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캄보디아에 코리안데스크 설치 위한 MOU체결 등 논의
한국과 아세안 국가 간 납치·감금·온라인 사기 등 초국경 범죄 합동작전 전개
외교부는 주한캄보디아 대사 초치해 강한 우려 표명
캄보디아 납치·감금 피해 신고 건수 2023년부터 확산 조짐
자경단 출범, 캄보디아 여행 줄취소, 국내 캄보디아인 혐오까지
한국과 아세안 국가 간 납치·감금·온라인 사기 등 초국경 범죄 합동작전 전개
외교부는 주한캄보디아 대사 초치해 강한 우려 표명
캄보디아 납치·감금 피해 신고 건수 2023년부터 확산 조짐
자경단 출범, 캄보디아 여행 줄취소, 국내 캄보디아인 혐오까지
[파이낸셜뉴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상대 취업 사기 납치와 감금·고문 등 범죄가 잇따르자, 외교·경찰 당국이 영사 조력, 현지 수사역량 강화 등 전방위적인 대응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도 캄보디아 범죄에서 국민 보호에 총력 대응을 관계 부처에 주문했다.
그러나 대학생 고문 사망을 비롯한 피해가 줄줄이 확인되고 여행 예약 취소, 주한 캄보디아인 혐오, 범죄단체 추적 자경단 활동 등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된 상태에서 뒤늦은 수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납치는 이미 2년 전부터 경고음이 들렸다.
■뒤늦게 ‘부랴부랴’ 총력 대응
12일 대통령실과 외교 소식통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최근 발생하는 캄보디아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 외교활동을 펼칠 것을 지시했다고 대통령실이 대변인실을 통해 전날 공지했다.
관계부처는 속속 대책을 내놓고 있다. 우선 경찰청은 오는 20~23일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리는 국제경찰청장회의에서 한국-캄보디아 양자회담을 갖고 캄보디아 내 한국인 대상 범죄에 대한 대응책을 의제로 다루기로 했다고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또 캄보디아에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과 경찰 파견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코리안데스크는 현지 경찰청에서 근무하는 한국 경찰, 즉 한국인 관련 범죄 전담팀을 뜻한다. 경찰청은 캄보디아 인근 필리핀에서 2012년부터 운영 중인 코리안데스크 사례를 들어 캄보디아 독자적 치안 역량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범죄를 다루는데 한국인 협조할 수 있다는 논리로 설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은 인터폴, 아세아나폴을 비롯한 국제경찰기구와 아세안 10개국·중국·일본 경찰 등이 참여하는 국제공조 협의체를 연내 출범시켜 한국과 아세안 국가 간 납치·감금·온라인 사기 등 초국경 범죄 합동작전을 전개한다. 의장은 경찰청장이 맡는다.
경찰청은 아울러 올해 7월 발족한 '캄보디아 범죄피해 공동대응팀'을 확대 운영하며 상황 점검과 수사 공조 방안 논의 차원에서 국가수사본부장의 캄보디아 방문도 추진하고 있다.
경찰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이달 중 캄보디아를 찾아가 숨진 대학생 시신 부검을 추진하는 방안 역시 캄보디아 당국과 협의 중이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에는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경찰 인력 3명이 근무하고 있어 폭증하는 한국인 겨냥 사건·사고에 대응하기 쉽지 않은 상황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경찰은 외교부, 행정안전부와 협력해 한국인 대상 범죄가 빈발하고 있는 지역에 경찰 영사를 확대 배치하고, 경찰청에 국제공조 수사를 위한 인력 30명을 보강한다.
경찰 관계자는 “13일 오후 경찰청장 직무대행 주재로 ‘캄보디아 내 한국인 대상 범죄 대응 및 국제공조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국민들께서 안심하고 해당 지역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해당 나라들과의 국제 공조 및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조현 외교부 장관이 지난 10일 쿠언 폰러타낙 주한캄보디아 대사를 초치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또 수도 프놈펜에 대한 여행경보를 특별여행주의보로 상향 조정했다.
■2년 전부터 시작된 ‘경고음’
그러나 경찰과 외교당국의 이러한 조치가 선행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는 질책도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캄보디아 내 한국인 납치·감금 피해 신고 건수는 2022년 1건에서 2023년 17건, 2024년 220건, 2025년 8월까지 330건 등으로 폭증했다. 이 중 일부는 사망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20대 대학생 A씨의 경우 구타 등 고문으로 심장마비 사망했으나 2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시신 인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40대 B씨는 사기 콜센터 강제 노동 중 구타·고문을 숨졌으며, 또 다른 20대 1명도 취업 사기로 캄보디아 현지로 향했다가 납치·감금된 후 목숨을 잃었다. 모두 올해 발생한 사건이며, 배후에 중국계 범죄 조직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캄보디아 검찰은 A씨 살해 혐의로 중국인 3명을 구속기소했고, 우리 경찰은 국내 대포통장 모집책 역할을 맡았던 일부만 검거했다.
정부 대응이 원활하지 않은 것은 캄보디아 당국의 비협조 문제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텔레그램 등 온라인에선 동남아 범죄 혐의자 신상을 공개하는 자경단이 등장했다. 일종의 '사적 제재'라는 비판도 제기되지만, 동남아발 범죄에 대한 정부 조치가 충분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구독자들은 오히려 전폭적인 지지와 응원을 보내는 상황이다.
불안을 느낀 국민들은 캄보디아 여행을 줄줄이 취소하고 있으며, 국내 거주 캄보디아인을 향한 부정적 여론도 인터넷에 자주 등장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수사 초기 단계부터 캄보디아가 한국의 요청을 적극 수용하고 협조하게 만드는 외교적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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