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을 꺼내며] ‘상하이 모델’을 주시하라

김성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1.03 17:01

수정 2013.11.03 17:01

[취재수첩을 꺼내며] ‘상하이 모델’을 주시하라

공식출범한 지 한 달 만에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자유무역구·FTZ)에 신규사업자 등록을 마친 중국 국내외 기업이 200개를 넘겼다고 한다. 또 여러 지역에서 제2 자유무역구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광둥성이 상하이 자유무역구의 45배 크기인 자유무역구 개설을 당국에 신청했다는 홍콩언론의 보도도 있었다. '중국 개혁.개방 시험대 시즌2'의 대장정이 시작된 셈이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과감하게 선보이는 이들 대형 자유무역 지대의 움직임에 한국과 홍콩, 대만은 물론 일본 등 이웃 국가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상하이 자유무역구의 서비스업 개방 확대방안은 우리 기업들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의 은행, 의료보험, 원양화물 운송, 신용조사, 투자관리, 의료서비스 등 분야의 진입 문턱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리나라의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정책과도 연계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외국기업과의 합작 형태로 영리 교육기관과 직업훈련기관 설립을 허용하고,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기존 합작투자 이외에 외국투자가가 단독으로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대외개방을 크게 확대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상하이 지역에 설립되는 자유무역구는 중국 전역에서 처음 설립되는 자유무역지대다. 상하이 와이가오차오 보세구, 와이가오차오 보세물류원구, 양산 보세항구, 푸둥 종합보세구 등 4개 지역 28.78㎢로 이뤄진 이 지역은 주변 국가와 기업에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중국의 고도성장을 이끈 첫 개혁.개방에 이어 새로운 경제발전의 패러다임을 열겠다는 야심 찬 기획 아래 금융을 포함한 서비스 분야의 과감한 개방과 외환.금리 자유화 시행이 예상된다.

상하이 자유무역구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될 경우 환적화물을 주로 취급하는 우리나라 부산항과 인천공항에 직접적인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항만물류 면에서 세계 5위 규모인 부산항의 컨테이너 환적물량 확보에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점은 걱정스러울 정도다.

현재 상하이 자유무역구 내에서 활동 중이거나 진출을 고려하는 우리 기업은 극소수다. 알려진 기업으로는 범LG계열 종합물류기업인 범한판토스 정도를 꼽을 수 있다. 더구나 대부분의 국내 대기업 종합상사 등은 상하이 자유무역구와는 1시간가량 떨어져 있다.
하지만 머지않아 이 지역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전역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국내외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상하이 모델'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광저우, 샤먼, 톈진, 충칭, 저장, 산둥 등 대륙의 주요 항만 전역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가만히 앉아서 관망만 하기에는 중국의 잰걸음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win5858@fnnews.com 김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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