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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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7% 성장도 장담못해 그나마 기댈 곳은 수출뿐
투자부진이 이어지면서 우리 경제가 2분기 연속 0% 중반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부진한 경제성적표가 연속으로 나오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 2.7% 달성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전망치 달성을 위해서는 수출과 내수에서 견조한 회복세가 지속돼야 한다. 투자부분이 올 들어 조정기에 진입한 것을 고려하면 당분간 회복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중 무역전쟁 심화와 사실상 예고된 한국은행 금리인상 단행 여파 등이 경제성장률 달성의 변수다.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4분기부터 3·4분기까지 3분기 누적으로 2.5%를 성장했다. 이는 지난 1·4분기와 2·4분기 누적 2.8%에 비해서 낮다. 한은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인 2.7%와 대비했을 때도 부진하다. 성장 부진 원인은 조정기에 진입한 건설과 설비투자에 있다. 건설투자는 지난 2016년과 지난해 각각 10.3%, 7.6% 성장한 바 있다. 설비투자의 경우는 지난해 14.6% 성장을 보였다. 최근 2년 동안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 추가 투자 여력이 줄어든 것이다. 한은은 올해 우리 경제가 2.7%의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올 4·4분기 성장률이 0.82%까지 반등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수출과 내수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단 수출에서는 개선 가능성이 크다. 올 4·4분기 조업일수가 늘어난 점이 수출물량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올해의 경우 추석이 9월로 앞당겨지면서 10월 영업일수가 크게 늘었다. 수출이 견조한 성장 흐름에 있는 것은 맞지만 불확실성 부분도 남아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 22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미국의 중국산 제품 관세부과가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될 경우 우리 수출이 0.5%에서 많으면 1%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내수 개선에는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는 지난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다음 달 6일부터 6개월간 유류세를 15% 인하하고, 각 부처와 공공기관이 직접 단기 일자리 5만9000개를 만드는 등 단기 부양책을 내놓았다. 오는 4·4분기와 관련 한은 관계자는 "3·4분기 지자체장 취임 등에 따른 절차상 어려움으로 정부투자 집행이 지연됐다"면서 "오는 4·4분기에는 이뤄질 것으로 보이고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은 금리인상의 여파가 경기부양책 효과를 반감할 수 있어 내수 개선을 장담할 수는 없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2018-10-25 17:3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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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무역전쟁, 오히려 미국산 자동차 위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전쟁을 통해 보호하겠다던 미국 자동차 수출이 무역전쟁으로 오히려 피해를 입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산 자동차에 고율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가운데 상대국의 보복조치를 우려한 미 자동차 생산업체들이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고 있으며 미국 내 생산시설을 늘리던 외국 자동차 업체들도 투자확대를 재고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관세전쟁이 미국산 자동차 수출을 위협하고 있다"며 최근 수년간 미국 내 생산확대를 위해 수십억달러를 투자해온 BMW, 다임러, 볼보 등 외국 자동차 생산기업들이 미중 관세전쟁으로 이같은 전략을 재고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BMW는 다임러와 함께 미중 무역전쟁에 특히 취약하다고 WSJ는 지적했다.
양사는 최근 중국과 유럽으로의 자동차 수출과 미국 판매를 늘리기 위해 미국 현지에 대규모 공장을 짓고 수천명의 직원을 고용했다. 만일 중국이나 유럽연합(EU) 등이 보복조치로 미국산 자동차에 관세를 인상할 경우 이들 기업은 비용상승을 자체 감당하거나 자동차 가격을 올려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들 기업이 관세인상에 대응해 당장 미국 내 생산공장을 폐쇄하거나 해외로 생산시설을 이전하기는 힘들더라도 계획했던 투자확대를 재고할 가능성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벌써부터 BMW가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 라인 일부를 해외로 옮길 예정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이날 사우스캐롤라이나 포스트앤드쿠리어 등에 따르면 BMW는 중국 합작사인 브릴리언스 오토모티브그룹 홀딩스와의 최근 계약에 따라 중국 내 생산량을 내년까지 연산 52만 대로 늘리는 대신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스파탠버그에 있는 공장의 생산량을 줄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보도에 대해 BMW 측은 "중국 내 생산을 늘리는 것은 맞지만 미국 내 제조시설을 옮긴다거나 생산량을 줄인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미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무역전쟁 상대국인 중국에서 생산시설을 대폭 확충하기로 했다. 미국 다음으로 큰 중국 전기차 시장이 큰 성장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중국 상하이시 정부는 지난 10일 테슬라가 연간 50만대 생산 능력을 갖춘 공장을 자유무역지대인 린강개발특구에 짓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테슬라가 보유한 해외 생산공장 가운데 최대 규모다.
테슬라 대변인은 상하이 공장이 실제 생산을 시작하는데는 앞으로 2년이 걸리고, 연간 5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2~3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년 전 대규모 해외 생산 기지 건립 구상을 밝히긴 했지만 예상보다 그 실행이 빨라진 것은 무역전쟁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테슬라는 중국이 대미 통상보복으로 지난 6일 미국산 자동차에 최고 4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자 중국에서 판매되는 세단 '모델 S'와 SUV '모델 X'의 가격을 20% 가까이 인상하기로 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2018-07-11 17: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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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의 역사, 그 승자와 패자
'인류에게 가장 큰 비극은 지나간 역사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다는 데 있다.'(영국 역사학자 아널드 조지프 토인비) 역사를 되돌아보면 무역전쟁의 끝은 항상 좋지 않았다. 무역전쟁에서는 오직 패자만 존재한다는 말이 그리 틀리지 않았다. 무역전쟁 당사국들이 만신창이가 되는 동안 다른 국가들이 어부지리로 전쟁의 이득을 챙기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19세기 말 캐나다와 미국의 무역전쟁 결말은 양국의 수출 급감이었다. 1854년 체결된 캐나다·미국 상호이해 협정(Canada-America Reciprocity Treaty)이 1866년 파기된 뒤 캐나다는 관세인상 정책을 도입했다. 경제침체 속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존 맥도널드 캐나다 초대 총리가 1878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본격적인 보호무역정책이 추진된 것이다. 결과는 나빴다. 캐나다의 대미 수출량이 오히려 급감한 것이다. 옆에서 싸움을 지켜보던 대영제국과 소비에트가 이 전쟁의 승자가 됐다. 캐나다가 미국을 대신할 수출 활로를 찾게 되면서 대영제국과 1917년 러시아 혁명 및 사회주의 부상 이후 서방으로부터 외면받던 소비에트 연방이 무역에서 혜택을 보게 됐다. 19세기 말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관세전쟁도 마찬가지다. 통일 이탈리아가 국내 산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프랑스산 제품에 강력한 관세를 부과했고, 프랑스는 이탈리아에 보복관세로 맞섰다. 그 결과는 먼저 싸움을 건 이탈리아의 패배였다. 이탈리아의 대프랑스 수출량은 급감했다. 이탈리아가 관세정책을 포기한 뒤에도 프랑스는 수년간 이탈리아에 고율관세를 계속 부과하며 고통을 안겼다. 20세기 가장 유명한 무역전쟁은 1930년 미국 스무트·홀리 관세법 제정으로 촉발된 글로벌 관세전쟁이다. 1929년 뉴욕 주식시장 폭락으로 기업들이 줄도산하고 실업자가 속출하자 허버트 후버 미국 대통령은 불황 타개를 위해 농업부문에 대한 관세인상을 의회에 요청했다. 그러나 공화당 소속 리드 스무트 의원과 윌리스 홀리 의원은 이보다 더 공격적이고 전방위적 관세법안을 주도했다. '스무트·홀리 관세법'으로 알려진 이 법안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2만여개 수입품목에 평균 59%, 최고 400%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23개 무역 상대국들이 보복관세로 대응하면서 세계적 무역전쟁이 벌어졌다. 결과는 참혹했다. 1929~1932년 세계 무역규모는 61% 줄었고,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15% 감소했다. 미국이 치른 대가는 더 컸다. 1929~1932년 수입과 수출이 각각 66%, 61% 급감했고 1930년 8%였던 실업률은 1932년 25%까지 치솟았다. 대공황이 악화되고 독일 나치 및 파시즘이 태동했다. 미국은 결국 1934년 법안을 폐기했다. 이 전쟁에 승자는 없었다. 1960년대 미국과 유럽의 '치킨전쟁'은 어땠을까. 유럽에 미국산 닭고기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유럽 농민들이 큰 타격을 입자 1962년 유럽경제공동체(ECC)는 서독에 수입되는 닭고기에 수입관세를 크게 올렸다. 이에 미국은 1963년 유럽산 브랜디, 경량트럭, 폭스바겐 버스 등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러나 ECC가 물러서지 않으면서 미국이 패자가 됐다. 의도치 않게 미국 자동차 생산업체들이 큰 피해자가 됐다. 해외시장에서 가격경쟁력 약화, 현대화 및 비용절감 실패 등으로 수십년간 어려움을 겪었다.2018년 7월 6일 0시1분(미국 동부시간 기준)을 기해 미국은 중국을 향해 무역전쟁 방아쇠를 당겼다.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 500억달러 가운데 340억달러 규모의 818개 품목에 25% 관세를 부과한다. 나머지 160억달러어치, 284개 품목에 대해서도 2주 이내에 관세가 매겨질 예정이다. 중국도 동일한 규모와 강도로 반격하겠다는 입장이다. 벌써부터 이번 전쟁의 승자가 누가 될 것인지를 점치고 있지만 '승자 없는 치킨게임'이 벌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가장 높다. 어떤 무역전쟁에서도 가장 큰 피해자는 가격상승 부담을 떠안게 될 소비자, 특히 소득 수준이 낮은 빈곤층이라는 점이 가슴 아프다.sjmary@fnnews.com 서혜진 국제부 기자
2018-07-06 16:5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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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역사속 무역전쟁 승자와 패자
'인류에게 가장 큰 비극은 지나간 역사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다는 데 있다'(영국 역사학자 아놀드 조지프 토인비)
역사를 되돌아 보면 무역전쟁의 끝은 항상 좋지 않았다. 무역전쟁에서는 오직 패자만 존재한다는 말이 그리 틀리지 않았다. 무역전쟁 당사국들이 만신창이가 되는 동안 다른 국가들이 어부지리로 전쟁의 이득을 챙기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19세기 말 캐나다와 미국간 무역전쟁의 결말은 양국의 수출 급감이었다.
1854년 체결된 캐나다-미국 상호이해 협정(Canada-America Reciprocity Treaty)이 1866년 파기된 뒤 캐나다는 관세인상 정책을 도입했다. 경제침체 속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존 맥도널드 캐나다 초대총리가 1878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본격적인 보호무역정책이 추진된 것이다. 결과는 나빴다. 캐나다의 대미 수출량이 오히려 급감한 것이다. 옆에서 싸움을 지켜보던 대영제국과 소비에트가 이 전쟁의 승자가 됐다. 캐나다가 미국을 대신할 수출 활로를 찾게 되면서 대영제국과 1917년 러시아 혁명 및 사회주의 부상 이후 서방으로부터 외면받던 소비에트 연방이 무역수혜를 입게 됐다.
19세기 말 이탈리아와 프랑스간 관세전쟁도 마찬가지다. 통일 이탈리아가 국내 산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프랑스산 제품에 강력한 관세를 부과했고 프랑스는 이탈리아에 보복관세로 맞섰다. 그 결과는 먼저 싸움을 건 이탈리아의 패배였다. 이탈리아의 대프랑스 수출량은 급감했다. 이탈리아가 관세정책을 포기한 뒤에도 프랑스는 수년간 이탈리아에 고율관세를 계속 부과하며 고통을 안겼다.
20세기 가장 유명한 무역전쟁은 1930년 미국 스무트-홀리 관세법 제정으로 촉발된 글로벌 관세전쟁이다. 1929년 뉴욕 주식시장 폭락으로 기업들이 줄도산하고 실업자가 속출하자 허버트 후버 미국 대통령은 불황 타개를 위해 농업부문에 대한 관세인상을 의회에 요청했다. 그러나 공화당 소속 리드 스무트 의원과 윌리스 홀리 의원은 이보다 더 공격적이고 전방위적인 관세 법안을 주도했다. '스무트-홀리 관세법'으로 알려진 이 법안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2만여개 수입품목에 평균 59%, 최고 400%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23개 무역 상대국들이 보복관세로 대응하면서 전세계적 무역전쟁이 벌어졌다.
결과는 참혹했다. 1929~1932년 세계 무역 규모는 61% 줄었고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이 15% 감소했다. 미국이 치룬 대가는 더 컸다. 1929~1932년 수입과 수출이 각각 66%, 61% 급감했고 1930년 8%였던 실업률은 1932년 25%까지 치솟았다. 대공황이 악화되고 독일 나치 및 파시즘이 태동했다. 미국은 결국 1934년 법안을 폐기했다. 이 전쟁에 승자는 없었다.
1960년대 미국과 유럽간 '치킨 전쟁'은 어땠을까. 유럽에 미국산 닭고기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유럽 농민들이 큰 타격을 입자 1962년 유럽경제공동체(ECC)는 서독에 수입되는 닭고기에 수입관세를 크게 올렸다. 이에 미국은 1963년 유럽산 브랜디, 경량트럭, 폭스바겐 버스 등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러나 ECC가 물러서지 않으면서 미국이 패자가 됐다. 의도치 않게 미국 자동차 생산업체들이 큰 피해자가 됐다. 해외 시장에서 가격경쟁력 약화, 현대화 및 비용절감 실패 등으로 수십년간 어려움을 겪었다.
2018년 7월 6일 0시 1분(미 동부시간 기준)을 기해 미국은 중국을 향해 무역전쟁 방아쇠를 당겼다.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 500억달러 가운데 340억달러 규모의 818개 품목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한다. 나머지 160억달러어치, 284개 품목에 대해서도 2주 이내에 관세가 매겨질 예정이다. 중국도 동일한 규모와 강도로 반격하겠다는 입장이다. 벌써부터 이번 전쟁의 승자가 누가 될 것인지를 점치고 있지만 '승자 없는 치킨게임'이 벌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가장 높다. 어떤 무역전쟁에서도 가장 큰 피해자는 가격상승 부담을 떠안게 될 소비자, 특히 소득수준이 낮은 빈곤층이라는 점이 가슴 아프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2018-07-06 13:5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