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북카페 같은 연구실..과학연구 환경 파격변신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1.25 16:53

수정 2013.11.25 16:53

포항공대(POSTECH) 오용근 석학교수가 내부를 직접 설계한 연구실은 유명 정보기술(IT) 회사의 라운지나 도심의 북 카페처럼 디자인돼 여러 교수나 연구자들이 창의적인 연구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분위기를 연출해준다.
포항공대(POSTECH) 오용근 석학교수가 내부를 직접 설계한 연구실은 유명 정보기술(IT) 회사의 라운지나 도심의 북 카페처럼 디자인돼 여러 교수나 연구자들이 창의적인 연구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분위기를 연출해준다.

#.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2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방사선실험실은 포화상태였다. 수백명의 과학자들이 동시에 연구할 수 있는 공간을 구축하기 위해 급히 확장 공사에 나섰고 단 하루 만에 설계한 뒤 6개월 만에 완공했다. 급히 건물을 짓느라 구조적 효율성은 매우 낮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에서는 1988년 철거될 때까지 비디오게임 및 마이크로웨이브의 원리, 컴퓨터 해킹, 고속사진 기술 등 혁신적인 과학기술 사례가 배출됐다. 이후 사회경제학자들은 분석을 통해 건물이 가진 비효율적인 공간 디자인이 과학자들의 창의성을 향상시켰음을 밝혔다.
건물 내 복도에서 길을 잃은 과학자들이 서로 자주 마주치면서 소통을 하기 시작했다. 또 연구자들이 자신의 연구실을 가건물이라 생각했기에 필요에 따라 연구 공간을 3층까지 트거나 변화시키면서 창의성이 향상됐다.

세계의 수많은 심리학자들이 창의성 발현을 위해 '창의적인 개인'과 '창의적인 환경'이라는 두 요소를 꼽고 있는 가운데 국내외 과학자들의 연구 환경도 회색빛의 경직된 분위기에서 화려한 색감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로 변화하고 있다.

■자유로운 환경이 키운 창의력

25일 과학계에 따르면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수학과 오용근 교수의 연구실은 마치 유명 정보기술(IT)회사의 라운지나 도심의 북 카페 같은 구조를 갖추고 있다.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석좌교수로 재직하다 지난해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하학수리물리연구단을 맡게 돼 포항공대에 정착하면서 여러 교수 및 연구자들과 창조적인 연구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장소가 필요하다고 느껴 그가 직접 연구실 내부를 디자인했다.

오용근 교수는 "수학연구소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열린 공간"이라며 "수학연구는 대화하고 교류를 통해 창조적인 사고를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에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미국의 프린스턴대 고등연구소나 프랑스 고등연구원 같은 곳도 이러한 공간을 이미 구축한 지 오래고 이를 통해 개개인이 한정된 사고방식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받는다"며 "연구자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는 심리 연구결과를 반영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실에서 소통공간으로 진화

과학자들의 창의성 향상을 위해 소통이 가능한 공간을 구축하는 것도 부각되고 있다. 독일의 막스플랑크(MPI) 연구소와 스위스의 로잔 공과대학교 등이 연구소 중심 공간에 나무를 심거나 기하학적 구조의 라운지를 만드는 등 교수와 학생들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구축한 사례를 본받아 국내 대학과 연구소도 벤치마킹에 나서고 있다.

카이스트(KAIST)의 바이오 융합연구소(KIB)는 건물 안에 교내 10개의 생명공학 관련 연구실이 마을 형태로 모였다. 이곳에 입주한 연구실 사이에는 칸막이가 없어 바로 옆 연구실이 어떤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진행 과정이 어떠한지 알 수 있다. 교수의 사무실도 통유리로 돼 있어 교수와 학생 간 비밀이 없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김선창 KAIST 생명과학과 교수는 "약 2100㎡ 규모의 넓은 연구소 내에 생물학을 비롯해 이와 연결돼 있는 화학, 뇌공학쪽 연구소가 밀집돼 있다"며 "교수 간 파티션을 없애고 가운데에 라운지를 조성해 매달 융합을 위한 해피 아워 파티를 진행하는 등 서로 소통하고 아이디어를 발견하는 공간으로 변모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장벽을 없애니 효율성과 연구 창의력이 극대화됐다"며 "일종의 시골마을 품앗이 하듯 서로 연구도구를 공유하고 자연스레 융합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돼 대형 과학 프로젝트 수주도 이뤘다"고 덧붙였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도 지난해부터 올해에 걸쳐 연구원들 간 소통을 위한 '펀 에어리어(Fun Area)'를 구축했다.
기존 공용공간을 개선해 소통을 위한 소형 미팅룸을 만들고 보드게임과 다트, 탁구장 등 놀이.체육공간 및 예술적 감수성을 자극하는 전시공간도 마련했다.

포항공대는 미래IT융합연구원(CITE) 내에 창의공간을 설치했다.
휴먼웨어 컴퓨팅과 지능형 로봇, U-헬스 등 차세대 IT 융합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이 공간은 학제 간 융합 강화를 위해 교수들의 연구실 가운데에 학생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구축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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