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벤처의 꿈’ 꺾는 제도권 대출심사

이승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27 17:21

수정 2014.10.28 03:21

‘벤처의 꿈’ 꺾는 제도권 대출심사

#. 지난해 브랜드스토리텔링 사업을 시작한 A씨(31·여)는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대출받는 것을 포기한 상태다. 창업 초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국내 시중은행을 돌아다녔지만 기업대출을 받지 못했다. 경영컨설팅 시장에서 새로운 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브랜드스토리텔링에 대한 금융권의 이해가 낮은 상황에서 사업성을 인정받아 자금을 지원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더욱이 A씨는 업종을 명확히 규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공기관의 보증도 받지 못해 제도권 대출의 한 가닥 희망도 포기하게 됐다. 결국 A씨는 창업 초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인에게 읍소하거나 마이너스통장 개설 등 개인신용대출을 통해 사업을 꾸려가고 있다.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벤처창업자들이 소외되고 있다.
전통적인 업종 카테고리에서 벗어난 아이디어 사업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금융기관들이 벤처창업자에 대한 자금지원에 소극적인 것이다. 금융권 인력들의 벤처사업에 대한 이해 부족도 문제지만 기존 산업분류표에만 의존한 금융기관들의 여신·보증 심사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들은 통계청에서 마련한 한국표준산업분류표를 토대로 벤처기업에 대한 여신심사를 진행한다.

이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갖고 창업하려 해도 한국표준산업분류표에 명시되지 않은 업종일 경우 제도권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지원을 받기 힘들다는 의미다. 특히 벤처창업자의 경우 e커머스, 브랜드스토리텔링 등 기존 업종 간 경계를 벗어난 융합사업 또는 새로운 업종개념의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전통적인 산업분류 기준으로는 명확히 업종을 규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벤처창업자들의 사업은 융합이나 기존 업종이 아닌 것이 대부분"이라며 "이런 사업 특성상 벤처창업자들이 대출받기 위해 금융기관에 가면 자기 업종에 대해 설명하기도 어렵고 현재 마련된 기준으로 금융기관에서 벤처창업자들의 업종을 구분 짓지 못해 대출을 승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보증심사에서도 현실적인 벽은 마찬가지다. 여신심사를 받을 때 공공기관의 보증이 있을 경우 대출 승인이 날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신용보증·기술보증기금 등과 같은 공공기관들도 한국표준산업분류표를 토대로 한 업종구분을 기본으로 벤처기업에 대한 보증 여부를 심사하고 있다.

보증기관 관계자는 "어떤 업종의 기업이든 보증신청이 있으면 같은 기준으로 평가를 하고 있다"며 "우선적으로 표준산업분류표를 통해 업종을 구분한 후 해당 기업의 기술력 및 사업성 평가를 통해 보증을 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벤처창업자들이 초기 사업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다. 벤처기업 여신·보증 심사를 위한 금융권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벤처창업자에 대한 자금지원을 어렵게 하고 있는 '숨은 규제'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벤처기업 특성상 업종분류가 쉽지 않아 금융권에서 대출받기 힘든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업종별로 대출이나 보증한도가 정해져 벤처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막고 있는 내규 등이 있는지 살펴보고 제도 개선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relee@fnnews.com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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