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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노버의 무한질주] (하) ‘레노로라’ vs. LG 스마트폰 3위 싸움 치열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2.04 17:11

수정 2014.10.29 23:45

[레노버의 무한질주] (하) ‘레노로라’ vs. LG 스마트폰 3위 싸움 치열

모토로라를 집어삼킨 레노버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패권을 쥔 '삼성-애플' 양강구도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지면서 향후 판도 변화에 대한 다양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레노버와 모토로라 모두 안드로이드 계열 제조사들이라는 점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미칠 파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실상 '내수기업'인 레노버와 '침몰한' 모토로라의 결합을 '패자의 역습'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방심은 금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국내 제조사들에 장기적 불안요소로 떠오른 '레노버-모토로라' 연합의 잠재적 위협을 떨쳐버리려면 기술적 우위를 앞세운 제품 경쟁력 개선만이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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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 진영 지각변동 예고

레노버 양위안칭 회장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구글로부터 모토로라를 29억1000만달러(3조1000억여원)에 인수한 직후 두 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우선 2015년까지 레노버와 모토로라의 스마트폰 판매량을 1억대까지 늘려 확고부동한 3위에 오르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레노버와 모토로라의 스마트폰 합산 판매량이 6000만대 정도임을 감안하면 현실적인 목표로 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세계 시장을 양분한 삼성전자와 애플을 넘어서겠다는 야심도 드러냈다.

이를 떠나 안드로이드 진영 내 판도 변화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는 안드로이드 주요 제조사들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1차 영향권에 있다는 의미다.

백종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레노버의 모토로라 인수는 단기적으로는 안드로이드 제조사들에 악재가 될 것"이라며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강세인 중남미 시장에서 인지도가 있는 모토로라를 활용한 레노버의 글로벌화 전략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세계 3위권 경쟁이 치열한 LG전자에 대한 투자 심리에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의 우려처럼 LG전자 주가는 모토로라 인수 이후인 3~4일 연속 하락했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국내 업체들이 많이 힘들어질 것"이라며 "무엇보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시장에서 레노버가 성장세를 이어가는 건 우리 기업들에 악재"라고 전했다. 이 연구위원은 "레노버는 중국시장에 기반을 둬 내수만으로도 상당한 성장을 이룰 것"이라며 "여기에다 모토로라의 선진기술까지 더해진다면 장기적으로 안드로이드 제조사들에 미칠 파급력은 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레노버는 모토로라 인수로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2위 제조사로 도약하게 됐다. 레노버는 중국 시장에서도 지난해 3·4분기 점유율이 13.6%로 부동의 1위인 삼성전자(21.6%)를 맹추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모토로라 인수의 최대 피해자는 LG전자이지만 삼성전자도 안심할 수 없다"며 "모토로라 인수는 레노버의 브랜드 이미지까지 상승 효과를 줘 중국시장에서 입지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품 우위만이 '최선의 방어'

업계에서는 레노버가 안방인 중국시장 중심의 내수기업이라는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모토로라를 인수한 측면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레노버는 지난해 3·4분기 스마트폰 판매량 1220만대 가운데 88.5%인 1080만대를 중국 시장에서 판매했다. 레노버 스마트폰의 10대 중 9대 가까이가 안방에서 팔린 셈이다.

반면 모토로라는 구글과의 공존이 실패로 끝났지만 남미 등 일부 글로벌 시장에서는 여전히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모토로라를 등에 업은 레노버의 향후 공세 수위가 가늠이 안되는 상황에서 확실한 제품력만이 대응책이라는 입장이다.

이장균 수석연구위원은 "애플처럼 우리 기업들이 시장을 선도하는 '트렌드세터'가 돼야 한다"며 "삼성이나 LG가 트렌드세터로 각인되려면 더욱 집중적인 기술개발과 마케팅 활동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기업과의 소모적인 가격경쟁은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성숙시장에 접어든 스마트폰 시장에서 근본적인 생존의 길은 끊임없는 혁신뿐"이라며 "중국 기업과 경쟁을 위해 코스트가 낮은 베트남 등으로 공장 이전을 확대하는 건 단기적 대책"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휴대폰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성장할지에 대한 다각적이고 깊이 있는 고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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