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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형마트 규제 상생으로 풀어야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17 17:42

수정 2014.10.28 06:37

[기자수첩] 대형마트 규제 상생으로 풀어야

각자 배고프다고 주장하는 두 사람과 사과 한 개가 있다. 어떻게 나눠야 할까. 절반씩 나누면 수학적으로는 가장 공평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한 사람은 영양상태가 좋고 다른 한 사람은 허기져 있다면 어떨까? 사과를 놓고 싸우느라 힘을 낭비한다면 결국 두 사람은 손해일 것이다.

하지만 서로 상대방을 위해 양보한다면 같은 양을 먹더라도 더 포만감을 느낄 것이다. 전자는 '갈등'이고 후자는 '상생'이다.

최근 시행 2주년을 맞은 '대형마트 의무휴일제'와 관련해 상인, 마트 관계자, 소비자 등을 만나면서 떠오른 생각이다.
현재 대형마트는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따라 매월 두 번째와 네 번째 주 일요일에는 휴무를 해야 한다. 또 매일 자정부터 오전 8시까지는 영업을 할 수 없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의무휴일제의 실효성을 두고 대형마트 측과 전통상인 측은 현재 갈등 양상이다. 서로 다른 숫자가 대립하고 있다.

대형마트 측은 해당 규제로 인한 손해가 이익보다 훨씬 더 크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한국규제학회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의무휴일제 시행으로 전통시장이 보는 이득은 월 900억원 정도지만 이로 인한 대형마트의 손실액은 2800여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대형마트 납품업체 수익 감소분과 소비자 편익 비용도 계산하면 손실액은 2배 이상 커진다. 반면 전통시장 관계자들은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보호 장치로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84%의 소상공인이 의무휴업이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으며, 대형마트가 쉬는 날에 골목상권 매출이 15~20%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숫자와 통계는 설득을 위한 강력한 무기다. 하지만 숫자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특히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일수록 더 그렇다.

진병호 서울상인연합회 회장은 최근 다시 불거진 의무휴업 실효성 논란과 관련, "그 배후에 대형마트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다. 유통업계도 "각자에게 유리한 측면만 강조해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다.
상생을 위한 배려가 아쉽다.

이제 이해 당사자가 아닌 정부가 해당 제도의 경제 효과를 면밀히 분석해 실효성을 검토하고 논란을 잠재워야 할 때다.
더불어 대형마트와 전통상인 측도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상생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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