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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강국을 가다] 중산층 강국 ‘한국식 모델’ 만들자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1.01 16:18

수정 2014.10.30 18:35

[중산층 강국을 가다] 중산층 강국 ‘한국식 모델’ 만들자

【 프랑크푸르트(독일)·취리히(스위스)=김학재 기자】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독일과 스위스 등 유럽의 선진국들이 돋보일 수 있었던 것은 중산층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소득수준은 높았고 여전히 질 높은 복지수준을 자랑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들 국가에서도 점차 벌어지는 빈부격차로 '허리' 역할을 하는 중산층이 줄어들자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을 허리가 강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선 무조건적인 '선진국 배우기'보다는 '한국식 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우리 국민성과 체질에 맞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1일 독일경제연구소(DIW)에 따르면 허리가 강한 독일 중산층 비중은 1997년 65%였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감소세를 보이며 지난 2010년에는 58% 수준으로 줄었다.
미국 중산층 비중도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에는 55.2%였으나 2011년에는 53.9%로 줄었다. 일본 중산층 비중도 70%대를 유지했으나 0.6%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삼성경제연구소 분석이다. 한국은 60%대를 유지했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수준과 괴리가 크다는 평가다.

스위스 싱크탱크인 아베니르스위스는 지난해 스위스 4인가족 중산층 소득이 월 1만3050스위스프랑(약 1540만원)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인구 800만명에 불과한 스위스의 지난해 가계부채가 6000억스위스프랑(709조원) 정도로 늘어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최근 소득양극화마저 커져 전 국민에게 250스위스프랑(300만원)을 매달 지급하는 안건이 올해 국민투표에 부쳐진다.

파트릭 쉘렌바우어 아베니르스위스 박사는 "수치상으로는 격차가 크지 않아도 스위스 국민의 90%가 날이 갈수록 소득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느낀다"며 "고령화 사회로 인구구조가 변하면서 국가가 받는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 또한 주요 사회과제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같이 선진국들의 고충은 우리와도 유사하다. 이 때문에 성공한 나라들의 공통된 정책 틀은 유지하되 우리만의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어려운 시기를 견뎌낸 국가들은 '원만한 노사관계 구축'과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확대'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고성장을 이어가던 유럽 주요 국가들은 최근 저성장 기조 속에 치열했던 노사관계를 정리하고 협업관계로 전환했다. 아울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방하고 있는 국가들은 모두 튼튼한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중앙집중식 대기업이 아닌 지역 기반 강소기업을 기반으로 중산층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과정은 그 나라만의 역사와 고유한 문화가 어우러져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국민의 정서에 맞는, 맞춤형 정책설계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지난해 우리 정부가 추진했던 '시간선택제 일자리'와 '중산층 과세 확대' 등은 한국만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한 섣부른 시도라는 평가다.


대부분의 사회시스템은 사회구성 계층이나 계급 간 투쟁과 타협의 산물이기에 역사적 과정에 대한 연구와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적용 여부를 따져본 뒤 시행착오를 줄일 방법부터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 교수는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학습하고 벤치마킹하면서도 우리의 실정에 맞는 '한국 모델'을 끊임없이 실험하고 창조해야 한다"며 "정부는 자본주의 다양성이 유지되는 현실 속에 경제적으로 성공한 국가들이 어떻게 삶의 질을 높이려고 노력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hjkim01@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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