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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드 코리아’ 한국금융] (3) 뉴욕에 밀린 금융 1번지, 런던의 선택은 ‘위안화 허브’

성초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8.20 17:35

수정 2014.11.06 13:20

영국은 런던 동부에 위치한 금융특구 시티오브 런던을 중심으로 위안화 허브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런던 랜드마크인 '거킨빌딩'을 중심으로 한 시티오브 런던 전경.
영국은 런던 동부에 위치한 금융특구 시티오브 런던을 중심으로 위안화 허브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런던 랜드마크인 '거킨빌딩'을 중심으로 한 시티오브 런던 전경.

【런던(영국)=성초롱 기자】 지난 8일 찾은 영국 런던의 금융특구인 시티오브 런던 중심가.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을 중심으로 형성된 런던금융의 중심지에서 중국공상은행(ICBC), 중국은행(BOC) 등 중국계 은행 간판을 내걸고 있는 건물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송상호 외환은행 런던지점 부지점장은 "최근 런던이 중국계 은행들 지점 형태의 진출을 허용하면서 중국계 은행이 늘고 있다"면서 "국제 결제통화에서 위안화 비중이 늘어나자 런던이 선제적으로 위안화 결제센터를 선점하기 위해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런던이 위안화 허브로 '세계 제1의 금융시장' 타이틀 되찾기에 나섰다. 최근 중국의 공격적인 '위안화 기축통화만들기' 행보에 위안화의 국제 통화로서의 위상이 급부상하자 위안화를 새로운 금융발전 돌파구로 삼고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 영국과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위안화 허브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영국이 중화권이 아닌 지역으로는 처음 위안화 해외적격기관투자가(RQFII) 투자한도 자격을 획득했다. 6월에는 인민은행이 현지 위안화 청산결제은행으로 중국건설은행을 지정하며 런던은 위안화 허브로의 도약을 위한 준비를 마친 상태다.

뉴욕 월가와 함께 세계 2대 금융중심지로 꼽히는 런던 시티오브 런던은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뉴욕 월가와 함께 세계 2대 금융중심지로 꼽히는 런던 시티오브 런던은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위안화 허브 구축, 옛 영광 되찾기 나서

런던은 위안화 허브 구축을 위한 첫번째 단계로 중국에 대한 규제완화를 택했다. 그간 까다로웠던 중국계 은행의 법인에서 지점으로의 전환 기준을 완화하며 중국 금융사에 먼저 손을 내민 것이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에는 중국인 비자발급에 대한 간소화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런던은 해외 기업에 대한 동일한 규제정책과 선진화된 인프라, 지정학적인 이점 등을 내세워 중국계 금융사는 물론 위안화 거래에 관심을 보이는 글로벌 기업들에 적극적인 구애에 나섰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런던은 위안화 허브로서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지난해 런던에서의 위안화 무역금융 거래 규모는 지난 2011년 172억위안에서 148%나 늘어난 428억위안을 기록했다.

런던의 위안화 허브로서의 도약에는 민간부분에서의 노력도 한몫하고 있다. 영란은행과 HSBC, 중국건설은행 등이 참여하는 '시티오브 런던 이니셔티브'를 구축해 영국 및 중국의 정부와 금융사 간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런던의 위안화시장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것. 또 위안화 청산결제은행이 지정되기 이전부터 현지의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이미 업계 수요를 파악, 중국농업은행과 함께 위안화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선제적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지니 얀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위안화 솔루션 담당이사는 "런던 내에서는 민간 부문에서도 엄청난 위안화 비즈니스 모멘텀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런던은 세계 최대의 외환 시장이라는 본연의 이점으로 위안화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지리적 접근성이 넓어진 점 등을 활용해 중동과 아프리카에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대한 위안화 허브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 국제적 금융허브 육성 필요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한국도 위안화 허브 구축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달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정상회담을 통해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을 개설하기로 합의한 데 이어 인민은행은 서울의 위안화 청산결제은행으로 중국 교통은행을 지정하는 등 위안화 허브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달 말 기준 위안화 결제 규모에서 상위 8위에 이름을 올리며 세계 10대 위안화 역외센터에 들기도 했다. 지난해 7월 32.8%였던 한국과 중국(홍콩 포함) 간 직접결제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7월에는 68.9%로 2배 이상 뛰었다.

하지만 한국이 무역결제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면 국제적인 위안화 결제센터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평가다. 한국과 중국 기업 간의 무역에서 발생하는 직접 결제만으로 위안화 시장의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에서다.

송상호 부지점장은 "런던은 자금시장에서의 모든 위안화 거래에 중점을 두고 위안화 허브를 추진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무역금융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현재로서는 국제적인 허브로 발전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역시 런던처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글로벌 금융사를 시장에 적극 끌어들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데이비드 패빗 HSBC FX이머징마켓 트레이딩 담당이사 겸 유럽자금부 위안화 개발책임자는 "중국 경제발전 속도가 빠르게 나타나면서 위안화에 전 세계가 집중하고 있는 추세는 거스를 수 없다"면서 "위안화 허브를 구축한다는 것은 한국금융 시장에 더 많은 기회를 준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longss@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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