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로봇이 촬영한 사람 영상 실시간 비식별화 기술 연내 개발
초상권 보호하면서 AI 학습 가능한 데이터로 활용도
개인정보위-성균관대 인공지능융합원
[파이낸셜뉴스] 피지컬AI 활성화로 차량과 보행자, 도로 인프라가 데이터를 주고받는 V2X(Vehicle to Everything) 환경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자율주행차나 배달로봇 등 피지컬AI 기기들이 촬영한 도로 위 사람이나 자동차 번호판 등 민감한 개인정보의 보호와 활용이 산업계의 어려운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인공지능(AI) 학습까지 가능한 수준으로 개인정보 영상을 실시간 비식별화할 수 있는 기술을 연내 완성할 계획이어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초상권 보호하면서 AI 학습 가능한 데이터로 활용도
개인정보위-성균관대 인공지능융합원
11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자율주행 차량이 수집한 영상에서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얼굴이나 행동 정보를 자동으로 변환해 촬영과 동시에 비식별화 하는 ‘프라이버시 보존형 자율주행 데이터 기술’을 연내 개발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율차 업계, 일일이 수작업으로 개인정보 비식별화
자율차 개발에서 도로 위 사람들의 시선이나 행동정보, 연령 등의 정보는 자율차의 예측기능을 개발하는 핵심정보다. 이를테면 어린아이의 시선이 횡단보도를 향하고 있으면 자율주행차는 사전에 속도를 낮추도록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개인정보 노출 원천차단-AI 학습 데이터 확보 '두 토끼'
개인정보위와 성균관대 인공지능융합원이 함께 개발 중인 ‘프라이버시 보존형 자율주행 데이터 기술’의 핵심은 실시간 비식별화다. 차량 카메라가 촬영한 인물의 얼굴을 인식하면, 시스템이 나이·성별·시선 방향 등 학습에 필요한 속성(attribute)을 추출하고, 개인 고유의 얼굴 특징은 제거한다. 이후 표준 얼굴의 속성과 결합해 매 프레임마다 새로운 얼굴을 재구성한다.
이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비식별화 영상은 외관상 원본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개인 식별은 불가능하다. 성균관대 인공지능융합원 김광수 교수는 "이 기술은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원천 차단하면서도, AI 학습 데이터 품질을 유지해 AI시대의 최대 과제인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을 해결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비식별화된 데이터는 법적 규제의 범위를 벗어나 기업 간 공유와 공동 연구가 가능하다”며 “이를 통해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교통 관리 등 다양한 산업에서 협업과 R&D 혁신이 촉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체 기술이전 등 산업화 지원"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기술이 자율주행을 넘어 스마트시티, 로보틱스, 교통 인프라 관리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도로 CCTV, 교통 센서, 로봇 비전 시스템 등에서도 유사한 프라이버시 보호가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식별화 데이터는 AI 학습, 알고리즘 검증, 서비스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연구와 서비스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고낙준 신기술개인정보과장은 "자율주행차 등 V2X산업에서는 카메라와 영상데이터가 절대적인데, 현재는 촬영된 영상을 모두 폐기하거나 막대한 비용을 들여 비식별화할 수 밖에 없어 산업 활성화에 어려움이 많다"며 "‘프라이버시 보존형 자율주행 데이터 기술’이 완성되면 자율차 업계나 관련 영상장비 업체들의 기술개발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질좋은 AI 학습용 데이터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고 과장은 "현재 업계에서는 이같은 기술을 원하는 기업들이 많아 기술개발이 완료되면 기술이전이나 산업화 지원 등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와 자율주행 시스템이 2035년까지 3000억~4000억 달러(약 440조~585조 원) 규모의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cafe9@fnnews.com 이구순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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