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이주열 총재의 ‘예측가능한 통화정책’..6월 금리동결에 무게

김문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6.06 17:27

수정 2014.06.06 17:27

이주열 총재의 ‘예측가능한 통화정책’..6월 금리동결에 무게

"'우회전 깜빡이 켜고 좌회전하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다." 예측 가능한 통화정책을 펼치겠다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얘기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0.25%→0.15%)하면서 오는 12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역시 예측 가능한 통화정책(동결)이 나올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시장의 예상대로라면 13개월째다.

그러나 떨어지는 원·달러 환율과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 한계기업 구조조정 지연, 경기부양 사이에서 이주열 총재의 고민은 점차 커질 전망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6월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동결 전망의 배경으로 대내외 경제상황 등을 볼 때 금리를 올리기에는 좀 더 확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꼽았다.

특히 국내 경기 회복세가 아직은 미약하다는 판단이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4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1.7% 줄었고,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전달보다 3.6포인트 급락해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현대증권 신얼 연구원은 "통화당국의 긍정적인 경제 전망에 비해 실물 경제 지표는 부진이 지속되면서 괴리감을 보이고 있다"면서 "한은 총재가 물가를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는 만큼 기준금리 인상 근거로 삼기에는 미약하다"고 말했다.

미국 경기지표 불안정, 중국의 경착륙 우려 등 대외 경제상황도 우호적이지 않다.

미국 경기 회복속도는 매우 점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실제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지난 4월 무역수지는 472억달러 적자를 기록해 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5월 서비스업지수는 9개월래 최고치인 56.3을 기록하는 등 지표들이 엇갈린다.

중국과 일본도 각각 경제개혁과 재정확충 과정에서 경기 둔화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든 ECB의 경기 부양 의지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금융연구원 박성욱 실장은 '2014년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물가불안 우려가 크지 않고, 잠재성장률도 완만한 성장세가 예상되는 만큼 현 금리수준을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최근 한은 내부에서 나온 발언이나 보고서 등을 종합하면 금리 인상에 상당히 무게가 실린 모습이다.

한은이 최근 공개한 '2014년 7차(4월 10일)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 금통위원들은 금리 인상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내용의 논의를 제기했다. 의사록에서 한 금통위원은 "저소득층을 포함한 모든 소득계층의 이자수지도 개선되리라는 예상 아래 경기 회복세가 가시화되는 적정한 시점에 금리정상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사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이 지난 4월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 중 '최근 가계 재무건전성의 동태적 흐름 점검'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큰 규모의 금리 충격이 발생하더라도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은 금리가 2%포인트 상승하는 상황을 가정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한 결과 위험가구의 비중은 1%포인트, 소득 4분위 가구는 0.4%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칠 것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한은은 정책의지를 담은 연구 결과는 아니라고 얘기하지만 한은의 스탠스가 기준금리 인상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KB투자증권 이재승 연구원은 "결국 한국은행의 정책기조는 선진국의 출구전략, 가계 부채, 가계 및 기업의 양극화, 한계기업 구조조정 지연문제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금리인상 쪽으로 흘러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kmh@fnnews.com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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