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재도약하는 기업] (1) 투자에서 길 찾는다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6.22 17:41

수정 2014.06.22 17:41

[재도약하는 기업] (1) 투자에서 길 찾는다

'다시 도약이다!'

올해 세월호 참사로 인한 내수 경기 악화와 글로벌 경기침체가 심각하지만 기업들의 투자 의지를 꺾을 순 없었다. 선순환을 통한 경기 순환이 최대 과제로 떠오른 데다 오늘 투자를 미룰 경우 내일은 경쟁사에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탓이다. 한 그룹 관계자는 "기업의 흥망성쇠를 살펴보면 기업 경영은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거꾸로 달려 올라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발전은 더디지만 잠시 안주하면 쉽게 뒤로 처질 수 있어 투자를 게을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올해도 대대적으로 연구개발(R&D) 비용을 늘리는 등 주력사업 및 신사업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신사업에 진출한 대기업들은 판로와 협력사를 확대해 '굳히기'에 들어갔고 중견·중소기업 역시 공장 설비를 대대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조직 내부를 통폐합하거나 인수합병(M&A)을 과감하게 진행하는 기업들도 늘었다.


◇대기업: R&D투자 지속 확대, 사업 다각화에 올인.. 주력 사업분야 전환
올해도 대기업들은 과감한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투자, 인수합병 등을 통한 사업 다각화에 나설 예정이다. 주력산업에 채찍을 가하는 한편 올해부터는 반도체 사업과 에너지 관련사업 등 전방위적인 분야에서 사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R&D투자, "올해에도 늘린다"

올해 눈에 띄는 것은 기업들의 R&D 투자다. 신사업을 위한 밑바탕이 되기도 하지만 이제는 인재 확보 전쟁도 불가피해졌다. 외국기업들까지 국내에 속속 R&D센터를 짓기 시작하면서 이미 한국은 인재 확보의 전쟁터로 변해버린 까닭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전반적으로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을 통틀어 지난 2010년의 투자 금액은 35조171억원이었으나 올해 총 투자금액은 59조5075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4년 새 투자금액이 24조원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 지표는 연구소 혹은 연구개발 팀을 보유한 기업들 2만7605곳을 대상으로 파악한 결과다. 같은 기간 매출액 대비 R&D 비중도 꾸준히 늘었다. 2010년 2.5%였던 R&D 투자 비중은 2년 뒤 2.7%로 늘었고 2013년에는 2.9%에 육박했다. 올해 기업들의 투자계획이 제대로 집행된다면 매출액 대비 투자 비중은 3%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들의 R&D 투자가 늘어나면서 해외업체들의 인재 확보 전쟁도 치열해졌다. 한국은 이미 삼성전자, LG전자,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반도체와 석유화학 에너지 사업의 첨병들이 밀집해 있어 외국계 기업들도 속속 R&D센터를 지으며 국내 인재 시장을 넘보는 중이다.

이미 올 상반기에만 글로벌 업체인 사빅과 솔베이 등이 연구센터를 국내에 설립했고 바스프 역시 전자소재 R&D센터를 올 9월 설립할 예정이다. 독일의 바커 케미칼은 지난 2012년에 일찌감치 경기도 판교에 연구센터를 설립, 국내에서 9개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시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는 것은 시장을 선순환 시키고자 하는 의지와 사업 다각화를 위한 총력전인 것으로 풀이된다"면서 "앞으로 국내에서 글로벌 인재확보전쟁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반도체, 배터리, 태양광 도약

국내 반도체 업계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비메모리 분야까지 사업 영역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가 전체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지만 일본, 중국, 대만 등의 업체가 추격해올 경우 국내 업체들도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스마트폰의 중앙처리장치(CPU)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디지털카메라용 이미지 센서(CIS), TV 디스플레이 구동칩 등이 대표적이다.

시장조사업체인 IHS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반도체 메모리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33.1%로 1위를 차지했지만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점유율 4.7%로 4위에 머물고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메모리뿐 아니라 시스템비메모리(LSI), 발광다이오드(LED) 등 전 분야에서 괄목할 성과를 내야 한다고 최근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세계 파운드리(위탁생산) 업계 2위인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와 전략적 제휴를 단행한 것도 비메모리 분야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배터리 사업은 이제 글로벌 기업들의 최우선 과제가 될 정도로 중요한 사업이 됐다. 과거 자동차 구동부나 전자제품 위주로 쓰여왔던 배터리가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쓰임새가 거대해지고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떠오른 것이다. 주력 업체들은 이미 글로벌 자동차업체들과 손잡고 순수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배터리 공급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SDI와 BMW, LG화학과 상하이기차, SK이노베이션과 기아차, 베이징기차 등이 대표적이다.

부진했던 태양광 산업도 올해부터 패러다임이 바뀐다. 폴리실리콘 제조업체들이 지난해와 올해 발전소까지 짓는 수직계열화 사업을 진행하면서 대대적인 전환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 적자를 봤던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은 수직계열화를 통해 올해 1·4분기부터 흑자를 봤고, 국내 폴리실리콘 1위 업체인 OCI 역시 미국에 발전소를 짓는 등 사실상 수직계열화 업체로 성장했다.

[재도약하는 기업] (1) 투자에서 길 찾는다

◇중소·중견기업: 공장설비 개조·증설, 해외진출 영역 확장.. M&A로 성장 발판

중소·중견기업들은 공장 증설 등 기존 설비를 대거 늘리거나 해외 진출, 인수합병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모색하고 있다.

22일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정책자금을 신청한 중소기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00개 이상 늘어난 1만2355개에 달했다. 신청금액은 4조66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6% 늘었다. 중진공의 정책자금 신청이 급증한 배경은 선행투자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공장설비 증설

중소·중견기업들이 공장 설비를 개조·증설하는 등 미래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솔제지와 무림그룹은 각각 500억원, 300억원을 투입, 공장설비 개조를 통한 지종 전환에 주력하고 있다. 한솔제지는 충남 장항공장의 인쇄용지 생산라인 일부를 개조해 산업용지 생산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며 무림그룹은 경남 진주공장의 지종을 라벨지 등 산업용 인쇄용지로 변경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한화L&C는 국내외 생산기지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한화L&C는 최근 세종사업장에 전기전자파 차폐용 신소재인 '일렉트리플라스트' 시험 생산라인 설비를 구축했다. 일렉트리플라스트는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기기의 발달과 함께 오작동을 유발할 수 있는 전자파 유입을 차단할 수 있는 신소재로 무게가 기존 전자파 차폐용 소재의 40~60%로 가벼운 것이 특징. 한화L&C는 일렉트리플라스트 시험생산 라인에서 올해 말까지 시험생산을 진행한 후 양산설비 도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해외에서도 자동차 소재 공장 증설이 한창이다. 미국 앨라배마주 오펠리카시 북서부 산업공단에 위치한 자동차 소재 생산공장의 설비 증설을 위해 1600만달러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공장 역시 올 하반기 완공 예정이다. 또 미국 내 수요 증가로 한화L&C 아즈델법인에서 생산하는 저중량열가소성플라스틱(LWRT) 생산설비도 추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모회사인 한화케미칼과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는 연구소를 분리, 독립해 R&D 인프라를 강화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경기 시흥의 아연도금기업인 수림산업도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 신규사업을 추가하고 제2공장을 신축할 계획이다. 투자규모는 지난해 매출액과 맞먹는 153억원에 달한다. 이 밖에 이엠코리아, 램테크놀러지, 씨티씨바이오, 제이티, 엔피케이 등도 공장 및 R&D센터 신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해외진출·M&A로 돌파구 모색

해외진출, M&A 등을 통한 영역 확장에 나선 중소기업도 있다.

에너지플랜트 전문기업인 웰크론강원은 38억원을 투입, 지난 12일 폐기물 처리업체인 투모로에너지 지분 100%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충남 천안에 위치한 투모로에너지는 1999년에 설립된 폐기물 소각 전문 처리업체로 4725㎡(1430평) 규모의 소각시설에서 하루 48t의 폐기물 소각 및 300t의 슬러지 처리용량을 갖춘 중견 소각장 운영업체다.

현재 천안 지역에서 발생하는 산업 및 생활폐기물을 주로 소각해 처리하고 있다. 웰크론강원은 투모로에너지가 운영하고 있던 생활 및 산업폐기물 소각장 운영사업뿐만 아니라 소각 후 버려지던 폐열을 재활용하기 위해 스팀보일러를 증설해서 인근 산업단지에 스팀을 공급하는 2차 수익원을 창출할 계획이다.

IT 관련 전문회사인 여의시스템은 베트남 진출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이달 초 여의시스템은 베트남 IT 전문회사인 넷컴 합작투자법인 설립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두 회사는 산업용 컴퓨터, IT제품 및 솔루션을 베트남 및 주변국에 판매하는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여의시스템은 넷컴에 대한 기술지원과 직원교육, 사업경험 전수 등을 진행하며 넷컴은 여의시스템의 제품과 솔루션 판매를 하게 된다. 또한 최대 12개월 안에 합작투자법인설립에 관한 논의를 구체화하기로 했다.


오수철 여의시스템 부사장은 "단순 제품 판매가 아닌 기술 수출을 중점으로 한 협력이 될 것"이라며 "이번 협약을 통해 동남아시장에 대한 이해와 넷컴 판매를 통한 매출증진 및 투자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베트남 넷컴은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1999년 설립된 IT 관련 회사로 작년도 매출액이 약 1000만달러, 종업원 수는 105명이다.
주력제품은 네트워크 장비다.

ksh@fnnews.com 김성환 김호연 김병용 최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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