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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기술 ‘글로벌 거인의 습격’] (상) 국내업체 역차별 규제 신음.. 해외기업이 시장 점령

박지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1.24 17:09

수정 2013.11.24 17:09

[정보통신기술 ‘글로벌 거인의 습격’] (상) 국내업체 역차별 규제 신음.. 해외기업이 시장 점령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를 내세우며 집권한 지 1년이 돼 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저성장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 경제를 '창조경제'로 해결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민은 창조경제의 핵심인 정보기술(IT)산업을 중심으로 창업 열풍이 불어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나고 우리 경제가 활력을 띨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정부 규제는 과거보다 오히려 심해지고 있다. 특히 인터넷과 디지털 콘텐츠산업이 규제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정부는 창조경제를 육성하겠다고 외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이 같은 법과 규제로 국내 업체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토종 기업들이 정부 규제로 발목을 잡힌 사이 해외 업체들은 조금씩 우리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 규제가 해외 업체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 규제가 당초 의도와 달리 국내 산업을 침체시키는 '역차별'의 결과로 드러나는 현상과 원인 및 대안 등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가 '글로벌 거인들의 진격'으로 신음하고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밀린 네이버의 '미투데이'와 SK커뮤니케이션즈의 'C로그', 다음의 '요즘' 등 토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들은 서비스 종료를 잇따라 선언했다. 국내 오픈마켓과 인터넷 동영상 시장에서는 이베이와 구글에 업계 1위 자리를 내준 지 오래다. 포털과 게임시장도 안전하지 않다. 국내 포털시장에서 지난 9월 구글은 업계 2위인 다음의 점유율을 넘어서기도 했다. 게임시장에서는 중국 거대 ICT 기업 텐센트가 치고 올라오면서 1위 자리를 내주었다.

문제는 해외기업의 이 같은 파상공세가 국내 '소비자의 선택'이 아닌 정부의 역차별성 규제 때문이란 점이다. 특히 국내 시장 점유율 80%를 넘어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한 구글은 국내기업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소비자 선택' 아닌 '역차별' 때문

유승희 의원(민주당)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 동영상 시장은 지난 2009년 정부의 인터넷 실명제가 실시된 이후 이를 준수할 의무가 없는 구글의 유튜브가 점령했다. 비단 인터넷 동영상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인터넷 쇼핑 시장인 오픈마켓에서도 상황은 같다. 지난 2009년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인 이베이(eBay)가 지마켓을 인수하면서 이베이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60%를 넘어섰다. 국내 SNS 업체들이 놓인 상황은 더 심각하다. 특히 3년 전만 해도 '국민 SNS'로 불렸던 SK컴즈의 싸이월드는 페이스북에 1위 자리를 빼앗겼다. 이런 상황에서 정보기술(IT)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포털과 게임도 해외 업체에 왕좌를 내주게 되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광고 검색 수익이 매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포털사의 경우 지난달 정부에서 발표한 '인터넷검색서비스발전을 위한 권고안'에 대한 부담이 크다. 네이버 황인준 최고재무관리자(CFO)는 "포털 규제로 인한 사업적 영향에 대해 이용자의 반응과 매출 추이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페이스북과 이번 달부터 검색광고 시장에 진출하는 트위터는 이 같은 제재로부터 자유로운 상황이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트위터의 경우 이번 달에 광고 상품을 공개한 뒤 바로 광고대행사를 찾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 업계의 고심도 만만치 않다. 국내온라임 게임시장은 현재 중국 텐센트가 인수한 라이엇게임스의 '리그오브레전드(LoL)'가 40%의 압도적인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는 게임은 미국 EA의 '피파온라인3'이다. 한 게임이용자는 "요즘 (e스포츠 방송 채널인)온게임넷을 틀어 보면, LoL, 월드 오브 탱크나 스타크래프트2와 같이 외산 게임 위주로만 방송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보호 나 몰라라

정부의 이 같은 역차별성 규제는 '불공정한 경쟁환경' 조성에서 그치지 않는다. 정부 규제의 손길이 닿지 않는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은 음란물을 비롯한 각종 유해정보의 유통창구가 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는 이를 저지할 법망도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19세 금지 판정을 받은 아이돌 가수 현아의 뮤직비디오는 공개 하루 만에 유튜브 조회 수 400만건을 기록했다. 청소년들이 특별한 인증 절차 없이 쉽게 이 영상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오픈마켓에서도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구글플레이와 애플앱스토어에서 지난해 1월부터 지난 8월까지 총 285건의 유해성 콘텐츠가 유통됐다고 밝혔다. 국내 마켓에는 '사전심의' 과정을 거쳐 유해물이 유통될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해외 마켓은 '사후심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정부 규제에서 자유롭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무분별한 규제가 조정되지 않는 한 이 같은 해외기업에 IT시장을 내주는 현상은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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