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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에 피켓 든 유치원 교사 "보육교사와 다릅니다"

홍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1.31 05:00

수정 2023.01.31 05:00

尹정부, 2025년부터 어린이집·유치원 통합
교사 양성체계와 처우 달라 첨예한 입장 차
지난 25일 여의도 국회 앞에 모인 유치원 교사들이 유보통합 반대 집회를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25일 여의도 국회 앞에 모인 유치원 교사들이 유보통합 반대 집회를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정부가 본격화 한 '유보통합'이 이번에는 매듭 지어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교육부가 관리하는 유아교육(유치원)과 보건복지부 관할인 보육(어린이집) 업무를 합치는 '유보통합'은 지난 30년 넘게 역대 정부가 추진했음에도 이견을 좁히지 못해 무산돼 왔던 사안이다. 교사 자격, 양성 체계, 처우 등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산적했기 때문이다.

"자격요건 다른데…" 유치원 교사 반발

31일 복지부·교육부 등에 따르면 내년까지 유보통합 기반을 마련해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유보통합이 시행된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소관 부처가 나눠져있다 보니 각 시설이나 인력의 기준, 운영과 평가 형태가 다른데, 이를 통합하겠다는 것이다.

수많은 걸림돌 가운데 특히 '교사통합'을 두고 입장차가 첨예하다. 교육계와 보육계에서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교사 양성 체계와 처우, 시설기준을 통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치원 교사는 전문대학 또는 4년제 대학에서 유아교육(또는 아동복지학 등 관련 분야)을 전공하고 유치원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특히 국공립 유치원 교사는 임용시험을 치러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합격해야 한다. 어린이집 교사는 대학에서 관련학과를 졸업하는 것 외에 학점은행제를 통해서도 자격증을 딸 수 있다.

30대 유치원 교사 A씨는 "자격 요건 자체가 다른데 이를 통합하는 건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유보통합 전에 빨리 유치원 교사보다 훨씬 따기 쉬운 보육교사 자격증을 따라는 말도 들려온다"고 말했다. 유치원 교사 B씨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통합하는 것과 같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전국 유치원 교사·예비 유치원 교사 등으로 구성된 ‘유보통합 강제추진 결사 반대연대(반대연대)는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체감온도가 영하 20도까지 떨어진 혹한의 날씨 속에서 주최측 추산 70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교육현장을 패싱한 돌봄뿐인 교육정책"이라면서 "유보통합 졸속행정에 결사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출생부터 국민안심 책임교육·돌봄' 실현을 위한 유보통합 추진방안 발표를 하고 있다. 유보통합은 어린이집(보건복지부)과 유치원(교육부)으로 이원화 되어 있는 보육과 교육을 하나로 통합, 주무부처를 단일한 기관으로 통합하는 것이 주된 목표이다. /뉴시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출생부터 국민안심 책임교육·돌봄' 실현을 위한 유보통합 추진방안 발표를 하고 있다. 유보통합은 어린이집(보건복지부)과 유치원(교육부)으로 이원화 되어 있는 보육과 교육을 하나로 통합, 주무부처를 단일한 기관으로 통합하는 것이 주된 목표이다. /뉴시스
정부, 교사 통합 방안 등 내년까지 마련

이번 추진 방안에서 교사들이 우려하는 양성, 자격체제 통합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밑그림이 나오지 않았다. '유보통합 추진방안'에 따라 내년까지 마련될 예정이다. 하지만 양측 입장차가 평행선을 달리는 만큼 대책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교사통합' 외 급여, 시설 기준 등도 난제다. 월평균 급여은 통상 유치원 교사가 어린이집 교사보다 높다. 시설 기준도 다르다. 건물과 놀이터 면적에 대한 기본 시설기준은 물론 폐쇄(CC)회로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지도 달라 어느 한쪽으로 기준을 통일할 경우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

정부 관계자는 "유보통합은 영유아 교육·돌봄의 질을 개선하는 수단이지, 모든 것을 한꺼번에 일률적으로 통합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특히, 교사는 교육·돌봄의 질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주체인 만큼, 영유아를 중심에 두고, 학부모 안심의 관점에서 자격·양성 체계 개편 방안을 논의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가 지향하는 공정성의 가치와 우리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교사들과 함께 소통하며 합의점을 찾아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 유보통합 추진 주요내용 /그래픽=정기현 기자
윤석열 정부 유보통합 추진 주요내용 /그래픽=정기현 기자
"아이들, 차별없이 교육 받아야"

정부가 교육개혁의 일환으로 '유보통합'을 추진하는 건, 현재의 이원화 체제에서는 교육·돌봄 여건이 달라 기관별 서비스 격차가 아동 간 격차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0~5세의 모든 영유아가 이용 기관에 관계없이 양질의 교육·돌봄 서비스를 차별 없이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30년 경력의 어린이집 원장 C씨는 "저출산으로 아이 한 명 한 명이 소중한데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이나 아이들은 보육 현장에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보육 교직원들이 아이를 정성을 다해 기를 수 있도록 교사들의 처우라든가 이런 것들이 절실하게 돼야 한다"고 말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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