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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메일만 가입했을 뿐인데, 내 알몸사진이 버젓이?

박지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6.11 17:27

수정 2014.06.11 17:27

G메일만 가입했을 뿐인데, 내 알몸사진이 버젓이?

#1. 30대 여성 P씨는 최근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다 깜짝 놀랐다. 자신이 올린 적 없는 사진들이 '구글플러스'게시판에 고스란히 게재된 것을 발견한 것. P씨는 수년 전 금융 정보를 해킹 당한 뒤로 개인 정보 보호에 각별히 신경써왔고 어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사용하지 않았다. 구글 플러스에 게재된 사진들은 P씨가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것들로 출장, 여행, 가족 등 개인적인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P씨를 더욱 당황하게 만든 것은 게시물에 달린 제목이었다. 지난 주말 가족들과 경상북도 문경새재 여행을 다녀왔는데 게시물에는 '문경새재에서 가족과'라는 제목이 달려있었다.

#2. 장난 삼아 목욕탕에서 알몸 사진을 찍은 A씨는 우연찮게 '구글플러스'를 보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본인의 알몸 사진이 구글플러스 게시판에 올라와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 구글플러스를 이용한 적이 없던 A씨는 당황한 마음에 바로 삭제 조치를 했지만 다시 들어가봤더니 해당 사진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급한 마음에 구글 고객센터에 전화해 도움을 받고자 했지만 구글에는 상담원이 없고 자동응답만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결국 회원을 탈퇴하려고 구글 계정 삭제 절차를 밟았지만 마지막 단계에서 "한국어로는 지원이 안된다"고 해서 결국 탈퇴할 수도 없었다.

구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구글플러스'를 통해 이용자도 모르게 개인의 사진과 위치정보를 마구잡이로 수집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외신 등에서는 구글이 개인의 사적인 정보를 무작위로 수집해 '빅브러더'가 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한 바 있는데 구글의 서비스들에는 여전히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기능들이 계속 추가되고 있다.

특히 구글의 웹메일 서비스인 G메일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자동으로 구글플러스를 비롯한 각종 구글 서비스의 계정이 생성되며 개인의 사진이나 위치정보가 자동으로 해당 서비스에 백업되는 등 개인의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 이용자들은 이렇게 수집된 개인 정보들이 향후 어떻게 활용될지 몰라 불안해하는 처지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G메일, 검색, 유튜브, 지도 서비스를 비롯해 구글플러스, 웹로그, 피카사, 토크, 앱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구글플러스다. 구글플러스는 SNS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등장했다. 페이스북이 전 세계에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2011년 북미를 중심으로 서비스가 제공되다보니 가입자들을 무리하게 확보하기 위해 G메일 계정이 있는 가입자를 구글플러스에 자동으로 가입되도록 했다. 때문에 구글플러스는 가만히 앉아서 12억명의 구글 검색사이트 회원을 얻었다. 반면 G메일 사용자 입장에서는 본인의 의사와 관계 없이 구글플러스에 가입된 셈이다.

구글플러스에 가입되면 사진 동기화가 기본으로 설정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이나 동영상이 고스란히 구글플러스에 올라가 외부에 노출될 위험이 있는 것. 이를 방지하려면 사진앱에 들어가 '설정' 메뉴에서 '자동 백업'을 꺼짐으로 설정해 동기화를 해제할 수 있지만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들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사진 자동백업을 허용했다 해도 위치정보를 비롯한 개인의 정보를 수집해 구글플러스 제목 등에 동의없이 활용한 것은 비난을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구글은 이용자 편의성을 위한 조치였다고 답변했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사진 백업 기능의 경우 이용자가 굳이 사진을 보정해 구글플러스에 올리지 않아도 자동 백업돼 사진을 올리는 수고를 덜고, 혹여나 사진이 삭제될 염려도 없어 편리하다"며 "구글플러스에 자동 백업된 사진들은 공개로 설정해야만 노출돼 위험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용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구글계정이 있는 국내 한 이용자는 "편의성을 운운하기에 앞서 이용자들에게 가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선택권을 줘야 한다"며 "또한 사진 백업을 비롯한 개인정보와 관련된 어떤 서비스든 고객이 동의하기 전에는 비동기화돼야 하며 동기화를 하기 위해선 충분한 공지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탈퇴가 어려운 점도 구글플러스의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용자는 "사진 삭제를 포기하고 아예 탈퇴를 하려했지만 절차가 복잡하다.
내가 원하는 것은 구글플러스만 하고 싶지 않은 것이지 G메일까지 서비스를 중단하고 싶은 것은 아니어서 난감하다"며 "구글코리아 고객센터에는 상담원이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도준호 교수는 "구글은 상업적 이익을 위해 이용자 맞춤서비스라는 편의를 이유로 들며 개인정보를 가져가고 있다"며 "이용자가 구글의 특정 서비스에 접속하는 순간 자동으로 수십개의 계정에서 해킹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은 구글의 영향력을 받고 있는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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