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대형마트 의무휴업 2년] (하) 재래시장 ‘가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야..

이보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16 18:09

수정 2014.10.28 07:13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정책 취지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대형마트 규제와 상응하는 전통시장의 자생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대화사업이 이뤄진 부천 역곡북부시장은 평일 저녁인데도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정책 취지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대형마트 규제와 상응하는 전통시장의 자생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대화사업이 이뤄진 부천 역곡북부시장은 평일 저녁인데도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 최근 찾은 경기 역곡북부시장은 다른 전통시장과는 달리 사람들로 활기가 넘쳤다. 하지만 이는 인근에 위치한 대형마트인 홈플러스가 문을 닫은 반사효과라기보다는 시장 자체의 경쟁력으로 고객들을 유인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역곡북부시장의 경우 정부가 지정한 물가안정모범전통시장, 온누리전자상품권 시범시장 등에 선정됐다. 지난 3월에는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또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 매월 넷째주 일요일에는 시장 전체에서 10~30%씩 특별할인행사를 진행한다. 시장을 방문할 때마다 대형마트의 포인트에 해당하는 쿠폰을 지급하거나 홈페이지와 유선전화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 장보기 도우미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시장 안에 고객편의센터도 마련해 노래교실이나 요가교실 등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한다.


전문가들은 16일 "유통환경은 빠르게 변하는데 전통시장 활성화를 경제 논리가 아닌 '약자' 개념으로 풀려는 게 문제"라면서 "대형마트 규제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키워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규제보다는 소비자 선택권 중시

전문가들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지속되는 이유에 대해 '빠르게 변하는 유통환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전통시장이라는 약자를 보호하자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규제가 장기적으로 갈 때 하향 평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수많은 이해 당사자가 걸린 문제를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간의 2차방정식 풀듯 해소하려 해선 안된다"면서 "규제로 풀어가려는 정책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창 항공대 교수도 "지난해 대형마트가 1%대 성장한 반면 전통시장은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일각에선 규제 덕에 전통시장이 그나마 선방했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온라인몰의 폭발적인 매출 신장세를 살펴볼 때 고객들의 쇼핑 대안을 찾았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유통환경은 빠르게 변하는 만큼 규제를 통한 시장 살리기가 과연 효율성이 있느냐는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가장 중요한 이해당사자인 소비자가 배제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임채운 서강대 교수는 "의무휴업은 소비자의 선택을 전환시키는 게 골자인데 정작 소비자 선택권은 빠져있다"면서 "규제는 한시적인 만큼 전통시장의 자구 노력이 선행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키워줘야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도 필요하지만 시장 경쟁력을 키우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앞장서기보다는 시장이 주도하고 정부는 지원하는 형태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

이재형 한국개발연구원 전문위원은 "전통시장 지원도 정부가 앞서 대규모 시설을 건립하는 하드웨어적 지원의 형태가 아닌, 지역 상권 상인들이 기획한 해당 시장 개발 계획서를 바탕으로 정부는 일정 부분 비용을 지원하는 보조적인 형태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정부의 일방적 규제가 옳지 않은 것처럼 정부의 지원도 모든 것을 다해주기보다는 시장 자체의 노력과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창 교수는 "노약자 등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 일부를 현금 대신 전통시장 구매 쿠폰으로 대신하게 해 실질적으로 소비 활성화가 이뤄질 수 있게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가고 싶은 곳으로 만드는 게 먼저'라고 지적했다. 마트에서 만난 김승현씨는 "전통시장을 가지 않는 것은 가격 및 품질의 문제이지 접근성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주차문제, 서비스, 원산지 표시 등 전통시장 자체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동에 사는 주미래씨도 "전통시장도 포인트 카드 적립이나 할인 행사 등 이벤트가 필요하다"면서 "전통시장에서 할인 행사를 한다고 해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행사 여부를 알 수 없는 점도 불편하다"고 밝혔다.

전통시장 상인도 이 같은 의견에 공감하고 있다.

전통시장 한 상인은 "가격 정찰제를 하거나 품질 표시, 원산지 표시 등을 확실히 해야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이환주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