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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일감 몰아주기’ 대기업 못지않네

김승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2.13 17:24

수정 2014.10.29 18:42

공공기관 ‘일감 몰아주기’ 대기업 못지않네

공공기관들도 대기업과 같이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정부가 공공기관 개혁의 일환으로 개별 기관이 출자한 계열사 또는 퇴직 임직원이 근무하는 특정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던 관행에 제동을 걸기로 했기 때문이다.

1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 "공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사례를 적발하고 이를 모두 공개하겠다"며 "공시 확대뿐만 아니라 일감 몰아주기도 엄격히 규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대기업들이 계열사나 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 지배하는 회사에 무차별적으로 일거리를 넘겨 이익이 무상으로 이전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정거래법을 개정, 14일부터 본격 발효된다.

하지만 공공기관에 대해선 사회적 중요성과 책임성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이렇다 할 제재가 없었다. 이 때문에 이들 기관은 출자회사나 자회사 등 계열사뿐만 아니라 본사 임직원이 퇴임한 뒤 재취업한 일반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 악습을 되풀이해 왔다.

일감 몰아주기는 공정경쟁을 헤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리베이트, 부실공사, 저질납품 등으로 많은 사회적 비용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일감 몰아주기 '백태'는

정부로부터 부채과다 중점관리기관으로 지목된 한국철도공사는 보험중개업무를 하는 ㈜케이아이비를 만들어 8년 넘게 보험물량을 몰아줬다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김관영 의원(민주당)으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케이아이비는 철도공사의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가 100% 지분을 출자한 손자회사로 모회사가 연평균 82억원, 또 다른 계열사들이 연평균 31억원 등 매년 100억원이 훌쩍 넘는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케이아이비는 이달 초 현재 철도공사 계열사로 남아 있는 상태다. 철도공사는 케이아이비를 포함해 계열사만 수서고속철도㈜, 코레일공항철도, 코레일유통 등 10곳에 이른다.

케이아이비 관계자는 "(우리는)보험 계약 체결을 중개하는 것으로 '직접 거래행위'가 아닌 '중개행위'가 본업이어서 일감 몰아주기로 볼 수 없다"면서 "특히 '연간 100억원' 기준은 보험료 기준으로 실제 매출은 보험회사로부터 받는 중개수수료(2013년의 경우 18억원)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은 지난해 국감에서 한국전력기술(한전기술)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외주구매팀이 맺은 수의계약 건수가 819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들 수의계약을 한 기업 중 15곳은 한전기술 임원이 재취업을 했거나 퇴직해 회사를 설립한 곳들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 15곳과 5년 동안 수의계약한 금액만 무려 2500억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형적인 외부 일감 몰아주기 사례다.

■사람, 돈으로 얽히면 '내 편'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철도공사 이모씨, 심모씨, 강모씨는 퇴직 후 각각 계열사인 코레일관광개발, 코레일공항철도, 롯데역사로 자리를 옮겼다.

한전도 2010년부터 지난해 중반까지 퇴직한 임원들이 계열사인 켑코우데(김모씨), 한국서부발전(조모씨), 켑코알스톰피이에스(김모씨), 한국남동발전(허모씨), 한국서부발전(김모씨)에 각각 재취업했다.

한국가스공사도 지난해 퇴임한 이모 부사장이 계열사인 코리아엘엔지트레이딩에 새 둥지를 틀었다.

공공기관 관련 한 민간 전문가는 "공공기관 퇴직 임직원들이 재취업한 모든 곳이 기존 근무하던 기관과 일감과 용역 등을 주고받는 '긴밀한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일부는 우리나라 정서상 그럴 가능성이 짙고 꼭 사람이 아니더라도 계열 관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일감 몰아주기가) 곳곳에 만연돼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전관예우 공무원도 '끈' 되나

정부 요직에서 이들 공공기관을 감시·감독하는 업무를 하다 퇴임 후 '전관예우'로 산하기관에 재취직한 전직 공무원들도 '일감 몰아주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무원이 모기업 격인 공공기관이나 특정 계열사 또는 하청관계에 있는 일반 회사로 옮기면서 '끈'이 형성되고 일감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이를 무시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전하진 의원에 따르면 2008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퇴직한 산업통상자원부 4급 이상 공무원 142명 가운데 72.5%인 103명이 재취업을 했고 이 가운데 39명(27.4%)은 산하 공공기관에, 43명(30.2%)은 유관기관에 그리고 21명(14.8%)이 대기업, 연구소 등으로 각각 옮겼다.

전 의원은 "퇴직한 고위공무원이 재취업한 곳일수록 '업무 봐주기'가 없는지 등 (정부는)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bada@fnnews.com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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