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옐런은 출구전략·드라기는 양적완화 ‘동상이몽’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8.24 17:25

수정 2014.08.24 17:25

【 로스앤젤레스·서울=진희정특파원 송경재 박종원 기자】 '(통화완화 정책) 속도를 내든, 늦추든 각자 갈 길을 간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수장들이 경기부양책을 놓고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미국은 실업률 개선에 힘입어 출구전략을 고민하는 반면, 유럽은 갈수록 악화되는 지표에 본격적인 통화정책 확대를 준비 중이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22일(이하 현지시간)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 심포지엄 연설에서 향후 정책방향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내놨다.

■옐런 "금리인상 빨라질 수도"

옐런 의장은 16쪽짜리 기조연설에서 "고용시장이 지속적으로 빠르게 회복한다면 금리인상이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했다. 지난 7월 공개시장위원회 성명과 비슷한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그는 동시에 "연방준비제도 관계자들이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언제 축소해야 할지 논의 중"이라며 출구전략 실행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옐런 의장은 "고용관련 지표들로 판단해 보면 고용상황에 불확실성이 아직 남아 있고 국제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의 영향에서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며 기존 입장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블룸버그통신은 "옐런이 출구 전략에 대해 유연성을 강조했다"며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마켓워치 역시 옐런의 연설을 두고 "그가 과거에 시장원리보다 경제성장을 중시하는 온건파에 가까웠으나 시장원리를 위해 통화정책 정상화를 외치는 강경파의 입장으로 다소 기울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도이체방크 앨런 러스킨 외환전략 대표는 "옐런 의장은 이번에 균형 잡힌 발언을 내놨으나 그의 온건파 명성에 부합하는 발언을 기대했던 지지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고 분석했다. 그는 "가장 놀라운 사실은 옐런이 임금에 관해 예상보다 강경파에 가까운 입장을 취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드라기는 양적완화 시사

이에 반해 드라기 총재는 달랐다. 그는 보다 적극적인 양적완화(QE)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날 연설에서 즉흥적으로 "정책위원회는 경기침체 징후를 참고해 중기적 관점에서 가격안정을 위한 권한 내 사용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기 총재는 11.5%에 달하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실업률과 낮은 물가상승률을 지목하며 경기부양 필요성을 시사했다. 이어 그는 자산매입을 통한 시장 내 통화공급인 QE를 위해서는 회원국 정부의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드라기 총재는 "이를 위해 재정규정을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유로존 회원국에 적용되는 국내총생산 3% 이내의 재정적자 규정을 완화하자"고 주장했다.

드라기를 포함해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와 독일은 그동안 규제완화에 반대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ECB총재마저 온건파로 돌아서는 모양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드라기가 통화정책에서 완화 쪽으로 더 기울었다"고 평가했다. ECB의 정책변화가 임박한 가운데 차기 ECB 정례통화정책회의는 다음 달 4일에 열릴 예정이다.

■제 갈 길 가는 중앙은행들

이처럼 세계경제의 양대축이 엇갈린 의견을 내비치면서 다른 주요 경제권 중앙은행들도 분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미 2008년부터 불거진 중앙은행들의 공조체제가 본격적으로 무너지는 상황이다. 잭슨홀 회의에 참석한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통화정책 완화를 통해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물가상승률 성장이 한계에 다다를 때까지는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스티븐 폴로즈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는 "아직 실업률 회복이 충분치 않다. 경기부양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국은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쪽이다. 지난 20일 공개된 영국중앙은행(BOE) 8월 통화정책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위원 9명 중 2명이 기준금리 인상을 지지했는데, 이 같은 반대표가 나온 것은 3년 만에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5년간 0.5%의 초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BOE가 2015년 2월이나 5월에 금리를 올린다는 추측이 힘을 얻고 있다.

dympna@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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