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고에 대한 정부의 첫 제재가 이르면 10일 나온다. 업계는 이번 과징금 처분이 단순히 쿠팡만의 제재를 넘어 향후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 전반에 적용될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SKT·듀오와 형평성 촉각
9일 업계에 따르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10일 전체회의를 열고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제재 수위를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사고 발생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민관합동조사단은 '쿠팡 내 정보 수정 페이지' 취약점을 통해 성명과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 3367만3817건이 유출됐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유출 규모가 역대 최대 수준인 만큼 과징금 역시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의 최대 3%까지 부과할 수 있다. 다만 실제 과징금 규모는 유출 건수뿐 아니라 정보의 민감도, 피해 규모, 사고 인지 및 대응 과정, 사후 조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업계에서는 과거 듀오, SK텔레콤 등 주요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의 형평성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결혼정보업체 듀오는 혈액형, 혼인 여부, 재산 규모, 원천징수 내역 등 개인의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까지 추정할 수 있는 24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으로 12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SK텔레콤은 가입자 식별번호와 유심 인증키 등 민감한 통신 정보가 유출돼 금융사기와 복제폰 우려가 제기됐지만, 사고 이후 수습 노력이 반영되면서 1348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쿠팡 유출 정보가 이름과 주소, 연락처 등으로 구성돼 있어 개인의 재산이나 건강 상태, 금융정보 등을 포함한 다른 사례와 비교할 때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한 현재까지 확인된 2차 피해 사례가 없고, 쿠팡이 사고 인지 후 개인정보 회수 및 보안 조치를 진행한 점도 고려 요소로 거론된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의 개인정보 보호 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도 "제재 수준은 법과 원칙에 근거해 위반 행위의 내용과 피해 정도를 중심으로 결정돼야 하며 여론에 따른 과도한 처벌로 확대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인증키 관리와 퇴직자 계정 권한 관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만큼, 개보위가 보안 관리 체계 전반을 어떻게 판단할지도 변수로 꼽힌다.
'쿠팡 선례' 따라 산업계 혼란 우려
업계가 이번 결정에 주목하는 건 향후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사실상 기준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보위는 최근 반복적·중대한 개인정보 침해 행위에 대해 전체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으며 오는 9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최근 티빙과 CU 등 수백만명 규모 고객 정보를 보유한 기업에서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만큼, 쿠팡 사례는 향후 유사 사건에 대한 제재 수위를 가늠하는 선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최대 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인 만큼 해외 대형 정보 유출 사고와 비교한 제재 수준에도 관심이 쏠린다. 아일랜드 데이터보호위원회는 2021년 5억33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메타에 2억6500만유로(약 38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미국 신용평가사 에퀴팩스는 2017년 1억470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1억달러(약 1180억원)의 제재를 받았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정부의 행정처분 외에도 집단소송과 민사 합의 등을 통해 추가적인 책임을 묻는 사례가 적지 않아 실제 기업이 부담하는 비용은 과징금 규모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최대 규모 이커머스 기업인 쿠팡에 대해 보안 관리 미비 책임을 분명히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필요하다"면서도 "2차 피해 발생 여부와 정보의 민감성, 사고 이후 대응 노력 등에 대한 검토 없이 유출 규모만을 기준으로 과도한 제재가 이뤄질 경우 산업계 전반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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