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저출산의 그늘'…산부인과·산후조리원 사라지고, 유치원이 요양원으로

박지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09 05:00

수정 2023.03.09 05:00

저출산 /연합뉴스
저출산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 전남 영광군에 단 하나 뿐인 산후조리원이 이달 초 폐업 수순에 들어갔다. 지난 2015년 문을 연 이래 편리하고 안전한 시설 등으로 산모들로부터 인기가 높았지만 결국 인력난을 끝내 피해가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경력직 간호사가 퇴직하면서 병원은 신규·경력직 채용에 나섰지만 지원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지자체는 산후조리원 직영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인력을 구하지 못하면 어려운 상황이다. 영광군은 최근 합계출산율 4년 연속 전국 1위(1.81명)을 기록할 정도로 아이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동네다. 하지만 하나 뿐인 해당 산후조리원이 사라질 경우 관내 출산·육아 정책이나 분위기에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수년간 수백조원대의 천문학적 혈세를 쏟아붓고도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저출생 현상을 막지 못해 커다란 사회문제화 되는 가운데 임신에서 출산·산후조리·보육에 이르는 총체적 인프라가 전국적으로 감소하면서 저출산 현상을 더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족한 인프라와 비효율적인 혈세 투입 등으로 출산 및 육아정책이 겉도는 탓에 아이를 낳는 산모가 줄어들고, 이는 다시 관련 사회 인프라 부족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지고 있어 특단의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출산율 4년연속 1위' 영광 유일 산후조리원 폐원

8일 보건복지부의 '전국 산후조리원 현황'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전국 548곳이던 산후조리원은 2019년 518곳·2020년 501곳·2021년 492곳, 지난해 경우 475곳으로 매년 감소 추세다. 지역적 편차도 컸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에는 116개소가 있는 반면 충북·경북 등 지방은 각각 9, 12곳에 그쳤다.

산후조리 이전에 당장 출산부터 문제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측은 최근 5년간 275곳의 산부인과 병원이 폐원했다고 전했다. 산부인과가 없는 지자체는 강원 횡성·정선, 충남 태안, 전남 영암, 경북 고령, 경남 의령 등이다. 반면 서울의 경우 강남구에만 산부인과 64개소가 위치해있을 정도로 지역적 편차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최근에는 수도권 지역에서조차 출산·산후조리 인프라가 확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A씨는 "둘째를 출산했던 경기 분당 소재 산부인과가 저출산·경영난으로 올해부터 분만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며 "불과 2년만에 좋은 기억만 있던 곳이 사라지다니 슬프다"고 전했다.

윤대통령, 국민 체감할 과감한 저출산 대책 주문

보육 환경 감소 역시 저출산 기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영아 인구가 최근 급격히 감소하면서 경영난을 겪는 보육시설들이 요양원 등 노인복시시설로 변경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폐원했던 경기도 고양시 소재 A유치원도 지난달부터 노인복지시설로의 변경을 앞두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관련 글을 올린 B씨는 "주변 학원 자리도 모두 요양원 자리로 바뀌고 있어 인구절벽 현상을 절감하고 있다"며 "하다 못해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도 수십년째 리모델링이 안 된 채 방치되거나, 없어지는 경우도 있어 걱정이 크다"고 했다.

실제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전국 15개 시·도에서 제출받은 '기초지자체별 장기요양기관 전환 현황'에 따르면, 어린이집·유치원으로 운영되던 곳이 노인요양시설로 변경된 사례는 2017년부터 최근 5년간 무려 82곳에 달했다. 전환이 가장 많은 지역은 경기도(25곳)·경북(16곳) 순이었다.

이와 관련 박선권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보고서를 통해 △촘촘하고 질 높은 돌봄체계 구축 △임신 전 건강관리 프로그램 기본안 마련 등 건강하고 안전한 임신·출산 보장을 위한 세부 과제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김영미 부위원장으로부터 위원회 운영 방향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

위원회 간사인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석철 상임위원도 배석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과감하고 확실한 저출산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조만간 위원회 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저출산과 고령화 관련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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