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사상최대 대출 사기’ 책임소재 진실공방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2.09 17:15

수정 2014.10.29 21:19

‘사상최대 대출 사기’ 책임소재 진실공방

KT 자회사 직원이 연루된 사상 최대 규모의 대출 사기 사건 여파가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기존 13개 금융사 외에 추가로 저축은행 4곳이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된 데다 대출 금융사와 보증 금융기관 간, 신디케이트 금융사 간 대규모 소송전까지 예고되고 있다.

■관련 저축은행 4곳 추가

9일 경찰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KT자회사인 KT ENS 김모 부장과 납품업체에 대출해준 금융사가 기존 하나은행과 농협은행, 국민은행 등 시중은행 3곳과 저축은행 10곳 외에 저축은행 4곳이 추가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13개 금융사가 사기 대출과 관련된 것으로 파악해 수사기관에 인계했는데 이후 저축은행 4곳도 이 사건에 관련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다만 이들 저축은행은 문제의 KT ENS와 납품업체에 돈을 빌려줬다가 모두 상환받은 곳이 있을 수 있어 모두 피해를 봤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대출 손실은 하나은행 1624억원, 농협은행 189억원, 국민은행 188억원 등 시중은행이 2001억원이다.

저축은행은 BS저축은행이 234억원으로 가장 많고 OBS저축은행, 현대저축은행, 인천저축은행, 우리금융저축은행, 아산저축은행, 민국저축은행, 공평저축은행, 페퍼저축은행까지 합치면 800억원 규모다.
이번에 저축은행 4곳이 추가된 데다 금융당국은 계좌 추적 등을 통해 돌려막기에 연루된 금융사를 더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피해금액은 당초 알려진 3000억원을 훨씬 뛰어넘는 4000억원대에 달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존에 발표했던 13개 금융사는 대출을 해주거나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한 상태이며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경찰과 금융당국은 이번 사건이 KT ENS 김모 부장과 납품업체의 공모만으로는 성사되기 어렵다는 점을 주목하고 대출과 연루된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내부 직원이 관련됐을 일부 정황을 파악해 조사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억원대 대출이 오가는데도 은행 내부 직원이 몰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내부 직원 공모 정황이 있어 대출액이 큰 금융사를 중심으로 금융당국이 정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책임공방 싸고 줄소송 가능성

특히 이번 사건을 놓고 책임 공방이 이뤄지면서 금융사 간 대규모 소송전도 진행될 전망이다.

피해를 입은 시중은행들은 KT의 책임있는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 하나.농협.국민 등 3개 시중은행의 사기대출 피해금은 2218억원이다. 이에 대한 지급 책임은 1차로 KT ENS에 있으며, KT ENS의 지분 100%를 보유한 KT도 여기서 자유롭지 않다는 게 은행들의 의견이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KT ENS는 피해금을 모두 감당할 능력이 안 될 것"이라며 "이러면 법인은 다르지만 KT가 나서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이에 대해 KT와 KT ENS 측은 해당 김모 부장의 소행을 전혀 몰랐던 만큼 자신들도 선의의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KT ENS 관계자는 "회사가 정말 관련됐다면 배상 책임을 피할 수 없겠지만 김 부장 개인이 임의로 일을 저질렀다면 배상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은행들이 제기하는 책임론과 관련해 "KT ENS를 통해 은행에 관련 증빙서류를 요청해놨으며, 현재로선 책임론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KT에 대한 책임론과 별개로 대출 은행과 지급보증 금융사 간 소송전도 예고되고 있다. 주요 쟁점은 허위매출에도 보증기관인 한국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의 지급의무가 발생하느냐다.

이와 관련, 하나은행에 대한 지급보증 기관인 신한금융투자 등 일부 금융사는 최근 대형 법무법인에 법률의견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다양한 각도에서 소송 진행을 검토 중"이라며 "허위매출이어도 대출이 발생한 이상 두 증권사는 채무가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측은 정상매출은 하나은행이 KT ENS와 해결할 문제이고, 허위매출은 지급보증이 불가능하다고 반발했다.

한국투자증권 법무 담당자는 "대출의 담보인 매출채권이 허위가 아니라는 전제로 보증한 것인데, 매출채권이 가짜라면 담보가 없으므로 보증의무도 없다"고 맞섰다.

농협은행과 국민은행은 매출채권이 위탁된 '은하수1.2차' 유동화전문회사(SPC)의 자산담보부대출(ABL) 책임비율을 놓고 책임공방이 예상된다.


해당 ABL은 신탁은행인 농협은행이 일으키고 국민은행이 참여해 1대 1의 비율로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로 계약 단계부터 공동으로 이뤄진 신디케이트론이다.

농협은행 유동화금융 담당자는 "국민은행은 신탁기관(농협은행)이 아닌 신탁자산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며 "신탁은 예금과 달리 원금보장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투자금융 담당자는 "신탁채권의 진위가 관건인데, 진위 확인의 1차 책임은 농협은행에 있다"며 "가짜임을 몰랐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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