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자고나면 폐업.. 손님은 ‘뚝’ 죽어가는 용산상가

박세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1.27 17:03

수정 2013.11.27 17:03

철거를 앞두고 문을 닫은 서울 용산의 터미널전자상가. 26일 찾은 터미널전자상가에는 아직 걸려있는 간판과 미처 치우지 못한 매대가 놓여 있다.
철거를 앞두고 문을 닫은 서울 용산의 터미널전자상가. 26일 찾은 터미널전자상가에는 아직 걸려있는 간판과 미처 치우지 못한 매대가 놓여 있다.

#. "PC시장이 죽으면서 소상공인들이 가장 먼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수입·제조업자나 대형업체들마저 직접판매에 뛰어드니 영세업자들이 버틸 재주가 있겠습니까."(용산 선인프라자 조립PC 판매상 김모씨)

지난 1987년 문을 연 이후 국내 최대 전자상가가 밀집한 '한국 정보기술(IT) 기기의 메카' 서울 용산전자상가가 화려했던 전성기를 뒤로한 채 죽어가고 있다. 온라인쇼핑몰과 대기업 양판점이 속속 생겨나면서 '전자제품=용산'이라는 공식이 점점 희미해지는 데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가 PC 시장을 잠식하며 용산전자상가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긴 것이다.

■'암흑기'에 빠진 용산전자상가

지난 26일 오후 용산전자상가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터미널전자상가는 활력을 잃은 모습이 역력했다.

"손님, 둘러보고 가세요"라는 과거 '용팔이(용산상가 호객꾼)'들의 호객행위는 찾아볼 수 없었고, 그 대신 곳곳에 쌓여 있는 짐과 굳게 닫힌 셔터문에 걸린 임대광고가 을씨년스러운 이곳의 분위기를 대변했다.

아직 걸려 있는 간판과 미처 치우지 못한 매대만 이곳이 한때 주말마다 용산상가를 찾던 '용산 키즈'들의 성지였음을 짐작하게 했다. 재개발을 앞둬 360여곳에 달하던 매장은 대부분 근처 선인프라자, 나진상가 등으로 이전했지만 폐업을 알리는 공고문이 붙어있는 매장도 수두룩했다.

저가형 조립PC 판매점과 부품업체가 모여있는 인근 선인프라자와 나진상가도 한적하긴 마찬가지였다. 층마다 수백개씩 매장이 빼곡히 들어서 있지만 지금은 곳곳에 셔터를 내린 채 다음 주인을 기다리는 빈 매장이 즐비했다. 현재 선인프라자는 1500여개 매장 가운데 300여곳이 문을 닫아 공실률이 20%까지 오른 상태다. 선인프라지 상우회 관계자는 "불과 3년 만에 공실률이 2배 이상 상승했다. 스마트폰 때문에 PC 시장 자체가 죽은 게 큰 탓"이라며 모바일 광풍의 현실에 답답해했다.

바로 옆 나진상가도 450여곳이던 PC 관련매장이 3년 새 250개까지 줄었다. 나진상가의 한 중고PC 판매점 사장은 "데스크톱 시장이 죽으면서 용산의 대명사였던 조립식 PC 판매점들이 자고 나면 문을 닫고 있다"며 "폐업 매장이 늘어나니 단골 손님들도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중고PC·온라인 진출로 자구책

조립PC 시장이 설 자리를 잃으면서 용산전자상가 상인들은 중고PC 판매나 온라인 판매 등으로 자구책을 찾고 있다. 이런 변화는 2010년부터 시작됐다는 게 이곳 사람들의 전언이다.

이곳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의 한 대표는 "3년 전까지만 해도 중고PC 업체를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조립업체와 엇비슷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선인프라자의 한 판매상은 "가격이 저렴한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되면서 조립PC는 직격탄을 맞았다"며 "3년쯤 전부터 그나마 마진을 남길 수 있는 중고PC 업체들이 속속 생겨난 것 같다"고 전했다.

용산전자상가 상인들이 오프라인 판매를 접고 온라인 PC 매장으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나진상가에는 대형화된 PC 조립업체들이 폐업한 매장을 사무실과 물류창고 등으로 활용해 온라인 영업을 하는 곳이 많았다.

한 조립PC 업체 관계자는 "용산업체 가운데 다나와, G마켓 등 대형 오픈마켓에 입점해 컴퓨터를 판매하는 곳이 꽤 있다"며 "급변하는 PC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는 고육지책"이라고 씁쓸해했다.

sane@fnnews.com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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