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이어도에 날아가기도 벅찬 한국 전투기 ‘굴욕’

장용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1.26 17:23

수정 2013.11.26 17:23

이어도에 날아가기도 벅찬 한국 전투기 ‘굴욕’

중국이 이어도 상공을 자신들의 항공정보구역에 포함시키면서 한·중·일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우리나라가 이어도 상공을 방공식별구역(KODIZ)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 정부당국에 따르면 제주도 남단의 마라도 상공 이남의 공역(空域)은 우리 측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포함돼 있는 데도 일본의 방공식별구역(JADIZ)에 편입돼 일본 항공자위대가 관할해 왔다. 이어도는 수중 암초로 국제법상 영공과 영해를 가지지 못하지만 정부는 이곳을 우리 측 관할 수역으로 보고 1980년대 후반 과학기지를 건설.운영해 왔다.

이와 관련, '우리 영공을 방치했다'는 지적과 함께 지금이라도 KODIZ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軍 "필요하나 현실적 어려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공군과 군사전문가들은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군 관계자는 "사실상 이어도 상공에서 자유롭게 작전할 수 있는 전투기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우리 공군기 중 KF-16과 F-15K 등 최신기종만 이어도 상공에서 작전이 가능한데 기체 수가 절대 부족해 독도 경비와 대북 경계 및 요격, 동.서해 초계임무 등 현재 부여된 임무만으로도 벅차다는 것이다.

특히 최신기종 대부분이 충청, 경북 등 중부지역에 위치, 이어도까지 거리가 왕복 1100㎞에 달해 제대로 작전을 펼 수 없는 것도 문제다.

자주국방네트워크 신인균 사무처장은 "결국 KF-16이나 F-15K가 충남 서산이나 대구에서 출격해야 하는데 거리가 멀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작전가능시간도 크게 짧아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산에서 출격한 F-16이 이어도 상공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20여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신기종들을 광주기지 등으로 이전하는 방법이 있지만 대북 경계태세에 빈틈이 생기고 중국을 지나치게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 밖에 F-4팬텀과 F-5제공호가 있지만 전투반경이 짧아 이어도에서 가장 가까운 광주기지까지 왕복하기에도 힘겹다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공중급유기·제주 공군기지 필요

이와 관련, 예비역 공군 고위 장교들과 군사전문가들은 최신예 전투기 추가구매와 함께 공중급유기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 예비역 공군장성은 "무장을 많이 한 전투기는 작전 반경이 좁아질 수밖에 없어 장거리 임무를 맡으면 무장을 많이 실을 수 없다"면서 "하지만 공중급유기가 있다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비상사태 발생 시 초계 중인 전투기가 공중급유기로부터 급유를 받아 곧바로 작전에 재투입될 수 있는 만큼 공군 전력에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 제주지역에 건설 중인 해군기지 부근에 공군기지를 함께 건설하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와 별도로 군사전문가들은 F-35 등 최신 전투기와 FA-50, KFX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 개발 등 공군력을 수적으로 보강하는 것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이어도는 우리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도 이것에는 이의가 없다"며 "카디즈를 (이어도까지) 연장하는 문제는 관련 부처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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