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중복규제에 인터넷기업들 한국서 짐 싼다.. IT강국 ‘흔들’

박지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5.25 17:04

수정 2014.10.27 04:34

중복규제에 인터넷기업들 한국서 짐 싼다.. IT강국 ‘흔들’

정보기술(IT) 산업에 대한 정부의 무차별 규제가 심화되면서 한국을 떠나는 인터넷 기업들이 늘고 있다. 동일한 사안에 대한 부처별 중복 규제가 늘면서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우리나라를 떠나 해외에서 기반을 잡는 '탈코리아' 바람이 일고 있는 것.

이 같은 추세가 네이버, 다음, SK커뮤니케이션즈 등 국내 대표 포털사와 주요 게임 업체들은 물론, 스타트업(창업초기 벤처기업)들까지 가세하자 업계에선 국내 IT 산업의 공동화 현상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IT시장 '산업공동화' 우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새 부처별 이중규제가 늘자 국내 인터넷 기업들 사이에선 한국을 떠나 해외에서 기반을 잡으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네이버는 전 세계 이용자 4억2000만명을 돌파한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법인을 일본에 차리고 글로벌시장에서 기반을 잡았다. 다음은 주력사업인 글로벌 모바일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앱) 브랜드 '쏠'의 기반을 해외에서 다지고 있다.

올 초 개설한 글로벌 커뮤니티를 통해 전 세계 이용자들에게 쏠 브랜드에 대한 최신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고 있다. SK컴즈는 카메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싸이메라'에 대한 국내 마케팅 비용은 책정하지 않았으나 미주를 비롯한 해외 마케팅에는 활발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최성진 사무국장은 "정부의 비효율적인 이중, 삼중 규제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면서 포털사들 대부분이 주력사업을 국내가 아닌 해외시장에서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업계도 탈코리아 움직임에 가세했다. 한국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 김성곤 사무국장은 "실제 외국에서는 세제 혜택, 재정 지원을 앞세워 국내 게임사들을 자국에 적극적으로 유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중국과 동남아시아뿐 아니라 최근엔 영국정부도 국내 게임업체들에 관심을 보이며 관련 정보를 협회 측에 요청한 바 있다"고 말했다.

국내 IT 스타트업들은 아예 시작부터 해외에서 기반을 잡고 있다. 국내 A스타트업 대표는 "IT 서비스 특성상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기반을 해외에서 다질 수 있다"며 "한국은 시장 규모는 작지만 문화가 친숙하다는 이점이 있었는데, 각종 규제가 늘자 한국에서 사업을 키우기 힘들다는 인식이 창업자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 컨트롤타워 신설 시급

이처럼 인터넷 기업들이 한국을 등지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정부의 중복 규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인터넷 관련 규제 정책을 소관하는 부처는 문화체육관광부,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보건복지부, 안전행정부, 여성가족부 등 7개에 달한다. 부처별로 동일한 사안에 대해 동시에 규제를 가해 규제의 효율성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미래부가 인터넷 기업 육성을 전담하는 인터넷정책관을 신설했지만 이곳에선 산업 육성 및 지원 정책만 담당할 뿐 타부처의 인터넷 관련 규제를 컨트롤할 권한이 없다. 이처럼 인터넷 규제를 총괄하는 상위법이나 '컨트롤타워'가 없다 보니 인터넷에 대해 일관성 없는 규제가 부처별로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두 부처로부터 동일한 내용으로 제재를 받았던 최근 사례는 포털사들의 검색 광고 구분 사안이 대표적이다. 미래부와 공정위는 국내 포털사들에 대해 검색결과를 표시할 때 검색정보와 광고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권고안과 동의의결을 5개월 새 잇따라 내놓았다.

게임산업의 경우 문체부와 여가부가 각각 자율적, 강제적 셧다운제를 실시 중이다. 김성곤 사무국장은 "컨트롤타워가 없다보니 부처 간 이기주의가 발생해 규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문체부와 여가부의 셧다운제에 이어 교육부와 복지부도 게임산업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엔 게임산업 진흥정책을 고민해야 할 미래부와 문체부도 규제를 정리한다는 명목으로 규제에 가세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 개인정보보호 문제에 대해 방통위는 정보통신망법에 근거해, 안행부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인터넷 기업에 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광운대 과학기술법학과 권헌영 교수는 "정부가 주창하는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전 부처를 컨트롤할 수 있는 인터넷 관련 규제 전담기구를 신설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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