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공무원·군인연금개혁 이래도 미룰건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13 17:31

수정 2014.10.28 10:41

연금은 은퇴생활자의 내일을 지켜줄 '밥'이다. 거액 자산가 등 극소수 부유층을 제외하면 대다수 국민에게 연금 문제만큼 민감한 사안도 거의 없다. 따라서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듯 연금도 그래야 한다. 신분, 직업의 차별 없이 낸 돈에 따라 돌려 받을 연금 액수가 동등해야 된다는 얘기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나라의 공무원·군인연금은 잘못된 제도의 하나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일반 국민에 비해 덜 내고 더 받도록 짜여진 불공평의 문제가 특히 그렇다.
100만 공무원들이야 반길 리 없겠지만 이들 연금을 하루빨리 수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가 공무원 및 군인연금 적자를 보전해 주느라 쓴 돈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무려 13조9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기간 공무원·군인 연금의 지급액(51조8000억원)이 가입자들이 낸 돈(37조9000억원)을 상회함에 따라 세금으로 부족분을 메꿔준 것이다. 이들 연금의 문제점은 쏟아부은 국민 혈세에만 있는 게 아니다. 보전 규모가 갈수록 커진다는 데서 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적자 보전액은 2011년 2조6000억원, 2012년 2조800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13년 3조3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이 액수가 올해는 3조8000억원으로까지 커질 것이라는 게 정부의 추산이다. 고령화의 영향으로 수급 대상자가 계속 늘어나는 한편 수급기간 또한 장기화하는 데 따른 결과다.

이들 연금의 특혜 시비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2010년부터 임용된 공무원들의 수령액이 조금 줄긴 했지만 공무원연금 가입자는 낸 돈의 평균 2.5배를 받는다.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1.7배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물론 공무원들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일 대목은 있다. 민간 기업보다 훨씬 적은 퇴직금에다 재직 기간 중의 보수 차이를 감안하면 무조건 특혜로 몰아세울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국민 정서에 비추어 볼 때 이 같은 주장은 큰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100만원 이상의 국민연금을 받는 이들은 전국적으로 약 5만5000명에 불과하다. 20년 이상 불입한 후 받는 국민연금의 평균 수령 액수도 약 85만원에 그친다. 200만원을 훌쩍 넘고 수급시기도 빠른 공무원들에 비해 일반인들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나라의 국가 채무 1117조3000억원(2012년) 중 공무원·군인연금의 충당부채(596조3000억원)가 차지하는 비율은 53.3%로 절반을 넘어섰다. 모두 중앙정부가 메꿔 줘야 할 것은 아니고 들어올 돈을 감안치 않았으니 순수한 정부 빚은 아니다.
그러나 연금 줄 돈이 모자란다고 해마다 혈세를 축낸다면 퇴직공무원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서민의 밥을 뺏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강병규 신임 안전행정부장관은 첫 과제로 연금개혁의 칼부터 빼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소신인 '비정상의 정상화'는 연금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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