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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 강국, 독일을 가다] (상) ‘BMW·폭스바겐’의 나라 독일, 어떻게 자동차 강국이 됐나

박하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3.31 17:20

수정 2014.10.29 00:36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39년 설립된 폭스바겐의 볼프스부르크공장은 현재 폭스바겐의 본사이자 해외 생산 거점의 컨트롤타워인 '마더 팩토리(Mother Factory)' 역할을 하고 있다. 폭스바겐 근로자들이 '텔레스코픽암'을 활용해 조업하고 있다. 텔레스코픽암은 일반 컨베이어벨트 시스템과는 달리 차량이 천장에 매달린 채 이동해 작업 높이를 조절할 수 있어 좌우로 기울인 상태에서도 작업이 가능해 근로자들이 가장 편한 자세에서 작업할 수 있는 장치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39년 설립된 폭스바겐의 볼프스부르크공장은 현재 폭스바겐의 본사이자 해외 생산 거점의 컨트롤타워인 '마더 팩토리(Mother Factory)' 역할을 하고 있다. 폭스바겐 근로자들이 '텔레스코픽암'을 활용해 조업하고 있다. 텔레스코픽암은 일반 컨베이어벨트 시스템과는 달리 차량이 천장에 매달린 채 이동해 작업 높이를 조절할 수 있어 좌우로 기울인 상태에서도 작업이 가능해 근로자들이 가장 편한 자세에서 작업할 수 있는 장치다.

독일과 일본은 한때 '제조 강국'으로 불리며 전 세계를 호령했다. 하지만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양국의 운명은 엇갈렸다. 세계 수출 시장에서 독일 제품은 중국 등 후발 주자들의 공세에도 일정한 점유율을 유지한 반면 일본 제품의 점유율은 끊임없이 추락했다. 독일 제조업이 수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산업용 기계, 자동차와 같이 숙련을 필요로 하는 전통산업 분야에 특화돼 있던 산업구조를 꼽을 수 있다. 특히 자동차 산업은 높은 기술력과 품질을 기반으로 확고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독일은 세계 4위의 자동차 생산국이자 세계 1위의 수출국이다. 생산량 중 70%를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수출 물량 중 절반 정도는 프리미엄 브랜드 등 고급차 수출이 차지하고 있어 수익성 측면에서도 경쟁국을 압도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상편(독일은 어떻게 자동차 강국이 됐나)과 하편(독일, 전기차에 승부를 걸다) 2회에 걸쳐 독일 자동차 산업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망한다. 이를 통해 최근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해결책을 모색해 본다.

[자동차산업 강국, 독일을 가다] (상) ‘BMW·폭스바겐’의 나라 독일, 어떻게 자동차 강국이 됐나

【 라이프치히·볼프스부르크(독일)=박하나 김병용 기자】 독일은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저성장과 고실업에 시달렸다. 이로 인해 '유럽의 병자'라는 오명까지 뒤집어 썼다. 자동차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독일 대표 자동차업체인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 벤츠는 낮은 생산성과 품질 문제를 판매 부진을 겪었다.

하지만 해외시장 개척과 고급차 시장 수성을 통해 극적인 반전을 이뤘다. 폭스바겐은 영업이익 1위, 글로벌 판매 2위를 기록하며 글로벌 자동차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해외생산을 포함할 경우 전 세계 고급차시장의 70% 이상이 독일 브랜드 제품이다.

독일 자동차산업의 재도약 배경은 노동경직성 타파, 마이스터 제도와 산학연 네트워크를 통한 핵심 인력 및 기술 확보 등이 꼽힌다. 특히 사회적 저항에도 사회복지비용 부담 축소, 감세정책 등 기업투자 활성화에 적극 나선 정치적 리더십이 주효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로 경쟁력 강화

독일 정부는 2003년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중장기 개혁 프로그램인 '어젠다 2010'을 단행했다. 당시 집권당인 사민당의 슈뢰더 총리가 주도한 이 개혁정책의 핵심은 노동 없는 복지 혜택을 줄이고 해고규정을 완화한 '하르츠 개혁법안'이었다.

국민의 반발은 거셌다. 결국 2005년 조기 총선 결과 사민당이 패배하고 기민당이 집권하면서 앙겔라 메르켈이 총리에 취임한다.

메르켈정부는 정파를 초월, 슈뢰더 총리의 정책을 계승한다. 노동시장 개혁정책을 가속화하는 한편 기업 투자환경 구축을 위해 노력했다. 또한 메르켈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조업 단축제도'를 시행해 단축된 노동시간에 대한 임금을 정부가 보전함으로써 소비자의 구매력을 유지하고 경기 급락을 방지했다.

개별 기업들도 지속적으로 자구 노력을 기울였다. 폭스바겐, BMW 등은 노사 합의를 통해 구조조정 대신 일시해고,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응했다. 이를 통해 우수인력의 외부 유출을 막고, 경기 회복 시 수요 급증에 신속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세제 및 보조금으로 선순환 체제 구축

슈뢰더 총리는 실업수당 축소 등과 함께 법인세 인하를 동시에 단행, 재정지출보다는 기업투자 활성화를 유도해 위기에 대응했다. 정부의 인위적인 경기부양보다는 기업의 투자를 늘려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메르켈 총리도 재정에 여유가 생기자 곧바로 기업의 투자 확대를 위해 법인세를 38.65%에서 29.83%로 인하했다. 2009년에는 '성장 없이는 투자도 일자리도 없다'며 소득세와 법인세 등에서 220억유로 이상의 세금부담을 덜어주는 경기회복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독일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도래하자 50억유로 규모의 폐차 인센티브 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고 자동차산업의 동반침체를 방지했다. 독일 정부는 9년 이상 차량을 폐차한 이후 '유로4' 배기규제를 만족하는 신차를 구매하는 사람에게 2500유로를 지급했다.

■우수인재 확보가 기술경쟁력 원천

직업교육 훈련과 노동시장을 연계한 기술인력 양성 프로그램인 '마이스터' 제도 역시 독일 자동차산업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마이스터 제도는 '레어링(견습생)-게젤레(전문가)-마이스터(장인)'로 이어지는 양성 단계에서 이론과 실무를 병행, 최고 기술인력을 배출하는 독일의 독특한 교육시스템이다.

독일 정부는 1970년대부터 수공업 중심의 마이스터 제도를 생산공정 개선, 시장전략 개발 등 '산업 마이스터' 자격제도로 확대 운영하면서 전문인력 육성의 토대를 마련했다.

자동차업계에서도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마이스터를 독립된 사내 직제로 운영하면서 기술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이 밖에 다양한 산학연 프로젝트도 독일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이끌고 있다.


신은주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위원은 "독일이 불과 10년 만에 세계 경제강국으로 다시 부상하게 된 배경에는 특히 기업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기업 부담 경감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한 정치적 리더십이 있다"고 강조했다.

wild@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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