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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제’ 놓고 여가부 “청소년 중독 심각” vs 문체부 ”목적 숭고해도 없애야“

박지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03 17:59

수정 2014.10.28 23:59

‘셧다운제’ 놓고 여가부 “청소년 중독 심각” vs 문체부 ”목적 숭고해도 없애야“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게임중독을 예방하고자 하는 숭고한 목적이 있어 폐지는 신중하게 검토해봐야 합니다."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목적이 숭고하더라도 규제는 폐지해 주실 거죠?"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조윤선 장관

‘셧다운제’ 놓고 여가부 “청소년 중독 심각” vs 문체부 ”목적 숭고해도 없애야“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개혁 토론회 이후 게임 셧다운제 찬반 논란이 부처 간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주무부처인 문체부는 산업을 적극 육성하기 위해 셧다운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여성가족부는 청소년을 게임중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규제 폐지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3일 정치권 및 게임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열린 규제개혁 끝장 토론회에서 조 장관과 유 장관이 셧다운제 존폐 여부를 두고 이견을 드러내면서 이번 달 내 문체부와 여가부 및 업계가 참여하는 민관협의체에서 논의될 전반적인 게임 규제 존폐 여부에 대한 합의점을 찾기까지 난항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이날 토론회를 마친 후 유 장관은 조 장관에게 갈등 유발 발언을 해 유감이란 뜻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조 장관은 이에 대해 한동안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두 부처 간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당시 토론회에서 조윤선 장관은 "셧다운제를 시행한 지 2년 정도 됐는데 그간 업계에서 100% 가까이 이 제도에 참여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운을 뗀 후 "셧다운제는 특히 저소득층이나 맞벌이 부부, 한부모 가정 등 부모가 개입할 수 없는 열악한 가정환경의 청소년들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규제는 이같이 청소년 보호라는 숭고한 목적이 있기 때문에 규제 존폐 여부보다는 목적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유진룡 문체부 장관은 "규제는 폐지해 주실 건가요"라고 물었고, 조 장관의 대답이 없자 "목적이 숭고해도 규제는 없애 주실 수 있으신가요?"라고 거듭 물었지만 조 장관은 어색한 미소로 답했다.

■문체부 VS. 여가부, 정면충돌

지난달 열렸던 규제개혁 토론회에서 게임 규제는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로 선정됐다. 이후 게임 규제개혁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이달 안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는 게임업계, 학계 및 학부모 단체와 함께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고 '(부처 간)게임산업 중복규제 개선' 및 '게임 관련 규제 신설 금지' 등 2개 안에 대해 집중 논의해 합의점을 찾아갈 예정이다. 하지만 시작도 하기 전부터 두 부처는 극명한 이견을 보이고 있다. 문체부 측은 "협의체가 구성되긴 했지만 (규제 존폐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언제 내릴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여가부 측은 여전히 "셧다운제를 당장 중단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런 와중에 문체부는 올해 게임산업 예산을 대폭 증액하며 게임 산업 진흥에 대한 의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지난달 문체부는 2014년도 게임산업 예산 내용을 공개했다. 주요 안으로는 △글로벌 게임산업 육성에 91억원 △모바일게임 산업 육성에 70억원 △게임과몰입 예방 및 해소를 위해 40억원 △기능성게임 제작지원에 24억원 △국제교류 및 수출 활성화에 18억원 △게임산업 활성화 지원에 9억원 △e스포츠 활성화 지원에 16억원 등 268억원을 배정했다. 이는 지난해 195억원보다 37.1% 늘어난 규모다.

특히 문체부는 게임과몰입 해소를 위해 지난해 20억원가량을 사용했지만 올해는 이보다 두 배가량 늘어난 40억원을 증액하며 자체적으로 게임의 부정적 요소를 자정해 나가기로 했다.

■세계 각국은 '규제'보다 '자율'에 맡겨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게임을 규제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규제의 경우 독립된 민간기구를 설립해 게임물을 등급별로 분류하고 게임물의 폭력성, 선정성에 대한 정보를 일반인들에게 쉽게 전달해 학부모와 청소년에게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정도다. 정부차원에서는 대부분 게임 산업을 진흥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관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경신 오픈넷 이사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청소년들의 게임 과몰입을 법으로 규제하기보다는 게임을 교육에 활용하자는 제안을 했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은 게임과몰입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 개입을 위헌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1년 미국 대법원은 폭력적인 게임을 청소년에게 팔지 못하게 한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대해 미국헌법 제1조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1990년대 초반 나이트트랩, 모탈 컴뱃 등 몇몇 게임의 폭력성과 선정성이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었다. 이에 게임업계에서는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자율적인 ESRB란 등급분류 기관을 설립했다.

유럽도 민간 차원에서 게임 등급 분류기관인 PEGI를 설립, 유럽에서 통용되는 단일 연령등급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 역시 민간 독립기구 CERO를 통해 일반 시민에게 쉽게 게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게임물 등급을 분류하고 있다.

중국과 태국은 강제적 게임규제를 통해 부작용을 겪은 후 자율규제로 방향을 선회했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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