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美 2차 테이퍼링 후폭풍] 안정 되찾던 금융시장, 동유럽 불안에 환율 14원 급등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2.03 17:18

수정 2014.10.30 00:16

[美 2차 테이퍼링 후폭풍] 안정 되찾던 금융시장, 동유럽 불안에 환율 14원 급등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여파가 동유럽 국가들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한국 금융시장도 크게 술렁거렸다. 아르헨티나, 터키 등 신흥국의 불안으로 잠시 흔들렸다가 안정을 되찾았던 한국 금융시장은 미국의 추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결정으로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까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다시 한번 요동쳤다.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급등(원화값 급락)했고, 코스피지수도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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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급등…7개월 만에 최대폭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29일(1070.4원)보다 14.1원 급등한 1084.5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14원 넘게 오른 것은 지난해 6월 20일(14.9원) 이후 7개월여 만이다. 당시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미국의 양적완화 조기 축소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환율이 급등한 바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6원 오른 1081.0원에 거래를 시작한 뒤 지난달 이월된 네고(달러 매도)물량의 영향으로 1078.3원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이후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물량과 외국인들의 주식매도가 겹치며 1080원대 중반에서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환율 급등은 지난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테이퍼링 확대 발표에 따라 신흥국 불안 우려로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선호심리가 강해져서다. FOMC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1월 FOMC 정례회의에서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종전의 월 750억달러에서 650억달러로 100억달러 축소한다고 밝혔다. 다음 날 발표된 미국의 지난해 4.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2%로 시장 전망과 맞아 떨어진 점도 달러 강세에 힘을 보탰다. 이와 관련, 미국이 테이퍼링을 시행한 1월에만 신흥국인 아르헨티나의 통화 가치가 18.7%나 급락했다. 또 헝가리 6.6%, 남아프리카공화국 5.6%, 터키 4.8%, 폴란드 4.1%, 체코는 2.5%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원화 가치는 상대적으로 낮은 1.9% 하락에 머물렀다.

■환율 상고하저 전망

경기회복 기조를 확인한 만큼 미국의 테이퍼링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2.4분기까지 1100원선까지 오른 후 등락을 거듭하다 하반기부터 하락세를 보이는 '상고하저' 흐름을 예상했다.

박형중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번 FOMC에서 향후 미국 통화정책은 '세계경제의 이익'이 아닌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운용될 것임을 확인했다"면서 "신흥국 금융.외환시장의 불안요인에도 불구하고 신흥국들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석찬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미국 경제가 타격을 받지 않는 한 기존 계획대로 '출구전략'을 시행할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양적완화는 올해 안에 종료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팀장은 "현재 속도라면 미 양적완화는 이르면 올 3.4분기, 늦어도 4.4분기에는 종료하게 된다"면서 "양적완화 축소 과정에서 신흥시장 유출자금은 미국으로 유입되고 국채금리 안정 등의 반사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정훈 외환은행 경제연구팀 연구위원은 "테이퍼링 이슈가 이미 환율에 많이 녹아 있었지만 신흥국 불안이 예상보다 심하다는 판단에 따라 급등한 것"이라며 "2.4분기까지는 1100원선을 돌파한 후 등락한 뒤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1100원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흥국 불안…국내 영향 적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이후 아르헨티나와 터키 등 신흥국에서 나타난 시장 불안이 일부 동유럽 국가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면서 정부 당국도 긴장 모드다.

정부는 시장 불안이 동유럽 전반이나 여타 동아시아 국가로 확산된 것으로 판단하기에는 이르지만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내외 금융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국내 은행들의 외화유동성 상황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 다만 정부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국내 외화자금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미국의 테이퍼링 강도가 높아지면서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으로 나갔던 자금이 선진국으로 되돌아오는 기조가 명확한 만큼 신흥국 시장의 금융 불안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시장 변동성은 선거 등 주요 신흥국의 정치적 불안, 중국의 경기 둔화 등과 맞물리면서 장기화할 가능성도 상당히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신흥국 시장 불안은 펀더멘털에 따른 차별화에 기반하는 만큼 신흥국 전체가 동조화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안정권에 있다고 보고 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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