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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결국 정치권서 결판...尹대통령 '엄단 약속' 지켜질까

강구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13 05:00

수정 2022.08.13 08:22

한투연, 정무위에 개혁안 제출.. 금융당국에서 정치권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김주현 금융위원장에게 불법공매도 엄단을 지시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김주현 금융위원장에게 불법공매도 엄단을 지시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국회 정무위원장에게 공매도 제도 개혁안을 제출, 결국 제도 개선 여부가 금융당국이 아닌 정치권에서 판가름나게 됐다.

특히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의 개혁안 제출이 더불어민주당의 요청에 따른 것임을 고려할 때 개인 투자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선될 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공매도 행위 엄단, 금융당국의 제도 개선 필요성 주장에 이어 국회도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져 개인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 "제도 개선 필요" 그러나 '시스템' 개선은 없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백혜련(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정무위원장에 '공매도 개혁으로 1400만 국민 행복시대 열기'라는 공매도 제도 개혁안을 제출했다. 이는 백 위원장이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에 직접 제도개혁안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관계기관의 개선안이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기준 개선에 그치자 정치권에서 움직인 셈이다.

불법 공매도에 대해 대통령도 강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고 금융당국이 개선안을 내놓기는 했지만 이는 비난 여론을 의식한 '보여주기'라는 게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이다.

개선안은 공매도 거래비중이 30% 이상이고 주가가 3% 이상 하락할 경우, 또 거래대금 증가율이 2배 정도만 돼도 다음날 공매도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금지일에 주가하락률이 5% 이상일때는 금지기간을 다음날까지 자동으로 연장한다. 현행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제도는 주가가 5% 이상 하락한 종목 중 공매도 거래량이 6배 이상 증가한 경우에 한해 다음날 하루동안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공매도 개혁방안 /그래픽=정기현 기자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공매도 개혁방안 /그래픽=정기현 기자

보다 강화되기는 했지만 개인 투자자들을 설득하기엔 역부족이다. 제도에 근본적인 '허점'이 있다는 것이 개인투자자들이 가진 인식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당시 금융위는 2019년 상반기까지 무차입 공매도를 적발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무차입 공매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은 금융위의 대국민 약속 사항"이라며 "현재 불법 무차입 공매도가 일상다반사로 실행되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 증거금 미징수 계좌를 이용해 차입하지 않고 공매도 후 2거래일 이전에 상환하면 적발될 확률이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감원으로부터 '불법 공매도 조치 현황' 자료를 제출받아 2017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5년 4개월간 금감원이 적발한 불법 공매도가 82건이라고 공개했다. 이 기간 자행된 불법 공매도 주식 규모는 1억5154만주로 총 110억56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단순 계산으로 한 건당 평균 185만주의 불법 공매도가 이뤄진 셈이다.

건당 과태료는 1억 3482만원 수준이었다. 불법 공매도 대상에는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LG화학, 현대차 등 시가총액 상위 10위권 안에 드는 대형주도 다수 포함됐다.

"전일 종가 이하 공매도 금지·공매도 총량제 도입해야"
지난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 금융위원회 앞에서 열린 불법 공매도 규탄 및 공매도 개혁 촉구 집회.
지난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 금융위원회 앞에서 열린 불법 공매도 규탄 및 공매도 개혁 촉구 집회.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공매도 개혁안으로 전일 종가 이하 공매도를 금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공매도의 순기능인 거품 제거를 통한 가격 발견 기능에만 초점을 맞추자는 주장이다. 주가 상승 시에만 공매도를 시행하면 공매도의 폐해가 줄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정 대표는 "주가 하락 시의 공매도는 수급의 불균형을 초래해 주가 급락이라는 역기능으로 작용한다. 주가 상승 시에만 공매도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고치면 순기능은 살리고 역기능은 없애는 바람직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종목별로 발행 주식수의 3~5% 이내로 공매도를 제한하자는 주장과 주식 현물 보유 비율에 비례해 공매도를 허용하자는 주장도 포함됐다. 공매도 상한선을 설정하자는 내용이다. 1주도 보유하지 않고 공매도로 주가를 낮추는 피해를 막기 위한 방안이다.

공매도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도 촉구했다. 10년 간 공매도 계좌의 수익액을 조사해보자는 것이다.

정 대표는 "공매도 수익은 곧 국민이 피해본 금액을 의미한다. 공매도 점유율의 98%는 외국인, 기관이기 때문"이라며 "금융위 주관으로 10년 동안의 공매도 수익액 연구조사 용역을 실행, 국민의 피해금액을 확정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공매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계에서 가장 긴 공매도 금지기간(2020년 3월 16~2021년 5월 2일)에 발생한 각종 영향을 분석 조사 할 필요가 있다"면서 "금융당국 및 학계에서 주장하는 공매도의 순기능이 존재하는지 입증할 필요가 있다. 공매도에 대한 오랜 논란 종식을 위해 반드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미 '빚투'보다 외국인 '공매도' 수익이 2배

개인들이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에 더 분노하는 것은 같이 자금을 빌려서 투자를 했음에도 외국인, 기관의 수익률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한양대 임은아 박사와 전상경 경영대 교수는 2020년 말 발표한 '공매도와 신용거래의 투자성과'란 제목의 논문에서 2016년 6월 30일부터 2019년 6월 28일까지 36개월 동안의 일별 공매도·신용거래(융자)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공매도 거래의 일평균 수익은 약 12억5007만원으로 신용거래 일평균 수익(3182만원)보다 약 39배나 많았다고 밝혔다. 신용거래는 개인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것이다.

이 논문에 따르면 신용거래 금액(547조9270억4000만원)이 공매도 거래 금액(309조8132억8000만원)의 2배 수준이었다. 절반 수준의 금액으로 공매도가 신용거래의 39배 수익을 올렸다는 얘기다.

지난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증권사의 공매도 수수료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외 56개 증권사의 2014년부터 2020년까지 공매도 중개 수수료는 3541억원에 달했다.

다만 한국거래소는 금융위원회에 "공매도와 주가하락은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다"고 보고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에서 공매도 거래대금과 주가지수 상관관계는 모두 마이너스로 나타났다. 오히려 역의 관계라는 얘기지만 가장 적게 나온 상관계수도 -0.44에 불과했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 수록 역의 관계를 의미한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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