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들어 125조원까지 불어나
삼성전자 등 반도체 쏠림 심화
대차거래잔고가 사상 최고 수준까지 늘어나 공매도 하락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 등 반도체 쏠림 심화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일 국내 대차거래잔고는 125조6193억원으로 통계 집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7일에는 117조8012억원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120조원 내외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차거래잔고는 보유 주식을 제3자에게 빌려준 금액으로 통상적으로 공매도 수요를 가늠하는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실제 공매도는 대차잔고에 쌓여 있는 주식을 빌려 시장에 매도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대차잔고가 많을수록 공매도를 실행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된다.
대차거래 잔고 상위 종목을 보면 반도체 업종 쏠림이 두드러진다. 지난 7일 기준 SK하이닉스가 13조8310억원, 삼성전자가 10조3301억원으로 1·2위를 차지했다. 이어 LG에너지솔루션(3조4196억원), 셀트리온(2조2974억원), HD현대중공업(1조7422억원)이 뒤를 이었다. 이달 들어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 역시 SK하이닉스(2조4475억원), 삼성전자(1조5005억원)인 만큼, 개인 매수세와 대차잔고 확대가 맞물리며 수급 부담이 커지고 있다.
공매도 거래도 급증했다. 코스피가 장중 6%대까지 밀리며 '검은 수요일'로 불린 지난 5일에 공매도 거래대금은 1조9072억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약 3974억원 늘었다.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잔고 비중이 높은 종목으로는 코스피에서는 카카오페이(6.52%), LG생활건강(5.10%), 한미반도체(4.73%), 한화비전(4.68%), 코스맥스(4.15%) 순이다. 코스닥에서는 엔켐(5.59%), 에코프로(5.44%), 다날(5.22%), HLB(5.00%), 피엔티(4.82%) 등이 비중이 높다.
시장에서는 이번 흐름을 단기 조정 국면으로 해석하는 의견이 나온다. 최근 반도체, 이차전지, 전력설비 등 주도 업종의 상승폭이 컸던 만큼 고점 부담이 드러나면서 공매도 수요가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조정이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박기량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 주가가 많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실적 성장에 기반한 상승"이라며 "밸류에이션은 글로벌 증시 대비 저평가 돼있고, 증시 예탁금은 사상 수준인 88조로 대기 자금 역시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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