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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경제 최대의 적은 태풍이라고?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1.27 17:34

수정 2013.11.27 17:34

일본경제가 태풍에 휘말리고 있다. 태풍피해가 지난 20년 사이 급증하더니 앞으로 계속 증가한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막 시작된 회복세가 자연재해에 발목 잡힌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경제지 포천 인터넷판은 26일(현지시간) 독일 재보험사 뮌헨 리의 자료를 인용해 1980년~2008년 사이 아시아에서 막대한 보상액을 초래한 자연재해 10개 중 8개는 일본을 강타한 태풍이었다고 밝혔다.

일본 도쿄대 기후학자 미구엘 에스테반은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태풍으로 인해 대중교통뿐만 아니라 항구 같은 사회기반시설이 멈출 때마다 경제적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태풍 피해 갈수록 커져

일본이 태풍으로 겪었던 고통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나 그 정도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미 지난달 3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26호 태풍 위파를 비롯해 올해 일본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친 태풍은 총 28개로 예년 평균 26.7개보다 많다.

앞으로 30개를 넘으리라는 예측도 있다.

경제적 피해도 막심하다. 지난 10월 현대경제연구원이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2002~2011년 10년간 일본의 연평균 태풍 피해액은 3조537억원에 달하며 같은 기간 태풍 1개당 피해액은 7271억원으로 추정된다.

주일 영국대사관이 펴낸 기후보고서를 살펴보면 일본이 1990년대 태풍으로 입은 직접피해액은 1970년대 피해액보다 35배나 늘어나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에스테반은 "해안지역 거주 인구가 계속 늘면서 태풍 발생 시 인명과 재산피해는 50년 전보다 훨씬 늘어났으며 그에 따른 경제적 피해도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지구온난화 심화…'슈퍼태풍' 우려

태풍이 사나워지는 것도 문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기후학자 케리 에마뉴엘은 "지난 20년 동안 서태평양에서 발생하는 태풍 숫자는 줄었으나 지구온난화로 수온이 오르면서 태풍 등급은 지금보다 상승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 태풍 통계에서 풍속이 초당 56m가 넘는 태풍은 1970년대 연평균 11회 발생했으나 1990년대 이후에는 발생빈도가 18회로 늘었다. 최근 필리핀을 강타한 슈퍼태풍 하이옌의 최대풍속은 초당 90m였다.

기후가 요동치면서 식량과 에너지를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일본이 감당해야 할 비용도 늘어날 전망이다. 2006년 영국정부가 발간한 '기후변화의 경제학' 보고서에 의하면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 국제사회가 매년 지출해야 할 비용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5~20%로 추정된다.

에스테반은 "2085년을 기준으로 일본은 매년 태풍으로 인한 항구 폐쇄에 대처하기 위해 약 306억~1276억엔(약 1조3321억원)의 비용을 더 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이처럼 커져가는 태풍피해를 막으려면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포천은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더욱 화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다며 실현 가능성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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