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세계는 전기차 열풍] 삼성SDI-LG화학-SK이노베이션, 배터리 수주전 치열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0.31 17:22

수정 2014.10.31 19:22

[세계는 전기차 열풍] 삼성SDI-LG화학-SK이노베이션, 배터리 수주전 치열

미국 첨단산업의 요람인 실리콘밸리에서는 요즘 특별한 대형 세단이 자주 눈에 띈다. 폭발적인 가속력으로 차들을 앞질러 나가지만 이 차는 엔진 소리가 나지 않는다. 엔진 대신 300마력 모터를 내장한 이 차는 전기차업체인 테슬라 모터스가 개발한 모델S다. 최상급모델 가격은 1억원 안팎. 소위 돈 좀 있다는 사람들은 같은 가격이면 BMW나 벤츠, 포르셰 대신 이 차를 선택한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출고단가 4000만~5000만원대로 이미 레이EV, 스파크EV, SM3 ZE 등 전기차가 국내 지자체에 도입됐다.

내년엔 BMW의 i3와 기아차의 쏘울EV(가칭)도 가세한다. 환경부와 지자체의 보조금을 고려하면 민간인도 200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충전 없이 갈 수 있는 거리가 130~150㎞ 안팎이지만 도심 출퇴근용으로는 쓸 만하다는 지적이다. 미국, 유럽 등을 중심으로 전기차가 친환경 자동차의 주류로 자리매김할 경우 완성품을 만드는 자동차 제조업체뿐 아니라 주요 부품을 만드는 업체까지 대거 혜택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기차 비관론자는 높은 가격과 빈약한 인프라 등을 문제로 전기차 무용론도 주장하고 있으나 친환경 차량의 중심으로 전기차가 무섭게 속도를 내고 있다. 2015년 정부 정책에 따라 저탄소차에 보조금 혜택을 주기 시작하면 전기차에 대한 구매 혜택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내수시장은 아직 작지만 미국, 유럽 등을 중심으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여 국내 관련업계체도 수주 경쟁에 들어갔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모터와 배터리에 이어 앞으로는 고급 전기차에 쓰이는 대형 터치스크린 계기판, 전기차용 운영체제(OS)와 이를 위한 파생 소프트웨어(SW) 시장까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핵심 부품 놓고 소리없는 전쟁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각광받는 핵심 부품업체는 배터리 제조업체들이다. 이미 삼성SDI와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BMW와 폭스바겐 등 주요 독일차 업체를 대상으로 치열한 수주전에 들어갔다.

삼성SDI는 내년 상반기 국내에 들어오는 BMW i3의 배터리를 수주한 데 이어 미국 전기차 테슬라의 배터리 수주를 노렸으나 기존 공급업체인 파나소닉에 밀렸다. 테슬라의 내년 전기차 공급목표는 약 2만대. 전기차 공급이 늘어날 경우 배터리 발주량을 더 늘릴 수도 있어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SDI는 크라이슬러 등 다른 업체의 전기차 배터리 물량도 수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SK이노베이션은 독일 시장을 필두로 수주를 늘리겠다는 전략이며, 이미 독일 부품업체인 콘티넨탈과 제휴를 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기술과 콘티넨탈의 전기차 배터리 운영시스템을 결합해 수주 성과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콘티넨탈은 이미 르노삼성이 개발한 전기차 SM3의 감속기 등 주요 부품을 공급했다. 감속기는 운전자가 전기차의 가속페달에서 발을 뗐을 때 바퀴가 돌아가는 동력을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장치다. 일종의 발전기 역할을 해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자동차의 속도를 줄이는 역할도 한다. SK이노베이션은 내년 상반기에 기아자동차가 출시하는 전기차 쏘울의 배터리도 수주한 상태다.

자동차 핵심 동력인 모터 역시 전기차 업체들의 주문이 많아 다양한 상품이 개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타이어 내장재 등 각종 제품을 만드는 효성이 만든 모터는 이미 레이 전기차에도 탑재돼 있다.

차체에 무거운 대형 배터리가 탑재되면서 경량화 역시 전기차의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전기차의 경량화를 처음 시도한 것은 BMW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기존 모델에 모터와 배터리를 얹는 방식이지만 BMW는 무게를 줄이기 위해 i3의 소재부터 바꿨다. 트렁크 등을 제외한 나머지 차체를 모두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으로 대체해 무게는 줄이고 강성을 높였다. 미국의 SGL카본이라는 업체에서 탄소섬유를 가져온 후 BMW가 이를 완제품으로 업그레이드해 독일 라이프치히 공장에서 만드는 형식이다.

BMW의 i3가 성공할 경우 다른 전기차 업체들도 신소재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BMW i3에 들어가는 타이어는 전기차 내부 공간을 넓히고 접지력을 높이기 위해 휠은 48.26㎝(19인치)로 키우고, 지면에 닿는 폭은 얇은 형태로 브리지스톤에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머지않아 '전기차=스마트카' 성립

전기차 보급이 확산되면 하드웨어(HW)뿐 아니라 SW업계에 미치는 파장도 커진다. 전기차 특성상 SW 등 정보기술(IT)과 융합되면서 '전기차=스마트카'라는 인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 휴대폰이 스마트폰으로 자연스럽게 자리매김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테슬라는 대형 전기차를 만들면서 일반 차의 센터페시아(중앙계기판)에 해당하는 부분을 대형 터치스크린으로 대체했다. 터치의 용도를 에어컨·소리 조절 등 단순한 기능에서 벗어나 직관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발상을 바꿨다. 터치스크린의 자동차 모양에서 천장을 손가락으로 '스윽' 밀면 선루프가 열리는 등 글을 읽지 못해도 각종 편의시설을 쉽게 운용할 수 있다. 자체 운영시스템은 이동통신사의 3G망에 연결해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면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업데이트되도록 설계했다. 최근엔 '슬립모드(sleep mode)'를 탑재, 차량에 시동이 걸린 상태에서도 전기를 아끼도록 했다.

테슬라는 최근 애플의 하드웨어 담당 엔지니어를 영입, 첨단기능을 더 강화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전기차를 위한 맞춤형 OS가 만들어지거나 응용프로그램(앱)도 파생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애플의 iOS에 이어 안드로이드 OS를 만든 구글도 내부적으로 자동차용 OS 개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앞으로 공공용, 개인용과 함께 여러 사람이 빌려 쓰고 나눠 타는 카셰어링 프로그램 등으로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기차 보급 속도가 빨라지면 '스마트카'라는 큰 틀에서 새로운 OS나 SW시장도 창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ksh@fnnews.com 김성환 박하나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