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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도발, 尹대통령 순방 성과만 증명해줬다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08 06:00

수정 2022.10.08 13:06

거듭된 北 도발, 尹 순방 논란 희석시켜
바이든 친서·기시다 통화로 정상 소통확대
尹대통령, 잇따른 접견으로 한미동맹 재확인
美 반도체 기업, 韓 투자·레이건함 한미훈련 참가 등
美 사령관 "한국 방어 위해 모든 노력 다할 것"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게리 디커슨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 CEO를 접견해 반도체 웨이퍼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사진=뉴시스화상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게리 디커슨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 CEO를 접견해 반도체 웨이퍼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사진=뉴시스화상

[파이낸셜뉴스] "만약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면 제가 어디에 있든 바로 함정을 타고 이곳(한국)으로 오겠다" (존 아퀼리노 美 인도태평양사령관. 6일 접견)

"우리의 투자가 한미 동맹 강화에 기여하게 돼 무척 기쁘다" (게리 디커슨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회장. 7일 접견)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양국의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한국과 함께 핵심적인 역할이 수행될 것이다"(조 바이든 美 대통령. 4일 친서)

"미일 동맹과 한미동맹의 억지력과 대처력의 중요성, 한미일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기시다 후미오 日 총리. 6일 통화 뒤)

북한이 일본 열도 상공을 통과하는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까지 발사하며 도발을 지속한게 오히려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성과만 증명해줬다는 지적이다.

북한은 최근 12일 사이 6차례 미사일을 발사해 이틀에 한번꼴로 무력 도발을 감행해 긴장감을 고조시켰고, 이에 한주간 대통령실은 긴박하게 움직였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지난 6일과 7일께 각각 로널드 레이건함(항공모함)을 이끌고 한미연합훈련을 실시한 아퀼리노 사령관과 우리나라에 투자를 단행한 세계 1위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 회장을 만나 한미동맹이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특히 지난 9월말 미국 뉴욕 순방 당시 '사적발언' 논란과 바이든 대통령과의 '48초 회동', 기시다 총리와 약식 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저자세' 논란 등이 있었음에도,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출근 길에 "이번 순방에서 많은 성과를 거양(擧揚)했다고 생각한다"며 정면돌파를 예고했다.


실제 당일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인플레 감축법(IRA)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협의를 지속하겠다"며 한미동맹 강화에 대한 확신과 의지를 전했다.

북한의 IRBM 발사에 놀란 일본은 먼저 우리 측에 정상간 통화를 제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6일 오후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통화에서 한미일은 물론 한일간 협력 필요성에 공감했다.

7차 핵실험을 앞둔 북한의 잇따른 무력 도발로 인해 한미동맹이 경제·안보 측면에서 얼마나 공고한지 활발하게 점검되는 것은 물론, 윤 대통령이 추진하는 한일관계 개선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는 평가다.

■접견으로 보여준 한미동맹

윤 대통령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최근 이틀간 아퀼리노 사령관과 디커슨 회장을 접견하면서 한미동맹이 어떻게 실질적으로 진행되는지 보여줬다.

7일 디커슨 회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웨이퍼에 'AMAT는 굳건한 한미 동맹의 상징입니다'라는 문구를 서명했다. AMAT는 윤 대통령의 서명이 담긴 해당 웨이퍼를 미국 실리콘밸리 본사에 영구 보존할 계획이다.

세계 1위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장비업체인 AMAT는 지난 9월 말 미국 뉴욕에서 열린 '투자신고식 및 북미지역 투자가 라운드테이블'에서 반도체 장비 R&D센터 신설 투자신고를 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내 반도체 산업 공급망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AMAT의 이번 투자는 한미 간 경제·산업·기술동맹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고, 디커슨 회장은 "앞으로도 한국 정부와의 강력한 파트너십뿐 아니라 한국 선도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해나가기를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6일엔 아퀼리노 사령관을 접견하고 "로널드 레이건 항모강습단이 방한해 한미 연합 해상훈련을 성공적으로 실시한 것은 미국의 강력한 확장억제력을 실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이에 아퀼리노 사령관은 "레이건함이 복귀 중 회항해 연합훈련을 실시한 것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방위 공약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한미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인도태평양사령부는 대한민국을 방어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미 해군은 7일부터 8일까지 이틀간 동해에서 북한 도발에 대응하는 해상 연합 기동 훈련을 실시했다. 2주 사이에 동해에서 2번이나 한미 훈련을 갖는 것은 이례적인 경우로 분류된다. 그만큼 한미 안보동맹이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방증이란 해석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존 아퀼리노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을 접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사진=뉴스1화상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존 아퀼리노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을 접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사진=뉴스1화상

■尹대통령, 미일 정상과 소통 확대..논란 상쇄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은 물론 기시다 총리와도 소통을 확대하면서 순방 논란을 상쇄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순방 당시 발언 논란 외에도 '48초 회동' 논란이 있었지만, 윤 대통령은 방한했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85분간 접견을 가지면서 여러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논란을 희석시켰다.

이후 지난 4일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서명한 친서를 윤 대통령에게 보내 IRA에 대한 협의 의사를 다시 전하면서 순방 성과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IRA에 대한 윤 대통령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 한미간 솔직하고 열린 마음으로 협의를 지속해나가겠다"고 밝히면서 IRA로 한국산 전기차의 경우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등 차별적 대우가 불가피하다는 우리 측 우려에 공감한 것으로 해석됐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지난 5일 브리핑에서 친서 내용을 공개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친서는 양 정상이 지난 런던과 뉴욕에서 여러 차례 만나서 인플레 감축법과 관련해 협의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된 것"이라며 "앞으로 윤 대통령에게 한국 기업에 대한 배려를 해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기시다 총리와의 통화의 경우, 일본 측에서 먼저 우리 측에 통화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뉴욕에선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를 찾아가는 형식이 연출됐으나, 북한의 무력 도발에 미국 측의 한일 관계 개선 요구까지 맞물려 일본 측에서 안보를 명분으로 우리 측에 손을 내민 것이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6일 오후 25분간 통화를 갖고 "한미일 3자간 안보협력은 물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를 포함한 국제사회와 굳건히 연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북한에 엄정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일 양국이 협력해 나가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일본 총리관저에서도 두 정상간 통화 후 보도자료에서 "(두 정상은) 한미일 안보협력을 한층 더 추진하는 것에 일치했다"고 밝혔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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