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피터팬 증후군’ 中企에 성장 사다리 놔준다

김승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9.17 10:59

수정 2014.11.03 12:13

‘피터팬 증후군’ 中企에 성장 사다리 놔준다

정부가 장고 끝에 17일 내놓은 중견기업 종합대책은 기업이 창업 후 중소기업→중견기업→글로벌기업으로 커갈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튼튼한 '성장 사다리'를 놓겠다는 취지다.

특히 중소기업을 갓 졸업한 중견기업의 경우 77개의 정책 지원에서 배제되거나 축소돼 기업들이 성장을 도모하기보다는 오히려 중소기업으로 남기를 바라왔다. 이러한 '피터팬 증후군'이 우리 경제와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부는 이번 정책 시행을 통해 기업들이 '피터팬 증후군'에서 벗어나 추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중기영역 제한적 허용, 중기 '발끈'

정부는 우선 매출 2000억원 미만의 초기 중견기업에 한해 중소기업 졸업 이후 3년간 공공구매시장에서 중소기업들과 같이 입찰 경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중견기업에 대해서도 매출 규모 등에 따라 중소기업 간 경쟁시장 납품 비중을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도입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을 졸업한 이후에도 중견기업들에 일정 부분 안정적인 판로기반을 확보해주기 위해서다.

또 중소기업 사업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에서 기존에 대기업과 같이 취급받던 중견기업에 대해선 '사업 철수' 등을 '확장 자제' 등으로 완화된 권고가 적용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일정 규모의 중견기업을 육성한다는 정책 취지가 오히려 중소기업들과의 경쟁을 격화시켜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은 중소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날 중소기업계는 발끈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통해 "가능성 있는 중소기업(예비 중견기업)을 중견기업으로 육성, 발전시키는 것이 성장사다리 정책의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예비 중견기업'이 아닌 '중견기업' 지원에 초점을 맞춘 점은 아쉽다"고 밝혔다.

중기중앙회는 "특히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에 중견기업 제한적 참여 허용과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에 대한 중견기업 권고완화 등에 대해선 중소기업 보호와 육성이라는 제도의 도입 취지와 맞지 않는다"면서 "해당 중소기업들과 이해가 상충돼 많은 갈등이 예상되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과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내기 중견기업 R&D 15% 세액공제

이와 함께 정부는 매출 5000억원 미만의 성장기에 있는 중견기업에는 8%의 연구개발(R&D) 세액공제를 확대 적용함으로써 기술혁신 역량기반을 보강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R&D 세액공제의 경우 중소기업은 25%, 1~3년차 중견기업은 15%, 4~5년차 중견기업은 10%, 6년차 이상인 매출 5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은 8%가 각각 적용된다. 대기업 등 일반기업은 3~6% 수준이다.

■중소기업 범위 변경 진통 예상

기업의 성장 여부보다는 '선택'에 따라 중소기업, 중견기업의 범위를 넘나들 수 있는 현재의 중소기업기본법(중기기본법)이 이르면 올해 11월께 수정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하지만 전문가 의견 수렴이나 공청회 과정에서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경계를 실질적으로 구분하는 데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현행 중기기본법은 제조업의 경우 상시근로자 300인 미만 또는 자본금 80억원 이하(매출액 1000억원 이하)이면 중소기업에 포함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근로자 수 또는 자본금(매출액) 하나만 충족해도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 때문에 더 많은 혜택을 누리는 중소기업에 남기 위해 기업을 분할하는 등 편법적 방법이 동원된다. 한 예로 매출액이 1000억원을 넘어도 근로자가 299명이면 중소기업에 포함된다.

중소기업청 한정화 청장은 "2006년부터 2011년 사이에 중견기업 중 연평균 73개 기업이 근로자 감소(50%), 지분변동(34%) 등 인위적 방법으로 다시 중소기업으로 복귀한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게다가 3년의 중소기업 유예제도에 제한 없이 졸업 후에도 조건만 맞으면 무한 반복해 중소기업으로 돌아갈 수 있는 맹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자본금 지표를 없애고 매출액 지표로 대체하는 동시에 상시근로자 또는 자본금(매출액)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택일주의' 폐지 여부 등도 고민 중이다.

아울러 인위적 방법으로 중소기업 지위를 유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중소기업 졸업 유예는 최초 1회로 제한키로 했다. 또 중견기업이 우호적인 방법으로 인수합병(M&A)을 통해 중소기업의 대주주가 되는 경우 피인수기업에 대해선 3년간 중소기업 졸업을 유예해주는 방안도 도입할 예정이다.

이번 '성장사다리 구축 방안'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은 가업승계에 따른 상속공제 대상 범위 확대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중소기업계나 중견기업계는 기업이 대를 이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매출액 기준으로 1조원 미만 중견기업도 상속공제 대상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가업승계, R&D 세액공제, 인력 및 판로 확보 등 향후 지속적으로 보완.개선해야 할 부분들이 다소 남아있어 아쉬움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bada@fnnews.com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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