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조심 안 하면 혼자 남는다"…네타냐후에 공개 경고
美, 이란과 조기 종전 추진…이스라엘은 대규모 공습 검토
베이루트 공습이 갈등 불씨, 레바논 놓고 미·이스라엘 충돌
트럼프 압박에 이스라엘 이란 공격 계획 축소
"동맹은 유지되겠지만 이란·가자 해법은 평행선"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 전쟁을 함께 시작했지만 종전 구상을 둘러싸고는 점점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전쟁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유가 안정을 원하지만 네타냐후는 헤즈볼라와 이란을 상대로 군사작전을 계속해 확실한 승리를 확보하려 한다는 것이다.
함께 시작한 전쟁, 달라진 출구 전략
AP통신은 8일(현지시간) 양국 정상 간 갈등이 최근 레바논과 이란 공습을 계기로 수면 위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최근 공개적으로 이스라엘에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공격을 자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를 무시하고 베이루트를 공습했고, 이에 대응해 이란은 지난 4월 휴전 이후 처음으로 이스라엘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전쟁 초기만 해도 양국 정상은 보조를 맞췄다. 네타냐후는 이란의 군사력과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제거, 나아가 정권 교체까지 목표로 내세웠다. 트럼프도 이란 최고지도자 사망을 발표하며 이란 국민들에게 "나라를 되찾으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전략적 차이가 분명해졌다. 트럼프는 단기간 내 정치적 성과를 얻고 전쟁을 끝내려 했지만 네타냐후는 장기전을 감수하더라도 이란과 친이란 세력을 완전히 약화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양국의 정치적 이해관계도 엇갈린다. 트럼프는 올해 선거를 앞두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유가와 물가가 오르면서 공화당 지지층 내부에서도 "또 다른 중동 전쟁에 빠져들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반면 네타냐후는 2023년 10월 하마스 기습 공격 이후 이어진 전쟁에서 아직 뚜렷한 승리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를 받고 있다. 가자지구 일부는 여전히 하마스가 통치하고 있으며 헤즈볼라도 로켓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이란 정권과 핵 프로그램 역시 건재하다.
"혼자 남는다"…트럼프의 최후통첩
가장 큰 충돌 지점은 레바논이다. 이란은 역내 포괄적 휴전을 위해서는 레바논도 협상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도 협상 타결을 위해 이를 어느 정도 수용하는 모습이다. 반면 이스라엘은 레바논 전선과 이란 문제를 분리해 접근하고 있으며 헤즈볼라 위협이 제거될 때까지 군사작전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양측 갈등은 최근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는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공습 이후 네타냐후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란 공격 중단을 요구했다. 몇 시간 간격으로 두 차례 통화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는 네타냐후에게 "비비, 조심하는 게 좋을 것이다. 안 그러면 곧 혼자 남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비비는 네타냐후의 애칭이다.
트럼프는 걸프 지역 국가들에게 이스라엘 공습을 막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이란이 미국 측에 "우리는 더 이상 공격하지 않을 것이니 이스라엘도 공격을 중단하도록 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전쟁은) 네타냐후가 아니라 내가 결정한다. 모든 결정권은 나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 공습 계획을 철회했다. 악시오스는 "이스라엘이 당초 수십 개의 이란 핵심 시설을 겨냥한 대규모 공격을 준비했으며 이는 지난 4월 이후 최대 규모가 될 예정이었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미·이스라엘 동맹이 흔들릴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의 마이클 싱은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에서 이런 긴장이 발생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라며 "다만 이번에는 갈등이 매우 공개적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의 바일란대와 라이히만대 소속 미·이스라엘 전문가 에이탄 길보아는 "네타냐후가 미국을 이란 전쟁으로 더 깊이 끌어들이지 않는 한 동맹이 흔들릴 정도의 위기는 아니다"라면서도 "이란, 레바논, 가자지구 문제를 둘러싼 근본적인 이견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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