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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정부 셧다운' 오나.. 초유의 준예산 벼랑끝 대치

김현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2.06 16:50

수정 2022.12.06 16:50

이상민 놓고 싸운 여야 2+2 회동서 담판
예산 적기 집행 못하면 경제 침체 가속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내년도 예산안 협상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맞물리면서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해서 나온다. 준예산이 편성되면 국가 사업의 절반 이상이 시작부터 멈춰서게 된다. 가뜩이나 한국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예산을 적기에 투입하지 못해 경기가 나락의 늪으로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여당이 예산안 협상에 성의 없이 나온다면 단독 수정안 제출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단독 수정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할 경우 윤석열 정부는 야당이 짠 예산으로 국정을 운영하게 될 판이다.

좁혀지지 않는 여야 입장차

7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는 지난 6일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해 양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가 참여하는 '3+3 협의체' 협상에 돌입했다. 오는 9일 정기국회 종료일까지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이른바 윤석열, 이재명표 예산을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맞붙고 있고 법인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등 세제 관련 견해도 커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회계연도 마지막 날인 12월31일까지 예산안 처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만약 이번 주 예산안 처리가 무산될 경우 우선 국회 과반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이 단독으로 '수정 예산안'을 국회 표결을 통해 처리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국회는 예산 증액 권한이 없기 때문에 민주당은 기존 정부 예산안에서 사업별 예산을 감액한 후 수정 예산안을 입법부 차원에서 확정할 수 있다.

여야간 대립으로 헌정 사상 첫 준예산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준예산은 내년도 예산안이 올해 회기연도(12월31일) 안에 처리되지 못할 경우 정부가 전년도 예산에 준해 집행하는 예산이다. 이 경우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등 굵직한 사업들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6일 오후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위해 국회의장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6일 오후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위해 국회의장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준예산 편성시 정부 사업 절반 '스톱'

문제는 준예산이 실제로 편성되면 '정부 셧다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내년 예산안은 639조원으로 편성됐다. 이중 의무지출을 제외한 정부가 손댈 수 있는 재량지출은 297여조원이다. 이 재량지출을 대부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정부가 내년에 추진하기로 한 사업의 절반가량이 멈춰서게 된다는 의미다.

내년 예산안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편성한 것이다. 만약 준예산 사태가 발생하면 본격적인 시작부터 재정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해 국정과제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아동, 청년, 소상공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 지원 사업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정부는 취약계층 소득·고용·주거 안전망 관련 예산을 올해 27조4000억원에서 내년 31조6000억원으로 늘렸다. 구체적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 기준 중위소득을 역대 최고인 5.47%로 올리고, 생계급여 지급액도 4인 기준 월 154만원에서 162만원으로 확대했다. 준예산이 편성되면 이처럼 물가 인상분 등을 감안해 늘린 지원 사업 예산 혜택은 물건너가게 된다.

또 정부는 1조3000억원을 투입해 만 0세 아동 양육가구에 월 70만원을 주는 '부모급여'도 신설했다. '청년원가주택'과 '역세권 첫 집' 5만4000가구를 공급하는 사업에는 1조1000억원을 책정했다.

이외 소상공인 부실 채권을 사들이는 채무 조정 프로그램 운영과 장애인 돌봄·생활 등 맞춤형 통합 지원 강화에도 각각 3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지방자치단체 사업도 멈춰선다. 정부 지자체 보조금 예산안은 약 82조원, 지방비 매칭자금의 경우 38조여원이다.
준예산 사태가 발생하면 120조원 수준의 국고 보조사업 발목이 묶이게 된다.

최근 수출이 고꾸라진 상태에서 수출·물류 바우처도 지급되지 않고,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융자도 막힐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 경제는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데 예산안 통과가 지연되면 사업계획 공고, 지방비 확보 등 후속 절차도 늦어져 정부가 마련한 민생·일자리·중소기업 지원 예산 등의 연초 조기 집행에도 차질이 발생한다"며 "서민 어려움이 가중되고 경제 회복에도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큰 만큼 조속한 확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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