 발견했다. 발굴에 참여한 한 연구원은 "기원전 1350년 경 도시가 갑작스럽게 함락됐는데 지진의 영향으로 풀이된다"며 "점토로 만들어진 그릇들이 수십 년 동안 물속에서 살아남은 것은 기적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연구진은 거대한 요새와 다층 창고, 산업 단지 등 여러 대규모의 건물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특히 다층 창고가 발견된 점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거대한 창고가 건립된 이유에 대해 미탄니 왕국 전역에서 엄청난 양의 식량과 상품들이 왔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했다.

이번 유적이 발견된 지역은 1980년대 이라크 정부가 이 지역에 모술댐을 건설한 뒤 침수된 곳으로 지난 2018년 가 당시에도 공동연구팀은 이곳에서 '케뮌(Kemune)'으로 알려진 고대 궁전을 발견했다. 이라크는 유엔(UN)이 선정한 기후 변화에 가장 취약한 상위 5개국 중 하나로 가뭄, 모래폭풍, 사막화, 강의 수위 감소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올해 이라크는 기록적인 폭염이 찾아와 수도 바그다드 북쪽의 기온은 최근 섭씨 50℃를 넘어섰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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