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은행 텃밭' 잔금대출 2금융보다 비싸졌다 [고삐풀린 금리, 요동치는 시장 (1)]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02 18:38

수정 2022.10.02 18:38

수도권 대단지 아파트 대출금리
은행채 금리 뛰며 5% 웃돌아
상호금융·지방銀이 오히려 싼편
예비 입주자들 "갈아타겠다"
‘은행 텃밭' 잔금대출 2금융보다 비싸졌다 [고삐풀린 금리, 요동치는 시장 (1)]
기준금리가 고삐 풀린 듯 오르면서 대출시장 전반이 요동치고 있다. 은행권 대출금리가 되레 상호금융권보다 더 높은 왜곡현상도 생겼다. 기존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1%p 이상 저렴하게 책정되는 잔금대출 은행 이자가 별안간 높아져 동네 상호금융으로 주담대가 몰리는 경우다. '우대금리'가 '하대금리'가 된 사연,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했더니 오히려 금리를 더 내야 하는 사례도 있다. 입주를 며칠 앞둔 대단지 아파트 예비입주민들은 철석같이 믿고 있던 잔금대출 시중은행이 제시한 금리가 최근 2주 새 지역농협, 지방은행들보다 높아지면서 부랴부랴 대환에 나섰다. 또 서민·취약계층을 타깃으로 한 '착한' 상품들이 금리인상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금리 메리트가 사라지고 있다.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한 금융소비자들이 되레 금리인상 성적표를 받아드는 사례도 생겼다. 신용등급 상승 등 본인의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신청했다가 되레 금리인상 폭탄을 맞은 것이다.

가속페달을 밟은 기준금리 상승이 불러온 시장왜곡 대표 사례가 입주를 앞둔 대단지 아파트 잔금대출 상품이다.

최근 지난 8월 준공돼 입주를 진행하고 있는 수도권 1군 브랜드 아파트 단지에서 잔금대출을 둘러싸고 진풍경이 펼쳐졌다. 2주 전만 해도 높다고 해도 4%대 중반으로 제공되던 시중은행 잔금대출 고정금리 수준이 갑자기 치솟더니 대출 실행일을 앞두고 금리가 5%대로 넘어가 버려서다. 가산금리를 내리는 은행들의 프로모션도 금리상승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에 반해 지방은행이나 지역농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에선 예대금리차 축소, 모객 마케팅 등을 위해 대출금리를 내리고 있다. 1000가구 넘는 이곳 입주민 상당수는 시중은행 대신 지역농협으로, 그것조차 안되면 지방은행으로 부랴부랴 대환에 나섰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채 금리 급등에 따라 고정금리 상품 금리가 올라가면서 부동산 대출을 둘러싼 시장 공식도 깨지고 있다.

통상 수도권 브랜드 대단지 아파트 잔금대출은 시중은행들의 텃밭이다. 한 번에 많은 우량고객을 확보할 수 있어 시중은행들은 보통 1%p 이상 저렴하게 금리를 제공한다. 각종 주택담보대출 상품 중 가장 싸다. 입주민으로서도 자금력이 풍부한 시중은행이 들어오면 안전해서 좋다. 이런 윈윈 공식이 최근의 금리급등 앞에서 깨지고 있다.

실제 수도권 한 아파트 단지의 잔금대출에 뛰어든 우리은행은 애초 금리를 은행채 5년+0.49%(가산)로 제시했다. 우리은행은 모객을 위해 가산금리도 0.51%에서 0.06%p 내린 0.49%로 낮춰 잡았다. 당시만 해도 은행채 5년물이 3%대 후반으로 최종금리는 최대 4%대 중반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2주 새 은행채 5년물이 0.5%p 이상 뛰면서 최종금리도 5% 넘는 수준이 됐다.

하나은행도 마찬가지다. 하나은행은 지난 9월 말 기준 5.1%+0.5%의 가산금리를 붙여 총 5.6%를 제시했다.

한 예비입주자는 "불과 며칠 전 신청할 땐 제일 보수적으로 봐도 4.3%를 얘기했다"면서 "그냥 주담대도 아니고 집단대출 금리가 며칠 새 1%p 이상 불어나다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예비입주자는 "아무리 금리가 오른다고 해도 집단대출이고, 각종 행정절차도 복잡해 바꿔타는 건 고려하지 않았는데 오늘(9월 30일) 금리를 보고 갈아타기로 했다"면서 "잔금대출에 모든 시중은행이 뛰어들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금리경쟁이 안 될 수가 있나 싶다"고 말했다.


입주자들은 부랴부랴 지방은행과 인근 지역농협, 상호금융 등으로 흩어지고 있다. 가장 싼 금리를 제공하는 지역농협 한도는 이미 마감돼 4%대 초반 금리를 제공한 지방은행으로 갈아탔다.


또 다른 예비입주자는 "시중은행에서 5%대 고정금리로 받을 때와 지방은행에서 4%대 초반으로 받을 때 시뮬레이션해 보니 한 달에 20만원 차이가 나더라. 갈아타는 수고로 1년에 아끼는 이자만 250만원"이라고 말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