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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질 권리’ 찾는 사람들 ‘디지털 세탁’을 아십니까

박지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2.18 17:18

수정 2014.10.29 16:34

‘잊혀질 권리’ 찾는 사람들 ‘디지털 세탁’을 아십니까

#. 최근 카드사의 개인정보유출 사태로 스팸 문자메시지(SMS)나 전화를 받는 횟수가 늘었다고 생각한 A씨(29)는 스팸 방지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했다. 이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올 경우 해당 번호에 대한 웹서핑 결과가 A씨의 휴대폰에 나타나 전화를 건 사람의 정보를 유추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A씨는 문득 내가 이 앱을 설치한 다른 이들에게 전화를 걸면 어떤 검색 결과를 보여줄지 궁금해졌다. 친구와 함께 실험(?)을 해본 A씨는 깜짝놀랐다. 5년 전 인터넷에 스터디 모임을 공지한 게시글부터, 최근 중고사이트에서 물건을 팔기 위해 자신의 연락처를 남긴 내용까지 검색 결과 보인 것이었다.


신용카드사들의 개인정보유출 사태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면서 이른바 '디지털 세탁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디지털 세탁업이란 인터넷상에 노출된 개인의 게시글이나 개인정보 등을 삭제해주는 업종을 말한다. 오프라인상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서류가 폐기되며 잊히게 마련이지만 인터넷에서는 시간이 지나도 해당 내용이 계속 남아 확대재생산되는 문제가 있다. 때문에 인터넷에서도 오프라인에서와 같은 '잊힐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인터넷이 도입된 지 20년이 되면서 지난해 국내 인터넷 이용자 수는 4008만명을 기록했다. 영유아와 노년층을 제외한 전 국민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셈이다.

그러나 부작용도 함께 급증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에 신고된 상담건수는 지난 2010년 5만4832건에서 2013년에는 17만7736건으로 세 배 이상 증가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인터넷상에서 침해된 개인정보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지난 2009년 문제가 된 일명 '가수 박재범 사건'은 인터넷상에 남긴 과거 흔적의 무서움을 잘 보여준 사례다.

한국계 미국인인 박재범은 2009년 활동 당시 4년 전인 2005년 미국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마이스페이스에 한국을 비하한 글을 남긴 사실이 밝혀지며 팬들의 맹비난을 받았고 활동을 잠정 중단해야 했다.

이는 유명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터넷에 남긴 개인의 글이나 정보는 영구적으로 보관돼 미래의 어느 순간 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국내 트위터 데이터를 조사하는 사이람(Cyram)에 따르면 한국 내 720만트위터 계정의 63.6%가 6개월 이상 휴면상태다.

그러나 트위터뿐 아니라 개인의 이름, e메일 계정이나 휴대폰 번호 등을 통해 구글과 같은 검색 사이트에 검색을 하면 휴면 중인 계정 사용자들의 과거 흔적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터넷상의 과거 흔적을 지워주는 업체 뉴스케어 관계자는 "카드사 정보 유출 사태 이후 상담이 3배 정도 늘었다"며 "개인이 의뢰를 하면 해당 포털 사이트나 홈페이지 관리자에게 수정이나 삭제 등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세탁업도 성황이다. 지난해 4월부터 인터넷상의 글과 사진 루머와 악성댓글을 지워주는 '잊혀질 권리' 사업을 하고 있는 산타크루즈 캐스팅 컴퍼니는 의로인으로부터 신상정보를 받아 자체 개발한 로봇(Robot)을 구동해 웹상의 소설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개인정보를 검색한다.

이렇게 찾아낸 개인 신상정보, 저작권, 초상권을 의뢰인의 위임장을 받아 포털사이트에 삭제요청한다.

김호진 산타크루즈 대표는 "카드사 유출 사태가 있은 후 찾아오는 30-40대 고객이 2배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인터넷상 개인의 과거 흔적을 지워주는 프로그램인 '디지털 소멸 시스템(Digital Aging System, DAS)'도 국내에서 개발돼 주목을 받고 있다.

DAS를 개발한 이경아 초등학교 교사는 "어느 날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재학 중인 제자가 찾아와 자신이 초등학교시절 인터넷상에 무차별로 욕설을 한 것이 몹시 후회된다며 그 흔적을 지우려 개명을 고려 중이라고 털어놓았다"며 "이후 DAS 개발에 전념했고, 현재는 특허 출원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DAS는 프로그램의 타이머에서 소멸시한이 세팅되면 자동으로 해당 사이트에서 에이징(Aging)이 진행된다. 아무도 방문하지 않는 블로그나 사이트, 각종 콘텐츠 등이 하루하루 자연스럽게 소멸되도록 해준다.

이 밖에 인터넷 업계에서는 인터넷에서 죽은 사람들의 흔적을 지워주는 '디지털 장례업'과 '디지털 유산관리업'도 앞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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