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환율 쇼크’ 원·달러 장중 1040원 붕괴.. 산업계 비상

최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10 17:33

수정 2014.10.28 12:22

‘환율 쇼크’ 원·달러 장중 1040원 붕괴.. 산업계 비상

10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030원까지 추락하면서 국내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수출 비중이 큰 중소기업은 물론 환율대응에 많은 준비를 한 대기업들마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당장 손해가 크지 않은 업종도 환율 급락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를 놓고 근심 어린 표정으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관련기사 2·3·13·14면

당장 우리 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하고 있는 자동차산업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사업계획을 세우면서 기준환율을 1050원으로 정했다. 지난해 1080원보다 상당폭 낮춘 것으로, 경영전략도 이에 맞춰 짰다.

하지만 환율이 1030원선 근처까지 떨어지면서 현대차그룹의 경영전략은 의미를 잃은 상태가 됐다. 현대·기아차의 수출 비중은 80%로 환율이 10원 하락할 때마다 매출액이 약 2000억원 줄어드는 구조다. 현대차그룹은 대내외 여건상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비상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올 들어 이미 실적악화로 비상이 걸린 정유화학업계는 결정타를 맞았다는 표정이다. 정유업계는 매출의 60~70% 이상을, 화학업계는 60~90%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원유와 원료를 수입해 오긴 하지만 완제품 수출 비중이 큰 탓이다. 환율 변동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이미 단가가 맞지 않아 적자수출을 하는 형편에 환율까지 급락하자 유화업계는 달리 방법이 없다며 고개를 젓고 있다.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경우 주요 수입국의 구매력마저 약해질 것이라며 걱정이 태산이다.

수주산업인 조선업종도 근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수주단가가 맞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터에 환율마저 급락하자 경쟁력이 추락하게 생겼다며 울상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환율 하락 탓에 가격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다"면서 "요즘은 실적이 나쁜 것보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환리스크 대비에 취약한 중소기업들은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작년 12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수출 중소기업 101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 손익분기점은 1066.05원 수준이다. 이미 환율이 수출 중소기업들의 손익분기점 밑으로 떨어진 상황.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1000원 선마저 붕괴될 경우 공장 문을 닫는 업체가 속출할 것이란 얘기까지 나온다. 환헤지 전문 컨설팅업체인 리스크헷지테크놀러지(RHT)의 정지홍 대표이사는 "작년 원.달러 환율 1100원 선이 붕괴됐을 때 중소기업들이 한 차례 큰 충격을 받았는데 이번 환율 하락으로 또다시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9.66포인트(0.48%) 상승한 2008.61을 기록했다. 올 들어 코스피가 2000선 위에서 마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이 경기부양책과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할 것이란 소식이 국내 증시에 훈풍으로 작용했다. 원화 강세까지 지속되면서 외국인의 12거래일 연속 '바이 코리아(Buy Korea)'를 부추겼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정부의 개입으로 간신히 1040원대를 지켰다.

yutoo@fnnews.com

최영희 김용훈 박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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